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Theme] 언택트한 방식으로 출판 생태계 모두 머리를 맞댈 때
[5월 Theme] 언택트한 방식으로 출판 생태계 모두 머리를 맞댈 때
  • 장동석(파주 출판도시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 승인 2020.04.28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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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신조어들은 세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태어난다. 88만원 세대가 그랬고, 스몸비(스마트폰+좀비)가 그러하며,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또한 세태의 반영이다. 가히 미증유(未曾有)의 사태라고 말할 수 있는 코로나19도 세태를 반영하며 여러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코로나19와 블루(blue)의 합성어로, 감염병 확산에 따른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일컫는 코로나 블루가 대표적이다. 또 하나 비대면을 의미하는 언택트도 최근 널리 회자되고 있다.


일상을 바꾸는 언택트

 언택트(untact)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의 의미 언(un)을 합성한 신조어로, 세상 모든 일이 이제 ‘비대면’으로 넘어갈 것임을 보여주는 말이다. 언택트는 사람들의 일상을 일거에 바꾸었고, 향후 언택트적 삶의 방식은 지속적으로 인류에게 영향을 줄 것이다. 택배 물품은 이제 문 앞에 두고 가는 것이 기본이 되었다. 이미 여러 곳에서 상용화되었지만, 주문과 결제를 무인접수대(키오스크)에서 하는 것도 낯설지 않다.

 한국의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는데, 덩달아 패스트푸드 체인의 드라이브스루 사용자도 증가했다. 맥도날드의 경우 1/4분기 드라이브스루 이용 차량이 1,000만 대를 넘었는데,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3월만 보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퍼센트 늘어난 수치다. 패스트푸드뿐 아니라 농산물 드라이브스루도 생겨났고, 점차 이같은 구매 패턴은 다양한 영역으로 퍼져나갈 것이 분명하다.


 출판 생태계도 코로나19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고있다. 대개는 부정적 영향이다. 일단 세계 여러 곳의 도서전이 취소를 결정했다. 타이베이국제도서전과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은 5월, 테헤란국제도서전은 6월로 미뤄졌지만, 개최 장담은 어려워 보인다. 3월 예정이었던 런던도서전은 아예 취소를 결정했다. 6월 말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은 추이를 지켜보고 있지만, 강행하기도 취소하기도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긍정적인 일도 (조금)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래 지속되면서 게임에 지친 아이들이 (아주 가끔) 책을 본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떠도는가 하면,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의 책을 사는 건 부모라는 말도 들려온다. 물론 성인들도 나름의 독서를 하고는 있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선거철에 유력 후보자의 테마주가 팔리듯, 감염병과 관련한 책들만 반짝 팔리고 있다. 감염병과 관련한 책들이 여럿 있지만,  가장 전면에 드러난 이름은 알베르 카뮈다. 카뮈의 대표작 『페스트』는 한 온라인 서점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20위권에 세 곳의 출판사가 이름을 올렸다. 그럼에도 책이 팔리는 출판사는 소수이고, 저자들은 각종 강연과 강의 일정이 뒤로 밀리면서 독자와의 만남 자체를 하지 못하는 지경이다.

 코로나19 사태를 이기기 위한 다양한 활동도 시행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출판시장 활성화를 위해 4월 한 달 동안 ‘책과 함께 슬기로운 거리두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보문고와 협력해 4만 7,000여 종의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1인당 2권씩 전 국민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종이책을 선물할 수 있는 ‘2020 책드림’ 행사도 열렸다. 4월 초 열흘 동안 하루 500권, 모두 5,000권의 책을 응원 메시지와 함께 선물하는 행사로, 대구 지역 서점을 통해 전량 구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

 대개의 도서관이 휴관한 상황에서 몇몇 곳은 언택트 활동을 벌였다. 앞서 언급한 드라이브스루 대출을 실시한 것이다. 순천시립도서관은 지난 4월 13일부터 드라이브스루와 워킹스루 대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3시까지 도서관 홈페이지 도서 대출 예약 서비스를 신청하면 다음날 책을 대출받는 시스템이다. 아산시립도서관 역시 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고, 전국의 여러 도서관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도서관 등 22개 시립, 구립 도서관에서 ‘비대면 간편 가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서울시민카드 앱을 통해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데, 서울 거주 시민 여부만 확인되면 모바일 도서대출증이 발급된다. 서울시민카드는 서울시 공공시설 732개소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출판계는 이미 언택트 활동이 대세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책과 출판, 도서관을 포괄하는 출판 생태계에서 다양한 활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생각해 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출판 생태계에서는 언택트 활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책은 사실 온라인으로 쇼핑하기에 최적의 상품이다. 소비자의 기호를 비교적 덜 타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사는 경우, 단순 변심으로 반품하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다.

 전자책과 오디오북은 출판 생태계의 언택트 활동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전자책 업체들은 물론 구독 서비스 모델이 사업화되면서 전자책과 오디오북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자책과 오디오북의 성장세는 앞으로 더 가파를 수밖에 없다. 성급한 사람들은 과거 카세트 테이프, LP, CD 플레이어 등의 기기들은 완전히 사라지고 음원 사이트 중심으로 재편된 음원시장처럼 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물론 그런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며, 종이책은 어떤 형태로든 영원할 것이다.)

 이미 대세였음에도 책과 출판, 도서관을 포괄하는 출판 생태계는 지금 언택트 상황을 더 세밀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이후를 말하지만, 코로나19가 아닌 또 다른 감염병이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이며, 언택트는 우리 모두의 일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까지 카뮈에 기대고, 모든 출판사가 감염병 관련 책들을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모두 전자책과 오디오북으로 돌아설 수도 없다. 결국 출판의 본령인 다양성의 가치를 더 확대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그것을 대중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방안을 더 세밀하게 만들어가야 한다. 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사분오열하는 출판계가 머리를 맞댈 때다. 물론 한데 모인 벌이는 대토론회가 아니라 언택트한 방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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