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 페스티벌] 뜨거운 8월을 영화롭게, 세계 썸머 필름페스티벌: 로카르노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메스티아산악·단편영화제, 베니스영화제
[썸머 페스티벌] 뜨거운 8월을 영화롭게, 세계 썸머 필름페스티벌: 로카르노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메스티아산악·단편영화제, 베니스영화제
  • 설재원 에디터
  • 승인 2023.07.2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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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가 절로 생각나는 8월은 영화의 계절이다. 숨만 쉬고 있어도 답답한 더위를 피할 곳을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팝콘과 콜라를 사들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솔솔 부는 영화관에 도착해 있다. 멀티플렉스에서 텐트폴 영화들이 총성 없는 전투를 벌이고 있을 때, 세계 곳곳에서는 매주 영화제라는 이름 아래 예술성과 작품성을 내세우는 영화들이 성대한 축제를 벌인다.

<8월의 크리스마스>가 절로 생각나는 8월은 영화의 계절이다. 숨만 쉬고 있어도 답답한 더위를 피할 곳을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팝콘과 콜라를 사들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솔솔 부는 영화관에 도착해 있다. 멀티플렉스에서 텐트폴 영화들이 총성 없는 전투를 벌이고 있을 때, 세계 곳곳에서는 매주 영화제라는 이름 아래 예술성과 작품성을 내세우는 영화들이 성대한 축제를 벌인다.

영화제는 1-2주에 걸쳐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고, 영화를 중심으로 영화인과 관객, 지역민들이 함께 즐기는 말 그대로 영화 축제이다. 영화제의 정체성과 주제 의식에 따라 작품을 선정하기 때문에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작가주의적인 성향의 작품이나 예술성·독립성 등을 지향하는 작품이 많이 소개된다. 영화제를 통해 동시대의 다양한 담론이 논의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설정한다. 영화계의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것은 덤이다. 대표적인 영화제로는 세계 3대 영화제라고 불리는 칸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베니스영화제가 있고, 국내에는 부산영화제, 전주영화제,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제천음악영화제가 있다.

이중 뜨거운 8월을 더욱 뜨겁게 흥분시키는 특색 있는 썸머 필름페스티벌을 소개한다. 한여름날과 잘 어울리는 산과 바다, 호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낭만 가득한 8월의 스크린 속으로 떠나보자.

로카르노영화제

8월 영화제의 시작을 여는 곳은 스위스 로카르노이다. 이탈리아권인 티치노주 로카르노에서 열리는 로카르노영화제는 2차대전 발발 직후인 1946년 출범한 이래 표현의 자유를 부활시키는 플랫폼을 목표로 전위적이고 혁신적인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특히, 작가주의 영화와 예술영화에 관해서는 엄청난 권위를 자랑하며, 로카르노에서 주목받은 감독들이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한국영화로는 1989년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과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가 2015년에 최고상인 황금표범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의 정재영과 〈강변호텔〉의 기주봉이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특히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은 아시아영화제가 아닌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영화이다.

로카르노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이자 상징은 ‘야외상영’이다. 요트경기장에서 열리는 부산영화제의 야외상영이 바로 로카르노영화제를 벤치마킹한 것이며 부산의 초대형 스크린도 스위스의 시네렌트와의 협업의 결과물이다. 영화제 기간 동안 매일 밤 9시 30분에 대광장 피아짜그란데에 모인 6,500명의 관객이 초대형 스크린(23m × 14m)으로 영화를 함께 즐긴다. 대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 속에서 함께 웃고 울며 작품에 빠져드는 것은 한여름 영화를 즐기는 가장 낭만적인 방법이다. 올해에는 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 상영이 8월 10일에 예정되어 있다. 이날은 〈밀수〉와 페데리코 펠리니의 〈여성의 도시〉가 상영되고, 〈여성의 도시〉의 제작자인 렌조 로셀리니 감독의 공로상 수상도 예정되어 있다.

