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우물 밖 개구리' 마크 피터슨 교수
[INTERVIEW] '우물 밖 개구리' 마크 피터슨 교수
  • 김준철(시인·미술평론가, 미주특파원)
  • 승인 2020.12.29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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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물결을 만드는 개구리의 너울

  시조는 우리가 잘 알다시피 우리 민족이 만든 독특한 정형시의 하나이다. 원래 노래의 가사로서 문학이고 음악이라 할 수 있다. 고려 시대에 등장했으며 조선 시대에 번성하여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는 한국의 전통 시 형식이다. 세 줄은 평균 14~16음절로 총 42~48음절로 구성된다. 테마(3, 4, 4, 4); 정교함(3, 4, 4, 4); 반전 주제 (3, 5)와 완성(4, 3)이 그것이다. 한국인조차 이해가 어렵고 그 형식에 맞게 지어야 하는 시조를 특별히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마크 피터슨(Mark Peterson)이다. 그는 하버드대학에서 한국 역사학을 전공하고 한국 문학을 부전공으로 하여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끊임없이 미국 땅에서 한국의 시조를 널리 알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는 일본의 하이쿠가 미국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정착하는 것을 보았다. 한국의 시조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을 예로 들었다. 일본이 땅을 산 것은 이해가 간다. 또한, 한국이 배가 아플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미국인인 그는 왜 배가 아픈 것일까? 피터슨은 한국에서 시조에 대해 제대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그 창조적 가치가 퇴색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한국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유구하고 견고한 역사를 갖고 있다는 믿음으로 한국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는 시조가 낡고 잊혀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있다고 주장한다. 필자를 비롯한 우리는 소중한 우리의 문학과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평소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는지, 지키고 발전 계승을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무쪼록 이 글을 읽는 독자가 마크 피터슨 교수의 시조 사랑과 그의 노력을 자신의 거울 위에 올려놓고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정말 우리의 배가 아팠으면 좋겠다.

  Sijo is one of the peculiar formal poems created by the Korean people and refers to both literature and music with the lyrics of the original song. Sijo is a Korean traditional poetic form that emerged in the late Goryeo period, flourished during the Joseon Dynasty, and is still written today. The three lines average 14–16 syllables, for a total of 42–48: theme(3,4,4,4); elaboration(3,4,4,4); countertheme(3,5) and completion (4,3). There is a person who especially loves Sijo, which is difficult to understand even for Koreans which is composed to fit the structure.

  Mark Peterson. He received a master's and a doctorate from Harvard University with a major in Korean history and a minor in Korean literature. He is constantly striving to promote Sijo of Korea in the United States. He saw Japanese haiku grow and become firmly established in the United States. Also, he is a scholar who thinks that for Sijo to be popular in America is also possible, taking for example the proverb, ‘If a cousin buys land, my stomach hurts.’ It makes sense that Japan bought some “land”. Also, I think Korea may have a stomachache. But why does he, as an American, also have a stomachache?

  He is disappointed that his artistic creativity is lost due to wrong education in Korean history. He states that Korean history contains a more stable history than any other country. He is shouting that Sijo is still alive, that it is not old and forgotten.

  How about us? Now, I like to remind the fact that how our Korean tried to keep and treat our history and literature, did we paid our times and our interests, or are there any efforts and loves on our cultures. At last, I hope our readers would get a chance to review Professor Mark Peterson's efforts and his loves for our Korean Sijo and we should remind ourselves together writer for our efforts of keeping our culture. And we must feel the same aches in our stomach as felt of professor Mark Peterson.

  얼마 전, L.A. 한국문화원에서 주최한 영어 시조 대회에서 함께 심사위원을 했던 인연으로 그를 알게 되었다. 그의 행적에 대해 늦게 알게 된 것이 부끄러웠다. 이제라도 알게 된 것을 감사하며 유타주에 있는 그와 이메일, 전화 그리고 Zoom 미팅을 통해 인터뷰하게 되었다. 마크 피터슨 교수는 유타(Utah)주 출생으로 BYU (Brigham Young University)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다. 또한, 하바드대학에서 동양 역사학을 전공하고 한국학을 부전공으로 하여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오래전 선교사로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1978년부터 5년여 간 한미교육위원회(Fulbright Commission)의 단장 겸 책임자로 근무했고 1984부터 BYU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김준철(이하 준) 어렵게 시간 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마크 피터슨(이하 피터슨) 아닙니다. 또다시 이렇게 좋은 인연으로 제가 하는 일과 생각을 알릴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우선 한국 문학을 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피터슨 사실 문학은 부전공이었고 역사학을 더 오래 공부했습니다. 한국 가족제도를 연구했고, 족보에 대해 탐구했어요. 한국의 17세기 양자제도와 상속제도에 관련된 연구가 제 박사학위 논문이었습니다. 대학원에서는 마샬 필 교수에게 배웠습니다. 그는 한국문학에 있어서는 상당히 저명한 번역가였으며 선도적인 학자였습니다.

