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조 작가] 2023 LA 아트쇼에서 만난 라이언 조: 머물러 있던 시간 속에서 끊임없는 변화를 모색하다
[라이언 조 작가] 2023 LA 아트쇼에서 만난 라이언 조: 머물러 있던 시간 속에서 끊임없는 변화를 모색하다
  • 김준철(미술평론가, 본지 미주특파원)
  • 승인 2023.04.0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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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아트 페어인 LA 아트쇼LA Art Show가 지난 2월 15일부터 19일까지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다. 이번에 28회를 맞는 LA 아트쇼는 100개 이상의 글로벌 갤러리, 박물관 및 비영리 예술단체가 참여하고, 올해도 티켓 판매 수익금의 15%를 세인트 주드 아동병원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카산드라 보이야기스Kassandra Voyagis가 프로듀서이자 감독을 맡았다.

2월 15일 VIP 오프닝의 입구에서부터 이번 행사가 얼마나 알차게 준비되었는지 한 눈에 느껴졌다. 수년을 빠지지 않고 참석하다 보니 작품의 진열이나 전시장의 공기만으로도 그 무게감이 충분히 와 닿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많은 한국 갤러리와 작가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14개 한국 갤러리 참여로 글로벌 K-아트 작품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었다. 참여한 한국 갤러리는 가로 스튜디오, EK갤러리, 갤러리 차만, LP 갤러리, 제이앤제이 아트, 갤러리 엘림, 스튜디오 아르테고, 갤러리 아인, 갤러리 카리, 아트인동산, 자미 갤러리, KMJ아트, 갤러리 PBA 등이었다. 예전에는 참여하는 데 의미를 두는 듯한 갤러리나 작가들도 보였지만 이번에는 작품의 수준은 물론 다채로움까지 어깨를 으쓱하게 해주었다.

또한, 유럽관의 복귀와 일본관 데뷔도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아울러 LA 아트쇼의 비영리 프로그램 중 하나인 다이버스아트LA는 올해도 지구의 기후 위기를 집중 조명했다. 마리사 카이치올로가 큐레이팅한 2023년 전시에는 라틴아메리칸 아트박물관MOLL, 아메리카 아트박물관AMA 등을 포함한 박물관, 예술단체, 비영리단체 등 8곳에서 비디오 설치, 증강현실 등을 활용해 작품을 선보였다.

거기에다 리플렉트스페이스 갤러리, 글렌데일 도서관, 서울 컬쳐 노매드아트센터가 협업해 만든 9부작의 대규모 멀티미디어 작품인 한호의 〈영원한 빛〉이 주목을 받았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전통 예술과 테크놀로지, 퍼포먼스를 활용해 21세기 종말론적 시나리오를 재상상함으로써 미래와 현재 직면한 실존적 위협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 현대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예술가 데니스 사라친의 작품도 전시되었는데, 사라친의 대표작인 무중력 공간 속 다양한 자세의 인물을 표현한 팬터마임 시리즈를 감상할 수 있었다. 아케디아 컨템포러리 대표인 스티브 디아먼트는 “지난해 사라친 개인전을 계획했을 때 러시아와 전쟁으로 사라친이 난민이 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라고 밝혔다.

매년 LA 아트쇼에서 마주하게 되는 라이언조 작가 또한 본인이 대표로 있는 ‘가로 스튜디오’로 여러 한인 작가와 작품을 유치하여 참여했다. 무엇보다 그의 대표작인 크래커의 새로운 변화가 눈에 띄어 잠시 멈춰서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준철 × 라이언조 인터뷰

김준철 안녕하세요? 새로운 작품으로 나타나셨습니다. 뭔가 심정적인 변화가 있으셨나요?

라이언조 반갑습니다. 심정적인 변화라기보다는 작가로서 물리적으로 멈춰서 있던 시간 속에서 새로운 성장과 변화를 모색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기존의 크래커 작업에서 크기의 한계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었었습니다. 표현의 한계와 세계관의 한계들이 충돌한 거죠.

김준철 그래서 그동안 보여주었던 크래커와 여러 부분에서 다른 점을 보여주시는 것 같은데 이번에 출품하신 작품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라이언조 크래커는 저를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중심에 있는 재료인 거죠. 제가 누구인지를 나타내는 가장 커다란 정체성인 건데…. 한국에서 태어나서 30대까지 한국에서 살았고 또 미국에서도 25년여를 살아온 제 인생이 크래커로 대변되는 것인데 그 안에 도자기는 동양의 전통적 문화이고 크래커는 서양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상징으로 작품의 아이콘 같은 존재인 거죠. 그래서 현재까지 크래커 안에 무언가를 담는 작업을 지금까지 해왔으니 앞으로는 크래커라는 이미지를 축소하고 그 밖으로 배경에 회화적 이미지를 담아서 보다 다채로운 작업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처음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김준철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라이언조 저 역시 염려하고 걱정했는데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기존의 작품보다 훨씬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시고 성과도 있어서 안도하고 있습니다.

김준철 이번 아트쇼는 어느 때보다 활발하고 힘이 느껴지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이언조 코로나 이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성대하고 작품도 다양하고 퀄리티도 최고의 행사였는데 한동안 상당히 위축되었던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이제 코로나가 종식되고, 오미크론도 지나가면서 다시 페이스를 찾는 것 같습니다.

김준철 많은 한국 갤러리와 작가가 참여한 것 같습니다. 그 반응은 어떤가요?

라이언조 K-문화권의 홍보 효과가 미술에서도 주목을 받는 시기를 맞았다고 생각됩니다. 세계 각지로 한국분들이 분포되어 있지만 그래도 가장 인원이 많고 폭넓은 계층이 사는 이곳 LA가 K-아트의 시발점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준철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좋아하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을 여기서 만나게 되어 매우 놀랐는데요. 설명 좀 부탁드릴까요?

