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 페스티벌] 온 세상을 물로 적셔라! 장흥에 빠져라!
[썸머 페스티벌] 온 세상을 물로 적셔라! 장흥에 빠져라!
  • 이영민(공연연출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승인 2023.07.2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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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30년 사이 무수히 많은 지역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새롭게 생성 개최되고 있다. 이는 인구 절벽과 고령화로 인한 지방 소멸과 쇠퇴를 막고 외부 관광객 유치 및 인구 유입을 위한 지역 생존 전략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지역축제는 2008년 926개를 정점으로 2010년 823개, 2011년 763개로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적 위기와 신종플루, 구제역 등의 영향으로 축제가 취소되거나 통폐합된 것이 원인이다.

2008년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여름 축제가 희소했다. 지금이야 〈보령머드축제〉와 같은 글로벌 축제부터 유명 가수가 출연하는 〈워터밤〉 〈싸이 흠뻑쇼〉, 거리형 물 난장 축제인 〈물총축제〉, 그리고 여름철 관광지로 각광 받는 〈태백 한강·낙동강 발원지축제〉 〈변산 비치파티〉 〈정읍 물빛축제〉 등 지역축제가 많아졌지만, 그 당시에는 〈동강축제〉 〈화천 쪽배축제〉와 같이 강을 소재로 한 레포츠형 축제뿐이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2008년 전라남도 장흥군에서 현재의 〈정남진 장흥물축제〉가 처음 개최되었다. 장흥군은 축제 비수기인 7월 말 8월 초 가장 무더운 여름철에 역발상을 통해 축제를 개발하였다. 장흥군을 찾는 관광객에게 ‘청정 1급수 탐진강의 시원한 물로 무더위를 식히는 여름 휴가지 장흥’이라는 강한 인상을 제공하며 전라남도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름 축제로 성장하며 인기를 얻게 되었다.

청정 1급수 ‘물’ 소재
정남진 장흥물축제는 말 그대로 온통 ‘물’ 세상이다. 장흥읍 메인 시가지인 중앙로에서 펼쳐지는 ‘살수대첩 거리 퍼레이드’는 800m 중앙로 거리를 지나는 동안 지역주민과 상인, 관광객 할 것 없이 한데 어울려 게릴라 부대와 물싸움 교전을 펼치고, 하루 중 가장 뜨거운 오후 2시에 시작되는 물 난장 ‘지상최대의 물싸움’은 축제 기간 9일 동안 연일 계속된다. 그 외에도 20만 개의 물풍선을 사용하는 ‘지상최대의 워터붐’과 강 위에서 펼쳐지는 ‘수중 줄다리기’ 등 다양한 수상 이벤트까지. 정말 물로 시작해서 물로 끝나는 여름 축제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장흥은 왜 ‘물’을 소재로 축제를 개최했을까? 장흥군은 예로부터 물이 풍부한 도시다. 축제가 개최되는 탐진강부터 장흥댐(장흥호), 득량만 바다까지 강, 호수, 바다를 모두 갖췄다. 특히 장흥댐은 풍부한 수량을 바탕으로 인근 전남 9개 시군에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

그리고 탐진강의 물은 차갑다. 축제 기간에만 청정 1급수 장흥댐의 16℃ 심층수가 방류되어 내려온다. 물은 장흥댐의 수문을 나서 6시간가량 흘러 축제 장소에 이르게 되면 뙤약볕 여름 더위를 식혀 줄 22℃-23℃의 시원한 물로 바뀐다. 

2023 제16회 정남진 장흥물축제

올해 축제는 7월 29일(토)부터 8월 6일(일)까지 9일간 장흥군 장흥읍 탐진강 수변공원과 편백숲 우드랜드 일원에서 펼쳐진다.

