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Theme] COVID19, 멈춰버린 세상
[5월 Theme] COVID19, 멈춰버린 세상
  • 김준철(미주특파원)
  • 승인 2020.04.28 16: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Untact, 닿지 않아도 전해지는 온기

       세상이 멈췄다.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그 어느 순간에도 허락되지 않던 침묵의 날들이다. 전쟁과는 또 다른 공포로, 혼돈으로 당혹스러움으로 사람들은 흔들렸다. 하지만 결국 적응하고 훈련되어져야 하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COVID19 이전과 이후의 우리 삶은 분명히 바뀌어 있을 것이다.

 미국은 그 여파가 사실상 더 컸다. 준비도, 교육도 안 된 상태에서 어정쩡한 자세로 얻어맞았기 때문이다. 사재기는 물론이고 총포상의 총과 총알도 동이났다. 사람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날카롭고 예민해졌다. 하루에도 수없이 울리는 사이렌 소리에 불안해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과의 접촉을 금하고 경찰은 3~4명만 모여도 강제 해산을 지시한다. 정부 행정명령으로 병원, 자동차 등의 필수 업종 외에는 거의 문을 닫았다. 모든 분야가 경제적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문화예술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사람들은 어느새 갇혀 지내는 것에 적응해나가고 있다. 그 어느 때 보다 많이 SNS를 통해 서로의 소식과 안부를 나누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문화예술이 이 시국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감염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사망자 또한 늘어남에 따라 사람들은 더욱 서로 간의 거리를 넓히고 있다. 말 그대로 Untact의 환경에서 말이다. 하지만 한없이 침체할 것 같던 문화예술 분야가 오히려 인터넷 및 소셜네트워크 상의 여러 매체를 통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미국 3대 현대무용단 중 하나인 ‘Alvin Ailey American Dance Theater’는 LA를 포함하여 전국투어를 취소했지만 그들의 대표작인 <계시>를 포함한 공연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또한 LA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인 ‘구스타보 두다멜 Gustavo Dudamel’의 경우, 라디오쇼를 통해 음악과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할리우드 역시 극장과 VOD 서비스로 동시에 개봉하기 시작했다. 유니버설 픽쳐스는 드림웍스의 <트롤:월드 투어>를 미국에서 극장과 VOD 동시개봉을 결정했고,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제가를 부른 이디나 멘젤, 오드리 맥도널드, 크리스튼 체로세스, 켈리 오하라 등 많은 스타는 온라인 자선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이외에도 많은 영화가 아이튠즈, 구글플레이 등을 통해 VOD 서비스를 결정했다.

 ‘태양의 서커스 Cirque Du Soleil’는 공연을 중단하고 온라인 영상을 통해 주요 공연인 <O>, <LUZIZ> 등의 하이라이트를 60분짜리 영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미술계 역시 VR 가상현실을 이용하여 온라인 미술 영상 콘텐츠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몇몇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페북전’이라는 이름으로 페이스북에 전시하고 판매를 시도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박물관이나 국립공원도 VR을 이용한 리얼한 경험을 집에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극장과 공연장 역시 문을 닫고 관객들은 집에 갇혀 발이 묶임으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으나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의 대호황에 함께하고 있다. 어른도 아이도 익숙지 않은 변화와 불안한 현실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온라인을 통한 소통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음악, 연극, 영화, 뮤지컬 공연계 모두 일제히 온라인에 자신들의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교보문고의 경우, 4월 한 달간 독자들에게 무료로 전자책 구독이 가능하게 한다고 들었다. 독자에겐 도서 열람(읽기)이 무료이지만, 그 책당 실제로는 구매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어 독자는 책을 무료로 읽고, 그 읽힌 책은 정상적인 판매로 처리되면서 그 비용(도서 판매 대금)은 정부에서 부담한다고 한다. 크고 작은 이해타산을 따지기보다는 현재 처한 현실에서 보다 넓은 의미의 생존을 함께 치러가는 과정이라 여겨진다.

 이렇게 보면 오히려 집 안에 갇혀 더욱 다양하고 폭넓은 문화생활을 누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E-Book으로 많은 책을 읽고,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으로 이전에 못 봤던 영화들을 관람하고, 유명 박물관이나 전시장 또는 국립공원의 모습을 VR로 체험한다. 또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공연 콘텐츠들을 무료로 누리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결국 앞서서 말했듯 이 시국은 결국 끝이 있을 것이고 그 끝에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문화적 시작점이 만들어지리라 생각된다.

 지금 내가 사는 LA는 멈춰있다. 언제나 관광객으로 붐비던 할리우드 길도, 새로운 영화 개봉을 알리던 차이니즈극장도, 얼마 전 오스카 행사에서 봉준호 감독이 상을 받았던 돌비극장도, 뜨거운 경기가 쉬지 않고 열리던 스테이플즈 센터도 비어있다. 전 세계에서 문화, 예술, 경제 등의 FAIR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던 컨벤션센터는 임시로 COVID19 환자를 수용하는 시설로 바뀌었다.

 지금의 모습을 결과론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겠지만 세상은 발전만 해 온 것은 아닌 것 같다. 어찌 보면 그만큼 모든 면에서 과부하가 걸리고 치명적인 오염 상태로 버텨 왔다고 할 수 있다. 욕심과 욕심의 충돌, 경쟁과 경쟁의 과열 속에서 말이다. 어쩌면 지금도 감당하지 못하는 속도에 어쩌지 못하고 매달린 꼴인지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우린 멈춰져 있다. 그리고 우린 멈춰야 한다.

 며칠 전, 아들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과 아내가 책을 읽는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온 가족이 집에서 영화를 관람하기도 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누려보는 여유였다. 이 평범한 일상을 이 난리 통에 누리고 있는 것도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만나지 않고 우린 SNS로 서로의 일상과 안전을 확인하고 또 많은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양질의 공연과 전시를, E-Book을 통해 책들을 거의 무료로 즐긴다. 이는 단순히 무료이기에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닫힌 세상에서 소통하고 교류하려는 서로 간의 온기인 것이다 .

 이 시대에 문화예술은 무엇을 외치고 무엇을 그리고 또 어떻게 노래할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이 작은 세계 안에서 더디고, 불편하고, 어색하지만 깊이 남겨지는 답이 있으리라 믿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