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리뷰] 영화 1917 vs 2020
[독자 리뷰] 영화 1917 vs 2020
  • 조경환(서울 동작구 만양로)
  • 승인 2020.05.28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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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엔터테인먼트

 <1917>, 전쟁의 반대말은 평화일까?

 전쟁터로 불려 나간 앳된 얼굴의 병사들은 진정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일까?

 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는 젊은 두 병사는 전쟁 속에서 잠시 평온한 휴식을 보내고 있다. 그들에게 막중한 임무가 부여된다. 함정에 빠진 영국군을 구하기 위해 공격중지 명령을 전달하는 것, 그것도 단 하루 만에 해야만 한다.

 두 병사가 가는 길은 독일군이 이미 철수했기 때문에 위험 요소는 다소 적지만 그래도 전쟁터는 예측불허의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단지 장군의 명령이기에 그들은 완수해야 했고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고요한(?) 전쟁터로 길을 떠난다. 이때부터 영화의 긴장감은 더욱 배가된다.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 독일군을 경계하면서, 그리고 전투의 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처참한 시신들을 보면서, 또 생명의 위협을 겪으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과연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영화는 1917년 1차 세계대전 전쟁의 한가운데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러닝 타임이 하나의 쇼트로 연결되는 기법은 관객을 영화 속으로 빨아들인다.

 ‘돌격 앞으로’ 명령 한 마디에 수많은 병사들은 빗발치는 총탄 속으로 뛰어가고 그냥 쓰러져 죽어가는 전투 씬. 다행히도 공격 중지 명령이 전달되어 함정에 빠진 영국군의 무고한 생명을 구하게 된다.

 마지막 장면은 더욱더 애잔하다. 홀로 남은 병사는 모든 임무를 완수하고 나무 아래 털썩 주저앉는다. 하지만 하루 전 곁에 있던 전우는 이제 없다. 부재를 증명하는 현실은 더 애처롭고 허무하다.

 기존의 전쟁영화와는 달리 스크린을 압도하는 전쟁 씬 보다는 곳곳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시신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참혹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 전쟁에 승리하면 평화가 오는 것일까? 곁에 아무도 없는 평화는 과연 무슨 의미일까?

ⓒCJ엔터테인먼트

 2020, 전쟁의 반대말은 일상이다.

우리는 무서운 전쟁을 치르고 있다. 비록 포성은 들리지 않지만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코로나19의 무차별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방어할 무기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우왕좌왕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마치 지구의 주인처럼 행세했던 의기양양함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일상도 무참하게 깨졌다. 출퇴근 지하철, 모든 승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은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 회사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수다를 떠는 시간도 피해야 한다. 퇴근 후 친구들과 치맥으로 스트레스를 풀던 모임도 자제해야 한다.

 야구, 축구 등 스포츠 경기도 모두 중단되었고 영화관도 마음껏 다니기에는 꺼림칙하다. 주말에도 아내와 산책은 커녕 집에서 무료하게 보낸다. 무기력 증후군에 빠진 듯이 우울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정말 그립다. 별거 아닌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사소한 대화가 일상의 간식이었고 친구들과 마음껏 웃으며 먹고 마시는 일이 일상의 디저트였다.

 스포츠 경기에 열광하고 문화생활을 즐기는 일은 일상의 윤활유였고 아내와 함께 걷는 동네 한 바퀴가 가치 있는 일상이었다. 그땐 몰랐다.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겪어본 적 없던 힘든 일상도 결국 다 지나가리라. 그리고 우리는 다시 예전 그대로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이젠 다른 일상을 보내게 되지 않을까. 내 주변의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의 소중함을 이젠 알기에…….

 

 

* 《쿨투라》 2020년 5월호(통권 7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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