[독자 review] 시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곳, ‘2020 오늘의 시’
[독자 review] 시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곳, ‘2020 오늘의 시’
  • 송주영(hempelkr@naver.com)
  • 승인 2020.04.24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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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를 읽고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라며 성토하는 시대, 그러나 결국엔 하나의 틀에 갇혀 있게 만드는 극 모순의 시대. 내가 시를 보는 이유는 시는 이런 모순을 철저히 깨부수기 때문이다. 운문이니 시조니 교과서에서나 나불대는 명칭들에서 벗어나 시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곳, 바로 ‘오늘의 시’다.

  이 책에 담긴 시들은 자유분방하다. 긴 문장과 짧은 문장의 호흡들. 문장이 길어져 비져나와 오히려 갑갑하지 않다. 때문에 안희연의 「스페어」를 주목할 만하다. 누구는 “독”이라고 하지만 시인은 “성장”이라 말하고 ‘그럴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둔다. 다만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도려내고 남겨진 나로 오늘을 살아내야 함을 처절히 알고 있기도 하다. 나머지의 나머지로서의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갈 때 온전한 나는 시를 끄적인다. 스페어(spare)의 나는 이 각박한 세상을 살게 내버려 둘지언정 보듬어야할 존재라고 시인은 토로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이승하 시인의 「신용에 대하여」는 현실과 시, 그 경계선 언저리에 걸쳐있다. “물신의 시대”, 사람이 아닌 그는 과연 무엇일까. 그가 물질 시계의 돈을 따라 움직이는 초침이라 가정한다면, 밥을 주면 다시 움직일까? 그러나 설령 그렇다 해도 다시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이 세계의 시스템을 따라 움직이는 초침일 뿐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그리고 장옥관 시인의 「없는 사람」은 이 세상을 강력히 찌른다. 비로소 이웃이 오피스텔 문을 따고 들어갔을 때, 남겨진 고인의 흔적이 그들과 세상 소식에 지분거려진 것처럼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삶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토로한다. “결코 그는 없는 사람이 아니다.” 시인이 단호한 어조로 말할 때 그의 갑갑한 속내가 세상에 침 튀기듯 분출한다.

이러한 다양성이 얼기설기 엮어 ‘오늘의 시’라 는 한 권의 책으로 등장했다. 안희연의 「스페어」, 이승하의 「신용에 대하여」, 장옥관의 「없는 사람」 등 여러 마음이 각기 다른 목소리로 한 데를 바라보며 외치고 있다. “나 살리라!” 시인들의 꿈틀대는 생명력이 이 계절에 더욱 시리다.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는 언제부터 따뜻함을 잃고, 서로를 시기하고, 미워하게 된 걸까. 우리는 서로 사랑할 수 없을까. 이 책이 내게 그 해답을 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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