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통신] 베트남에서 만나는 글로벌 코리아: 한국으로 유학 오는 것이 꿈

2023-01-03     이상옥(시인, 창신대 명예교수)

한국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특별 대우를 받는 곳이 베트남이다. 적어도 내 경우는 그렇다. 2022년 1월 27일 베트남에 와서 빈롱의 메콩대학교를 플랫폼으로 주말마다 베트남 곳곳을 여행 다니며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환대를 받는다. 메콩대학교에서 입학식이나 졸업식 혹은 각종 대학 세리머니에 초청받아 늘 헤드 테이블에 앉아서 한국에서 온 교수라고 소개를 해준다. 빈롱은 호찌민에 3시간 정도의 베트남 남서부 지역으로 큰 도시가 아니어서 그런지 한국기업이나 한국인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다. 한류로 세계 대중문화의 토포스가 된 한국에서 온 교수가 메콩대학교에서 와 있다는 사실 자체가 대학으로서는 하나의 브랜드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러지 않고서야 일개 외국인 교수를 중요 행사 때마다 소개하겠는가 싶다.

한국어 전공 학생들은 한국으로 유학 오는 것이 꿈이다. 스마트폰에 한국 가수의 사진을 넣고 다닌다. 한국을 잠시 다녀올 경우 무슨 선물을 사줄까 하고 물으면 BTS CD라고 대답한다. 게다가 선크림이나 스킨 같은 한국 화장품은 말할 나위도 없다. 빈롱이나 인근의 껀터, 호찌민 같은 곳을 다니다 보면 삼성, 현대자동차의 로고나 롯데마트를 만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베트남에서 생활 필수품 아니, 제2의 신체와 같은 것이 스마트폰과 노트북이다. 이들이 없이는 생활 자체가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다. 베트남에서는 호모 스마트쿠스로 살 수밖에 없다. 스마트 기기의 서비스를 활용하지 않으면 해외 생활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다.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타고 인근 도시로 여행할 때도 그렇고 대학 내에서의 커뮤니케이션도 스마트 기기가 없으면 거의 불가능하다. 대학 구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고 주말이면 끊임없이 붕따우 등으로 이동하는 디지털 노마드로서 스마트쿠스의 삶을 영위하는 나에게는 스마트폰 같은 스마트 기기의 의존은 필수적이다.

페이스북에도 쓴 바 있듯, 스마트 기기의 고장으로 당황했던 경험을 통해서 역설적으로 글로벌 코리아의 표상 삼성의 위의를 확인한 바 있다. 디지털 노마드에게 있어 제2의 신체인 스마트폰과 노트북이 고장난다는 것은 신체의 한 부분이 무너진 것과 같다. 호찌민 여행 중에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려고 패스워드를 입력해도 노트북이 작동을 안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호찌민의 삼성 서비스센터를 검색하니 스타벅스서 30분 이내 거리에 있다고 알려주었다. 스타벅스 직원에게 삼성 서비스 센터까지 택시 콜을 부탁하니 스타벅스 직원은 택시비가 67,000동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며 불러 주었다. 그날 따라 호찌민에는 비가 많이 내렸다. 스타벅스 앞에 도착한 택시로 우산까지 씌워주면서 삼성 서비스 센터라고 택시기사에게 다시 고지하는 직원의 친절함에 감동을 받으며, 왜 스타벅스가 세계적 브랜드인지 실감했다. 스타벅스 외의 다른 베트남 커피숍에서도 택시 콜을 몇 차례 부탁한 적이 있었는데, 그런 서비스는 받지 못했다. 해외에서 노트북이 작동하지 않으니 그 난감함이란 형언하기 힘들 정도였다. 혹시나 하고 삼성 서비스 센터를 검색하니 자동차로 30분 이내의 거리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감격은 형언하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삼성 서비스 센터에 도착 10분 만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과연 글로벌 기업 삼성이라는 찬탄이 나왔다.

근자에는 또 노트북이 큰 말썽을 일으켰다. 바탕화면의 자료가 다 날아가버리고 워드조차 읽어내지 못한 대 참사가 일어났다. 한국어 시험 출제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다시 호찌민으로 가서, 택시를 타고 삼성 서비스 센터로 가니 그곳은 호찌민 삼성 ‘스마트폰’ 서비스 센터였다. 전에 갔던 그곳이 아니었다. 그때는 스타벅스 직원이 택시기사에게 제대로 알려줘 쉽게 찾았는데, 이번엔 내가 택시기사에게 주소를 잘못 알려줬다. 삼성 스마트폰 서비스 센터에서 다시 택시를 불러 센터 직원의 도움을 받아 노트북을 수리하는 그 삼성 서비스 센터로 갈 수 있었다. 전에 노트북을 고쳐주었던 그 기사가 2시간 넘게 노트북을 살펴보더니 결론은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등을 다시 구입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그 직원이라고 알려주는 주소로 택시를 타고 가서 워드, 파워포인트, 엑셀 3종 영구 사용권으로 2백만동 넘게 주고 다시 세팅하니, 워드도 읽히고 유튜브 영상편집기Animotica도 되살아났다.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매달 8,900원을 지불하고 사용했는데, 그게 뭔가 문제가 생겼던 것일까. 지금도 그 원인을 알 수가 없다. 돈은 얼마든지 지불해도 그건 아무 문제가 아니었다. 제2의 뇌고 신체인 노트북을 복원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 만족했다. 두 번이나 문제 해결의 단초를 제공해준 현지인인 호찌민 삼성 서비스 센터 직원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마트폰 액정 유리가 깨져서 호찌민 삼성 스마트폰 서비스 센터에도 한 번 더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한국어를 잘하는 여직원이 있어, 베트남 현지인이 어떻게 한국을 그렇게 잘할까, 하고 내심 궁금해하던 차에 그녀는 자신이 파견된 한국인 직원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고객 편의를 위해 한국인 직원까지 파견했던 것이다. 그 여직원과 한국어로 충분히 상담했다. 액정까지 교체해야 하고 경비도 많이 나오고 그날 따라 부품도 없어 스마트폰을 맡기고 며칠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서비스를 받지는 못했다. 여직원은 내가 거주하는 빈롱 지역에 삼성 스마트폰 서비스 센터가 있다며 호찌민까지 오지 않고 빈롱에서도 서비스 받을 수 있다고 친절하게 안내까지 해 주었다.

베트남 짜빈 여행 중에 외곽 지역의 호텔에서 하루밤 묵었던 적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 듯한 외관이었지만 막상 실내는 허름하고 시설도 낡은 오래된 호텔이았다. 그런데 막상 룸에 들어가서 벽걸이 에어컨을 켜니 너무 시원해서 바라보니 삼성 로고가 찍혀있는 것이 아닌가. 짜빈 외곽 지역 호텔에서도 삼성 로고를 볼 줄이야! 베트남에서 글로벌 코리아의 중심에는 역시 삼성이 있었다.

 


이상옥 1989년 월간 《시문학》 등단. 창신대학교 명예교수. 유심작품상, 편운문학상 등 수상

 

 

 

* 《쿨투라》 2023년 1월호(통권 103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