장흥과 탐진강은 유구한 역사 동안 수많은 문인을 배출했다. 기행가사의 효시를 남긴 기봉 백광홍(1522-1556), 천재 실학자 존재 위백규(1727-1798), 현대 소설사에서 가장 지성적인 작가로 평가받는 『서편제』의 이청준, 그리고 현대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송기숙, 한승원, 이승우 등 문학계의 거장들이 장흥에서 태어났다. 탐진강을 바라보며 문학과 역사, 철학을 논하며 즐겼던 이곳 사람들의 계산풍류溪山風流의 문화가 강물에 스며 현재까지 이어져 온 것일까? 그래서 더욱 문화·예술·관광 르네상스 원년을 선포한 장흥군이 장엄하고 흥미로운 도시로 기대된다.

특히 금년 행사는 장흥의 역사, 인물, 이야기를 소재로 개막 주제공연을 계획하고 있으며, 초대형 온비 캐릭터 설치와 멀티미디어 타워 조성으로 물축제의 새로운 추억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서울 석촌 호수에 등장해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러버덕, 벨리곰이나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의 브라운 반가사유상처럼 높이 10m의 초대형으로 제작될 온비 조형물은 축제장의 마스코트이자 포토존이 될 전망이다. 멀티미디어 그라운드에서는 16회를 맞이한 정남진 장흥물축제의 역사와 프로그램 정보를 상영할 예정이며, 정보 제공 뿐 아니라 물멍 때리기, 사랑의 메시지 보내기, 주제영상 상영 등 다채로운 콘텐츠도 감상할 수 있다.

핵심 주제 프로그램인 거리 퍼레이드 ‘살수대첩’은 보살 살, 물 수, 햇빛 대旲, 산 높을 첩崨을 뜻하는 단어로 산 높고 햇빛이 많은 산자수려山紫水麗한 고장‘장흥’에서 물로써 생명을 살린다는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올해 살수대첩 거리 퍼레이드의 주제는 물로 하나 되는 장흥 ‘수국통일水國統一’이다. 물을 맞으면 맞을수록 더욱 즐겁고 신나는 특별한 시간으로 이 거리에서는 물을 피할 수 없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물세례 때문에 처음엔 주춤하던 관광객들도 금방 물에 흠뻑 젖어 신나는 물싸움 삼매경에 빠져든다. 또한 올해 살수대첩에는 호반의 도시 춘천의 ‘춘천인형극장’이 합세해 콜라보 거리공연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멈춰있던 축제들이 엔데믹과 함께 전국적으로 부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연이은 폭우로 전국이 물난리 아수라장이 되었다. 자연은 정말 경이롭고 위대한 존재임을 실감한다. 물과 홍수, 그리고 태양은 대지를 살찌우고 생명력을 풍요롭게 만드는 원천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자연을 다스릴 수 없다. 인류 탄생 이전부터 해왔던 자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겸손한 마음으로 안전하고 풍요로운 축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장흥이 좋다.

정남진 장흥물축제는 장흥의 깨끗한 자연과 건강한 삶, 그 속의 쉼이 있는 축제로 자연을 흠뻑 느낄 수 있도록 준비되고 있다. 정남진 장흥에 방문하면 물축제뿐 아니라 장흥 9경·9미를 즐기고 갔으면 좋겠다. 특히 키조개 삼합, 된장 물회와 같은 여름 보양식이 많으니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사진제공 장흥군청

 

이영민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이자 공연연출가. 문화공방DKB(주)의 대표이사로서 다양한 축제, 전시, 박람회, 콘서트, 연극과 뮤지컬 등의 문화행사를 기획 및 제작·배급. 주요 활동 축제로는 ‘정남진 장흥물축제’, ‘부안마실축제’, ‘명량대첩축제’, ‘관악강감찬축제’, ‘대한민국문화의 달 50주년’ 등이 있으며, 문체부와 한국국학진흥원이 주관한 전통 기록문화 활용 대학생 콘텐츠공모전의 축제 분야 멘토로 활동하며 대학생들의 문화콘텐츠 교육프로그램을 담당.

 

 

* 《쿨투라》 2023년 8월호(통권 11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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