올해의 영화제는 8월 2일(수)부터 12일(토)까지 열리며, 한국영화로는 〈밀수〉와 미래의 표범(단편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린 정유미 감독의 애니메이션 〈파도〉가 상영된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8월의 열기가 더해지는 둘째 주에는 ‘물 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을 캐치프레이즈로 국내유일의 음악영화제인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열린다. 영화와 음악의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2005년 창립된 제천영화제는 영화 프로그램과 음악프로그램이 한데 어우러져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호평받으며 벌써 19회째 8월을 대표하는 국내 영화제로 자리잡고 있다.

제천영화제의 간판 프로그램은 원 썸머 나잇과 필름콘서트이다. 청풍호반으로 돌아온 원 썸머 나잇은 푸르른 청풍호를 배경으로 한 여름방 영화와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청풍호의 푸르름과 짙은 여름밤을 키워드로 ‘더 푸른’과 ‘더 짙은’이라는 타이틀 아래 잊지 못할 여름밤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영화의 감동을 음악으로 더하는 필름콘서트는, 올해엔 ‘올드보이’, ‘OST 콘서트’, ‘사카모토 류이치 트리뷰트 콘서트’, ‘레전드 오브 록’ 네 가지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특히 ‘사카모토 류이치 트리뷰트 콘서트’는 제천영화제의 정체성인 ‘제천영화음악상’의 올해 수상자 故사카모토 류이치를 추모하는 헌정 콘서트로 진행된다. 함께 상영되는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는 인두암 판정을 받고 작업을 중단했던 류이치 사카모토가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의뢰를 받고 음악작업을 재개하면서 자연의 소리에 집중하고, 환경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오는 제19회 제천영화제는 8월 10일(목)부터 15일(화)까지 열린다. 올해 바뀌는 점으로는 영화제의 주상영관이었던 메가박스 제천이 운영을 종료하면서 CGV 제천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또한, 비행장 사용이 제한되면서 다시 청풍호와 제천 체육관이 영화제의 메인 이벤트의 장소로 활용될 예정이다.

 

 

메스티아산악·단편영화제

8월 중순으로 접어들면 코카서스 지역의 한복판에서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영화제가 개최된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메스티아산악·단편영화제가 천혜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조지아 스바네티 지역의 중심도시 메스티아에서 ‘산’을 테마로 열린다.

영화제의 주요 테마가 산인 만큼, 러시아 국경에 가까이 위치한 메스티아는 조지아에서 가장 험준하고 높은 산을 품고 있어 산악영화의 아름다움을 즐기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코카서스산맥과 흑해를 모두 가지고 있는 조지아는 뛰어난 풍광으로 요즘 들어 유튜버들을 필두로 국내에도 점차 입소문이 나고 있는 핫한 곳이다. 이곳에서 메스티아영화제는 영화를 소재로 사람과 자연, 조화와 균형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특히 조지아를 중심으로 위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아래로는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젠가 서로 전쟁을 벌이는 만큼, 산과 자연을 품은 메스티아영화제는 평화와 반전 메시지를 담는다.

메스티아영화제의 재미는 영화와 함께 즐기는 음식과 와인에 있다. 매일밤 마지막 상영이 끝나면, 세계 각국에서 모인 감독과 제작자, 배우와 스태프, 기자와 관객 등 모든 영화인들이 조지아가 자랑하는 음식과 와인을 함께 나누며 이런 저런 이야기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부산영화제의 초기 모습을 연상시키는 메스티아의 밤은 신생영화제이자 작은 영화제가 가질 수 있는 큰 강점이다. 또한 영화제의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메스티아영화제는 작품을 고르는 안목과 내실있는 프로그램으로 좋은 게스트들을 불러 모으는 힘이 있다. 메이저 영화제에서는 보기 힘든 아주 독특한 영화들, 특히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구소련권 국가의 작품을 많이 접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고, 매일 각 부문의 권위자들이 직접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는 점도 메스티아영화제의 경쟁력이다.