네, 제가 알기로는 마샬 필 교수님은 1965년 서울대에서 문학 석사학위를 받으시고 외국인 최초 졸업생이 되셨죠. 그 외에도 코리아 타임스 후원 제1회 현대한국문학 번역상을 받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역시 좋은 스승 밑에서 좋은 제자가 길러지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교수님의 시조 사랑은 상당히 깊고 크신 것 같은데요. 시조와의 인연을 듣고 싶습니다.

피터슨 제가 학교에서 교편을 잡기 시작했을 무렵, 학교 현관 라운지에 세계문학 전집이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 한국문학 작품은 없었어요. 그래서 학장에게 건의했습니다. 그리고 한국문학을 비치하려고 작품을 찾아보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고전문학 작품은 저자 미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도 양반, 선비 정신 때문에 그 시대에는 작가가 이름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찾다 보니 세계문학에 가장 가까이 혹은 동등한 위치에서 선보일 수 있는 장르로 시조가 제격이라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시조가 세계문학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생각하신 계기가 있을까요?

피터슨 한국의 소설이나 시, 현대 문학도 상당한 수준이지만 그 심층에 담긴 의미를 적확하게 번역해내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조는 일본의 하이쿠보다 간결하고 창의적이라 한글을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잘 받아들여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적 정서'’라는 에너지가 그 안에 응축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예를 좀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피터슨 20여 년 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학교 인증을 받기 위해 저를 포함한 몇 명의 교수진을 초청했습니다. 그 학교는 영어와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교로써 저희는 3일간 머무르며 학교의 재정, 예산, 학과, 교수진 등을 검토했습니다. 어느 날, 한국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건너편에 앉아 있던 사장이 물었습니다. “당신들은 왜 왔냐? 무슨 자격으로 온 것이냐?” 아마도 외국 사람이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있으니 의아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제가 “BYU 교수이며 한국학을 가르치는 사람이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그 사장이 다시 “한국에 대해 뭘 아냐?”라고 묻기에 “난 역사와 문학에 대해 가르치며 한국 시조도 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그가 “그럼 시조 한 수 읊어봐라.”해서 정몽주가 지은 「단심가」를 암송했습니다. 식당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하나 입을 다물더니 급기야는 식당 구석에 앉은 사람까지 조용해진 거예요. 바로 그때 저는 느낄 수 있었어요. 시조가 그 식당을 점령한 거였습니다. 전 그 힘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옆에 있던 미국 교수가 분위기가 이상한 걸 느끼고 뭐라고 했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로 「단심가」를 영어로 다시 그들에게 들려줬습니다. 그러자 그걸 들은 그 교수 입에서는 단번에 신음 같은 감탄사가 흘러나왔습니다.

20여 년 전, 한국 식당에서의 일화를 듣는 지금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정말 그런 힘을 느끼면 시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교수님, 미국에서는 이미 하이쿠가 상당히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 반면 시조는 매우 생소한 문학 장르가 아닐 수 없는데 어떤가요?  

피터슨 맞습니다. 하이쿠의 경우, 이미 미국에서는 어린아이들부터 고등학교 학생들까지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이쿠를 배우지 않은 학생이 없어요. 하이쿠는 미국에서 이미 뿌리를 내리고 성장해 있습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처럼 저는 너무 속상합니다. 그래서 더욱더 시조가 미국에서 자리를 잡고 성장하게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교수님 말씀을 듣고 있으니 멀쩡했던 제 배도 아파지는데요. 그럼 실질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피터슨 우선 세종문화원과 같은 곳과 연계해서 대회를 주최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모여서 대회를 했지만,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대회를 하고 있어요. 학생 대회는 12회를 했고 성인대회는 2회, 문화원과는 이번에 처음으로 대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또한, 시조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가르치는 교사들에 대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 역시 세종문화원과 함께하고 있는데 가능하다면 많은 주와 도시에서 교육청 중심의 교육 모임을 만들고 또 대회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 모든 부분에 많은 지원이 필요하고 또 여전히 부족한 상태입니다.

정말 안타까운 것 같습니다. 멀리 미국에서 한국 시조를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 분이 계신다는 것을 많은 분이 알고 지원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교수님은 시조 외에도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 역사에 대해서도 남다른 견해를 가지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피터슨 제 생각에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역사가 왜곡되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일제 강점기 때부터 한국의 역사는 일본에 의해 훼손돼고 왜곡되어 왔습니다. 조선 왕조가 정치가들의 부패에 의해 망했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꽤 많은 것 같은데,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친일파 위정자들의 프로파간다로 인해 중·하위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정신적으로는 해방이 안 되었던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한국 역사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성공적이고 훌륭한 역사라고 확신합니다. ‘전쟁이 잦다’혹은 ‘침략이 잦고 혼란스러웠다’라는 평가가 있는데, 저는 그것으로 인해 한국의 역사가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저는 한국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매우 안정적인 나라였다고 봅니다. 왕조가 몇백 년씩 이어져 왔다는 것은 그 안정성을 입증한 것이라고 봅니다. 왕조가 오래 가는 것이 부패한 것이고 창피한 것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일본의 사고방식이며 교육인 것입니다.

