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 한 사내

2022-02-02     오광수(시), 조영남(그림)
ⓒ조영남

한 사내
- 조영남에게

오광수

화개 장터에서 소쿠리 장사나 하지
소쿠리 가득 충청도 삽다리 인심 담아서
덤으로 복조리까지 얹어주는
뚝심 좋은 소쿠리 장수나 하지
검은 테 안경만 벗으면
시골집 안방에서 구수하게 띄운
메주 한 덩이처럼
어기여차 구렁이 담 넘듯
세상 살아갈 사내
화투장 잘라 만든 당신 그림처럼
삼팔광땡, 삼팔따라지 같은 세상에서
소주잔 기울이다 포장마차 나오면
문득 고향집이 그리워지는 새벽
등짐 하나 메고 훌훌 떠나서
한강 건너 삽다리 거쳐
화개 장터나 섬진강 어귀 어디쯤
눈물도 보이고 바람도 만져보면서
살아보고 싶은 그대는
지금 서울이라는 쇼 무대 위에 서 있지

 

 


 

* 《쿨투라》 2022년 2월호(통권 92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