올해 영화제는 22일(화)부터 26일(토)까지 열리고, 〈살인의 추억〉, 〈괴물〉, 〈추격자〉, 〈곡성〉의 김선민 편집감독과의 작업으로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조지아 감독 게오르게 오바슈빌리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베니스영화제

8월 영화제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곳은 베니스이다. 칸, 베를린과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베니스 영화제는 세계 최초의 영화제로, 1932년 루벤 마모울리언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상영으로 시작된 이래 올해 벌써 창립 90주년을 맞는 영화제의 살아있는 역사이다. 가장 오래된 비엔날레인 베니스비엔날레의 영화 프로그램이기도 한 베니스영화제는 초기(1-2회)에는 미술 프로그램과 같이 격년으로 열렸고, 40년대와 70년대에는 세계대전과 68운동, 납의 시대 등 정치·사회적 이유로 영화제가 몇 차례 해를 건너뛰어 영화제가 개최되는 것은 올해가 80번째이다.

영화제의 공간은 본섬에서 조금 떨어진 자그마한 리도섬이다. 비엔날레가 열리는 베니스 본섬에서 수상버스 바포레토를 타고 잠깐이면 영화제가 열리는 리도섬에 닿게 된다. 페스티벌 베뉴가 넓게 퍼져있는 칸이나 베를린과 달리, 베니스영화제의 공간은 대체로 리도섬 중심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여러 나라 국기가 휘날리는 극장이 바로 베니스의 주 상영관인 팔라초델치네마이다. 팔라초델치네마는 매년 초청된 영화 제작국의 국기를 상단에 걸고 있다. 옆에는 2015년 화려하게 리모델링을 거쳐 돌아온 팔라초델카지노가 보이고, 반대편에는 1,760명이 수용 가능한 팔라비엔날레가 있다. 두 상영관은 각각 미디어와 일반 관객을 담당하고 있다. 팔라초델치네마의 해변을 바라보면 페스티벌의 메인 리셉션 장소로 활용되는 엑셀시오호텔이 자리한다.

요즈음 베니스영화제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우선 개방성이다. 특히, 영화 선정에 있어 다른 3대 영화제들보다 OTT 영화나 만화원작 영화에 상당히 우호적이며, 진취적인 성향을 내세운 만큼 다양한 영화를 초청한다. 2018년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가 황금사자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파올로 소렌티노의 〈신의 손〉(심사위원대상), 제인 캠피온의 〈파워 오브 도그〉(은사자상) 등 넷플릭스 영화가 계속 성과를 내고 있다. 2019년에는 DC코믹스 원작인 〈조커〉를 3대 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초청하였고, 〈조커〉는 그해 황금사자상까지 차지하기에 이른다. 또한, 지난 1년간 계속되고 있는 다큐멘터리의 강세도 그 유행의 시작은 베니스영화제에서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가 황금사자상을 받으면서부터였다. 그리고 메인 베뉴 옆 작은 섬 라자레토베키오에 따로 XR 전용 극장을 마련하여 XR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베니스 이머시브 부문을 운영한다.

또다른 특징은 시상식을 노리는 작품들이 주로 베니스에서 첫 선을 보인다는 점이다. 9월 이후 극장 개봉작이 수상에 유리하다는 속설과 베니스 특유의 개방성은 시상식 레이스에 뛰어들려는 작품들을 불러모으는 결과로 이어졌다. 덕분에 하반기 좋은 작품이 베니스를 많이 찾고, 그 안에서 주목을 받은 작품들은 대체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에 노미네이트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인지 칸이나 베를린보다 영미권 작품 비율이 높고, 할리우드 스타들이 영화제를 찾는 빈도도 높은 편이다.

‘최초의 영화제’ 베니스영화제는 한국영화의 ‘최초’와도 연이 깊다. 1987년 강수연 배우가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3대 영화제 첫 주연
상을 차지했고, 2012년에는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아 한국영화 사상 첫 3대 영화제 최고상 수상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2021년엔 봉준호 감독이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하면서 한국인 최초로 3대 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주한 이탈리아대사관의 참여로 3대 영화제 중 한국 순회 상영이 있는 유일한 영화제이기도 하다. 여름의 마지막을 장식할 올해의 베니스영화제는 8월 30일(수)부터 9월 9일(토)까지 열린다.

8월의 썸머 필름페스티벌은 영화와 함께하는 휴식 속으로우리를 데려갈 것이다. 마법처럼 영화롭게.

 

 


 

* 《쿨투라》 2023년 8월호(통권 11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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