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추모시] 홍일선 시인의 「흰 그늘 너머」

2022-07-04     홍일선 (시인)

  흰 그늘 너머

 

  홍일선

 

  가문 날
  밭 한 가운데
  온갖 풀꽃들 그 생령들
  희디흰 빛이
  흰 그늘 너머 그 눈빛이
  노여움 너머 슬픔 너머 오래된
  자비로 향하는
  처음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천지부모 속으로 환원하옵는
  오늘 단기 4355년 6월 25일 사십구재
  지하 … 두 자 결코 아니오
  아니오 김지하…결단코 석 자 아니오
  불이 ! 거듭 不二 !
  그리하여 성속이 헝크러진 대혼원의 시간
  흰 그늘 너머
  온갖 생령들의 불연기연不然其然들
  사무치는 詩요
  그리운 侍요

 

 


홍일선 시인
1950년 경기 화성에서 태어나 1980년 《창작과 비평》 여름호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한알의 종자가 조국을 바꾸리라』 『흙의 경전』 등이 있으며, <한국문학평화포럼>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경기도 여주 남한강 기슭에서 농부로 생업 중이다.
 

 

* 《쿨투라》 2022년 7월호(통권 97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