교수님의 사랑과 열정, 그리고 연구에 대한 깊이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주제를 바꿔서, 이번에 한국번역원에서 수여하는 공로상을 받게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피터슨 감사합니다. 제가 직접 많은 번역을 하지는 못하지만, 그동안 그러한 작업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판단하여 주신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시조의 번역보다는 영어 시조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시조의 양식으로 미국 학생들에게 영어 시조를 쓰게 하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문학과 문화도 가르치는 겁니다. 한국 문학을 중심으로 먼저 다가가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교수님, 최근에 유튜브를 시작하셨죠?

피터슨 네,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우물 밖 개구리’(정외지와, 井外之蛙), ‘The Frog Outside the Well’이라는 유튜브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제 나름의 시선으로 한국 시조는 물론이고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여러 미국의 지식인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네, 저도 인터뷰 전에 몇 편을 봤는데 상당히 잘 요약된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역시 교수님이 하시는 쉽지 않은 시조 운동의 하나라고 보고 많은 분이 꼭 찾아서 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럼 끝으로 이 글을 읽게 될 쿨투라 독자와 한국 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피터슨 제가 한국에 나가서 일반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의 한국 분들은 “시조요? 시조 운동? 그거 옛날에 하던 거죠.”라며 오래된 것으로 치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시조는 분명히 지금도 살아있습니다. 이것은 교육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아직 조선 시대처럼 낭송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새로 쓰이고 읽히는 것들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봅니다. 또 그러기에 창조력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암기식, 주입식 교육이 창조의 기회를 잃어버리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직 문학이나 의학, 화학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없는 것이라고 봅니다. 누가 창의적인 시를 쓸 수 있는지를 중요한 시험과제로 올려놓아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창의적인 어떤 것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물론 제가 모르는 어떤 곳에서는 많은 창의적 교육을 하고 있으리라 믿지만 이러한 교육방식을 더욱 권장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긴 시간 고생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수님이 가르치고 또 시조 대회에서 만난 영어 시조 몇 편을 쿨투라에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피터슨 감사합니다. 한국 시조와 한국 역사에 대해 더욱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In Middle School
I thought that beauty meant
discarding my Korean self.
I wished to leave my yellow skin,
but my umma comforted me;
she said, “Yellow is the color
of forsythias, bright and beautiful.”
Esther Kim (11th grade) 2020, HM

Coming home
Air felt lighter, food tasted better, music more upbeat, sun brighter.
Not seeing my brother in two years, I remained eager.
But he came home in a plane, in a pine box, covered in a flag.
Trace Morrissey (12th grade) 2020, HM

Social Distancing
Neighborhoods, bereft of neighbors. Teeming cities, bare.
We orbit our own lives. Joined in isolation. All, alone.
We see how our fates are interwoven, just as they unravel.
Julie Shute(adult) 2020, Third place

Emma
My new dog, little Emma, a gift to us from the heavens.
My aunt passed, stupid cancer, my mom distraught. Everyone muted.
I could look into Emma’s eyes, she’s still here, on four paws.
Austin Snell (12th grade) 2016, First place

Untitled
That sweater, so warm and soft – yet full of holes, hangs unworn.
“Let’s toss it!” Downsizing means tough decisions. “No one wears it.”
“Wait!” I cry. “Grandma made that when I was young. It still fits.”
Alice Davidson (adult) 2020, First place

Lost Letters
A hundred thousand love-filled letters I have written for you.
Tonight, my pen runs dry, trapping my words within my mind.
Why do I still stoke the flame that I know will never warm me?
Andy Zhao (12th grade) 2020, First

A Kisaeng’s Sijo
With the rhythm of the janggu, we dance like magpies,
iridescent and spinning, hoping for freedom from the men
and their hands feeling at our ivory ankles, calves, and thighs.
Hye In Lee (11th grade) 2019, Second

김준철
《시대문학》 시부문 신인상과 《쿨투라》 미술평론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꽃의 깃털은 눈이 부시다』 『바람은 새의 기억을 읽는다』가 있음. 현미주문인협회 부회장 겸 출판편집국장. 《쿨투라》 미주지사장 겸 특파원. junckim@gmail.com

 

* 《쿨투라》 2020년 12월호(통권 7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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