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review] 시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곳, ‘2020 오늘의 소설’
[독자 review] 시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곳, ‘2020 오늘의 소설’
  • 쿨투라 cultura
  • 승인 2020.04.2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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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를 읽고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는 언제부터 따뜻함을 잃고, 서로를 시기하고, 미워하게 된 걸까. 우리는 서로 사랑할 수 없을까. 이 책이 내게 그 해답을 알려주고 있었다.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며 수많은 일을 마주한다. 조해진 작가의 <완벽한 생애> 속 제주와 영등포, 그리고 홍콩의 시위 현장, 최은영 작가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속의 용산.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넘겼을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아픔이 되고 상처로 남는다.

 이 책에 실린 소설에 드러나는 공통적인 요소는 여성이다. 강화길 작가의 <음복>은 제사로 대표되는 가부장제를 통해 여성의 억압과 희생을 드러내고, 장류진 작가의 <연수>는 세대가 다른 여성들의 연대를 다룬다. 소설에 드러나는 한국 여성들의 자기서사는 그동안 남성 주인공들의 목소리에 갇혀 겉으로 드러나지 못했을 뿐, 훨씬 다양했다.

 2020년, 한국 소설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최은영 작가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어쩌면 그때의 나는 막연하게나마 그녀를 따라가고 싶었던 것 같다. 나와 닮은 누군가가 등불을 들고 내 앞에서 걸어주고, 내가 발을 디딜 곳이 허공이 아니라는 사실만이라도 알려주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빛, 그런 빛을 좇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 빛을 다른 사람이 아닌 그녀에게서 보고 싶었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삭막한 현실을 다루고 있음에도, 책장을 덮고 나니 왜인지 그 안에서 따뜻함을 찾고 싶어졌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는 각각 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전하고자 하는 내용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차갑고 삭막한 현실에 맞서고자 하는 여성들의 연대, 그리고 따뜻함.

 현실이 아무리 폭력적일지라도 내가 바뀌고자 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바라고 그렇게 움직인다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그렇게 믿고 있기에 독자들은 여전히 이 시대의 소설을 읽을 것이고, 작가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꾸준히 써나갈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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