라이언조 우연히 알게 된 한국의 갤러리인데 같이 조인하시겠다는 의사를 전해와서 의논하게 되었습니다. 데이비드 호크니를 비롯한 수많은 한국의 유명 선생님들의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첫 조인이라 조심스럽게 전시가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제 작품이 그런 거장의 작품과 같은 부스에서 나란히 전시되었다는 사실이 뭉클합니다. 제 작품에서도 회화적 요소를 신경 썼던 것이 이러한 부분 때문은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김준철 크래커 작품의 새로운 시작을 보여주셨고 더욱 발전적 모습들이 기대됩니다. 내년 아트쇼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라이언조 이번에 LA 아트쇼가 열리기 바로 한 달 전에 한국에서 그룹전으로 새로운 시리즈 작품을 소개했습니다. 물론 반응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더욱 활발히 활동하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여러 실험적이고 회화적인 요소를 작품에 선보일 텐데 한국에서도 제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과 가능한 한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할 예정입니다.

김준철 끝으로 한국에서도 선생님 작품을 만나볼 방법이 있을까요?

라이언조 일단 수시로 전시가 열릴 것 같습니다. 또한, 한국에 ‘에코락’이라는 갤러리에 제 작품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또한, SNS나 다른 경로로도 새로운 작품들을 계속 소개하고 알릴 예정입니다.

김준철 감사합니다. 요즘은 억지로 숨어도 숨어지지 않는 세상이라…. 관심이 있는 분들은 쉽게 찾으시리라 믿습니다. LA 아트쇼 중에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대미술의 거장이며 현존하는 20세기 대표 팝아트 화가인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또한 만나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최근 iPad 프로그램으로 작업한 디지털 그림. 이 새로운 페인트 방식의 시도 역시 새삼 놀라움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많은 갤러리와 작가들이 참가한 것은 좁아진 복도와 전시된 다양한 작품들로 충분히 전해졌다. 20만 제곱 피트 전시장에서 회화, 일러스트레이션, 조각, 설치미술 등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었고 2만 개가 넘는 작품들의 매출은 3,000억 달러 규모라고 주최 측은 알렸다. 그도 그럴 것이 LA Art Show 2023은 그 어느 때보다 글로벌하며 전례 없는 예술 애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으며 약 60,000명이 참석했다.

간단히 몇몇 한국 갤러리에서 초대한 작가들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LA 한인타운에 있는 EK갤러리는 이번 아트쇼에서 최현주, 추니박, 지비지 등 3명의 작가 작품을 선보였다. 영화 〈기생충〉에서 다송이의 그림 〈자화상〉 원작자인 지비지의 신작도 감상할 수 있었다.

제이앤제이 아트는 한국 및 해외 신진 예술가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갤러리로 중동과 유럽을 여행하며 미술을 공부한 이진휴 작가의 《돈데보이(어디로 가야 하나)》전을 개최했다.

올해 이례적으로 특별 전시회로 한국 작가 이진휴 작가와 김원숙 작가 두 명이 선정됐다. 두 작가는 LA 아트쇼를 마치고 이진휴 작가는 EK갤러리, 김원숙 작가는 샤토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어 한인 미술애호가들을 만나고 있다.

주류 미술계에서 K-아트 인기는 LA 아트쇼로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LA 아트쇼가 인수한 플로리다 아트 팜 비치쇼에 갤러리엘림이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또한, 2월16일부터 19일까지 산타모니카 공항에서 열리는 아트페어 프리즈 LA에 국제 갤러리, 조현화랑, 학고재 갤러리, 갤러리현대 외 티나 킴 갤러리, 커먼웰스 앤 카운슬, VSF 등 한국 갤러리들이 참가했다.

LA 아트쇼 브랜다 이 디렉터는 “해가 갈수록 LA 아트쇼 등 주류 미술계에서 한인 작가들의 작품이 호평받고 있고 VIP 컬렉터들이 작품 구매를 원하고 있다”라며 “향후 1월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아트 팜비치쇼에 이어 2월 LA 아트쇼를 통해 더 많은 한국 작가들을 주류 미술계에 진출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LA 아트쇼가 K 아트쇼로 바뀌었다”라며 한국 작가들의 창의적 기법과 다양성이 재평가를 받고 있다”라고 했다.

프로듀서/디렉터인 카산드라 보이야기스는 “2022년의 대부분을 해외 참가자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여행하면서 보냈으며 참석자들이 올해 쇼에서 대표하는 작업의 범위에 깜짝 놀라는 것을 보는 것은 고무적이었다”고 말한다.

LA 아트쇼를 접하며 이렇듯 머물러 있는 것 같던 시간 속에서도 많은 작가는 끊임없이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고 모색해 왔음이 증명되었다. 또한, K-아트의 무한한 가능성과 우수성을 접하는 자리였다. 어느새 세계의 예술인들이 한국 예술의 성장과 발전을 눈여겨보고 있음을 느꼈다. 한국의 전통을 고집하는 것도, 세계의 예술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깊은 몸부림 속에서 새로운 융합물이 창조되었다고 하겠다.

이제 주도적으로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세계 예술사에도 이바지할 시기가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

 

 


김준철 《시대문학》 시부문 신인상과 《쿨투라》 미술평론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꽃의 깃털은 눈이 부시다』 『바람은 새의 기억을 읽는다』가 있음. 미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쿨투라》 미주지사장 겸 특파원.

 

 

* 《쿨투라》 2023년 4월호(통권 10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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