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산매리 저수지』 서평
[북리뷰] 『산매리 저수지』 서평
  • 956청년비평연대
  • 승인 2020.04.28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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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6청년비평연대 프로젝트

intro

 박소진(95년생)‘ 윤인혁(96년생)’ 공혜리(96년생)‘ 김현구(96년생)는 ‘956청년비평연대’라는 이름으로 2019년부터 문화 비평 활동을 시작한 젊은이들이다. 오늘날 문화의 전위에 서 있는 이 청년 지식인들의 비평 활동을 주목해보자.

 

암수살인 목격 사건의 전말
-『산매리 저수지』 서평

공혜리(문화비평가·출판저작권에에전트)

 『산매리 저수지』를 읽는 동안 나는 주인공 이동준의 비서인 김영주에게 가장 눈길이 갔다. 이동준은 김영주에게 정치자금을 빼돌릴 목적으로 접근하지만 김영주는 자신이 그의 눈에 들었다고 생각해 이동준과의 불륜을 꿈꾸며 국회의원 아내의 자리를 노리는 인물이다. 하지만 결국 바로 이 물질적인 탐욕으로 인해 몰락의 길을 걷게 되는데 나는 여기서 그녀의 어리석음을 보았다. 사실 그녀뿐 아니라 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세상의 검은 부분을 모른 척하는 사람들이며 자신의 탐욕을 은밀히 드러내며 사는 사람들이다.

 이 책은 16년 전 발생한 암수살인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은행원에서 4선 국회의원으로, 대통령의 측근으로 승승장구하며 탄탄대로를 걷게 된 정치인 이동준은 16년 전 살인사건에 대한 문자를 받는 순간부터 순탄했던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일상에 위협을 느낀다. 단 세 사람만 알고 있는 비밀 휴대폰으로 날아온 협박 문자. 이렇게 시작된 소설은 정치자금의 흐름, 즉 검은돈을 세탁하는 과정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여기에는 정치권에서 오랫동안 몸담았다는 김주앙 작가의 경험이 잘 녹아 들어간 듯하다.

 나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탐욕貪慾’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지나치게 탐하는 욕심’을 뜻하는 단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이 가장 경계해야 할 덕목으로 꼽는 것이 바로 이 ‘탐욕’이다. 팔만대장경에도 등장하는 「나선비구경」에서는 삼독(三毒)이라고 해서 즉 인간에게 가장 해로운 3가지를 언급한다. 바로 탐욕(貪慾)과 진에(瞋恚)와 우치(愚癡)다. 탐욕은 본능적 욕구를 포함해서 탐내어 구하는 것을 말하고, 진에는 뜻에 맞지 않을 때 일어나는 증오심이며, 마지막으로 우치는 탐욕과 진에에 가려 사리 분별에 어두운 것을 말한다. 기독교에서는 ‘지옥으로 떨어지는 7가지 대죄’의 항목으로 ‘폭식’ ‘질투’ ‘색욕’ ‘자만’ ‘나태’ ‘탐욕’ ‘분노’를 제시했다.

 '탐욕’은 이해가 어려운 단어가 아니다. ‘욕’이란 원하고 바라는 것이다. 여기엔 생존 욕구도 당연히 포함된다. 생명이라면 욕망이 없을 수가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것이 과한 것이 탐욕이다. 그렇다면 욕망의 적당함과 넘침에 대한 기준을 대체 어떻게 잡아야 한다는 것일까? 나는 『산매리 저수지』를 읽는 동안 스토리라인을 종종 벗어나 깊은 생각에 잠기곤 했다. 그 때문인지 나는 이 소설 곳곳에서 섬뜩함을 느꼈다. 탐욕으로 인한 김영주의 죽음은 당장 내 눈앞에서 벌어진 듯 생생했다. 탐욕이 탐욕을 잡아먹는  지옥도! 탐욕이 사람을 어떻게 파멸시키는지 이 작품은 너무나도 잘 묘사하고 있었다. 최근 읽은 소설 중 가장 인상 깊었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다.

공혜리(문화비평가·출판저작권에에전트)

발칙한 상상, 인간의 욕망을 고발하다
-『산매리 저수지』 서평

윤인혁/문화비평가·한국예술종합학교4년
윤인혁(문화비평가·한국예술종합학교4년)

 암수살인, 피살자를 모르는 살인, 살인범을 잡지 못한 사건. 국민 인식 상 정치인은 부패하고 부정한 일을 자주 벌이는 민폐 덩어리이다. 공공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국회는 꼴찌를 기록했다. 아무리 부정부패하다고 인식돼도 국회의원이 살인을 저지르다니. 여당 사무총장이 과거에 암수살인을 저질렀다는 발칙한 상상은 소설이 됐다. 무엇이 작가가 이 소설을 쓰게 했을까.

 인간의 욕망은 언제나 위를 향한다. 그것이 사회적 명예든 부(富)이든. 그리고 항상 90% 정도의 정치인들은 두 가지를 모두 가진 경우가 많다. 우리가 목격한 정치인 경력은 대부분 ‘서연고(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서 출발한다. 그다음은 ‘운동’을 하거나 기업체를 설립해 성공하는 등 인간사 역경과 개인적 성공이 바탕이다. 이동준은 ‘정치인’으로서 가져야 할 첫 번째 자격은 갖춘 셈이다.

 정치인의 첫 번째 자격이 학벌, 두 번째 자격이 역경 혹은 성공이라면 마지막은 돈이다. 정치인 이동준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다소 헷갈리는 부분은 있었지만, 피살자에 대한 단서를 조금씩 던져준다. 그렇다고 그걸 인지하는 순간 맥이 빠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정치인 이동준이 ‘살인자’ 이동준으로 초점이 맞춰진다. 잘나가는 여당 사무총장, 대통령 측근 정치인이 아닌, 과거 비루하고 한낮 대리에 지나지 않았던 그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었던 이유에는 암수살인이 있었음을 직감한다.

 「산매리 저수지」는 독자에게 직감하게끔 길을 만들어 놓고 벌거벗은 ‘살인자’ 이동준을 내보인다. 품격과 명예에 감춰져 보이지 않았던 인간 본성을 낱낱이 보여주며 위선적 인간, 더 나아가 위선으로 먹고 사는 정치인을 고발한다. 그리고 이 고발장조차도 개인의 욕망 앞에 갈가리 찢겨져 나간다. 사실상 작가는 정치와 살인을 빌려 인간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욕구·욕망을 독자에게 보여준다. 작가가 고발인이 되어 천박한 인간 욕망을 직접 고발한다.

윤인혁(문화비평가·한국예술종합학교4년)

 

 

* 《쿨투라》 2020년 5월호(통권 7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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