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Theme] 한국 게임을 바라보는 여러가지 시선
[7월 Theme] 한국 게임을 바라보는 여러가지 시선
  • 오영욱(게임개발자)
  • 승인 2020.07.03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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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게임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2019년 한국게임개발자협회에서 진행한 한국국제게임 콘퍼런스 2019 월드카페에서 잡은 토론주제는 확률형 아이템과 양산형 게임이었다. 게이머들이 한국게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라면 이 두 가지가 적절할 것이다. 한편 한국 사회에서 게임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복잡하다. 한쪽에서는 미래산업의 먹거리로 취급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아이의 수면권을 방해하는 중독의 원흉으로 취급받고 있다. 각 분야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도 여러 가지다. 산업계에서는 콘텐츠 수출액 중에서 압도적인 비율을 자랑하는 K-Game 콘텐츠지만 규제 때문에 기를 못 펴고 있다는 피해 인식과 함께 미국, 일본은 각종 규제 때문에 따라잡지 못하고, 중국에는 자리를 위협받는 위치를 강조한다. (특히 노동시간 규제 등의 이야기가 나올 때 언급된다.)

  콘솔 중심의 외국시장과 게임 산업의 형태가 다르다 보니 한국게임 시장이 작아 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은 세계에서 손가락 안에 들 수 있을 정도로 큰 편이다. 2019년 게임 백서에 의하면 2018년 한국게임의 수출액은 약 7조 546억 원이다. 수입액 3,365억인 걸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의 흑자 산업인 셈이다. 2018년 세계시장에서의 국내 게임 시장 비중은 매출액 기준으로 약 6.3%이지만 PC게임과 모바일 게임 시장만 보면 PC게임은 13.9%를, 모바일 게임은 9.5%이다. 인구수를 생각하면 절대 작은 규모는 아니다. 이렇다 보니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중국이 한국보다 시장이 크지만 구매 전환율이나 중국게임 시장의 강한 규제 등을 생각하면 한국의 모바일 시장이 중국보다 더 매력적이기 때문에 중국에서 한국에 진출하려는 시도들도 적지 않은 편이다.

이렇게 큰 규모에 비해 시장에서 흥행하는 게임은 상당히 치우쳐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동안 사람을 갈아 넣기만 하고 선진화하는 데는 실패한 노동환경과 매출을 중시하는 상부의 의향 덕분에 한국에서는 게임 개발자들의 창의성이 프로젝트에 반영되기보다는 회사의 상부에서 정한 비즈니스 모델에 맞추어 게임 개발을 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그렇다 보니 위험을 피하고자 기존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에 맞추어 게임을 만드는 경우가 많고, 이것은 양산형이나 카피캣의 비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마인크래프트>

  교육 쪽에서도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양분되어있는데, 많은 사람이 아이들이 게임에 빠져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을 우려하여 게임의 중독성을 강조하여 게임을 규제하려는 규제중심의 시선과 게임을 교육에 이용하려는 시선이다. 여성가족부는 아이들의 수면권을 위한다는 구실로 2011년에 셧다운제를 시행하였고, 이 법의 범위를 모바일 게임으로 넓히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2020년 5월 5일 청와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행사가 힘들어지자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으로 청와대 지도를 만들어서 동영상과 함께 배포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게임의 순기능을 소개할 때 그것이 규제에 대항하기 위해서 게임의 좋은 점을 강조하는 쪽이든 아니면 게임의 교육적 효과를 이용하기 위한 쪽이든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보다는 외국의 게임이 많이 인용된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샌드박스 형태의 게임이라면 마이크로소프트웨어의 <마인크래프트>나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로블럭스>가 소개되고, 아름답고 온 가족이 하기 좋은 게임이라면 <저니>나 닌텐도의 게임들이, 전쟁등 깊이 있는 현실을 다루고 있는 시리어스 게임이라면 <디스 워 오브 마인>이 소개된다.

  최근 들어서야 국내 업체 MazM 등에서 연해주의 독립운동을 다룬 <페치카>나 겜브릿지의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다룬 <웬즈데이> 등이 그나마 한국의 역사를 다룬 게임으로 간신히 소개되는 정도이다. 조금 더 국내 인디게임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많은 게임이 참가하는 실험게임 행사인 OutOfIndex 나 외국 평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SOMI의 <Replica> 나 <Legal Dungeon>을 소개하는 정도이다. 이 게임들은 국내 게임 산업의 주류와는 많은 거리를 두고 있기도 하다. 서로 관심이 별로 없다고 할 수도 있겠다.

<디스 워 오브 마인>

  한국게임계는 지나친 확률형 비즈니스 모델이나 양산형 게임이란 평가가 붙을 정도로 편중된 게임 장르 쏠림에 비난받음에도 불구하고 그 방향성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질주하고 있다. 그 이유를 몇 가지 추측해볼 수 있는데 그중 가장 큰 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IMF시절 유통사들의 연쇄 부도와 함께 체력부족으로 온라인게임으로의 체질 개선에 실패한 경험들은 한국게임계를 보수적으로 만들었는데, 2000년대 초 급격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성향은 바뀌지 않았다.

  하물며 <바다이야기> 사태로 인해 게임산업진흥법에 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의 유통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2011년에 PC게임에 강제된 셧다운제 때문에 중소규모의 게임이나 아마추어 게임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그나마 비영리 게임에 대한 심의를 게임위가 판단해서 면제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 최근이다. 이러한 규제는 대형게임사들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면서 새로운 시도나 도전을 할 개인 혹은 중소규모 게임회사들의 시장진입을 막는 효과를 톡톡히 해냈다.

  2011년 이후 특정 게임이 PC 게임 시장을 점유하고 다른 게임들이 그 자리를 차지 못하고 있는 것. 셧다운제와 스마트폰 대중화로 인한 모바일 게임 시장의 변화와 규모의 경제가 되어버린 오픈마켓 덕분에 작은 회사들은 버티기 힘들고, 대형 게임회사들만이 남은 상황인데, 대부분의 대형 게임회사들은 매출을 최우선으로 하다 보니 이렇다 할 새로운 시도를 꾸준히 이어주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치우친 게임 시장이 이러한 상황을 더욱더 악화시키고 있다.

  그런데도 작은 시도들이 드러나기 쉬운 환경들이 찾아오면서 기존 흐름과 다른 방향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매출보다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에 집중하는 인디게임들이 텀블벅 같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인지도를 쌓고, 스팀 같은 글로벌 플랫폼과 인디게임들에도 열린 콘솔 등을 통해 해외시장을 두드리며 자생하는 예도 나오고, 참신한 시도를 한 게임들은 외국의 대회에서 수상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국내 게임 콘텐츠들에 어떻게 선순환을 가지게 할지 개발자뿐만 아니라 게이머와 매개자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 《쿨투라》 2020년 7월호(통권 7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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