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최인호청년문화상] 수상자 김애란 작가
[제1회 최인호청년문화상] 수상자 김애란 작가
  • 쿨투라 cultura
  • 승인 2023.09.0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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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최인호청년문화상 심사평

제1회 최인호청년문화상 심사는 여섯 사람의 문학, 연극, 영화, 음악, 대중문화 전문가들이 모여 진행하였다. 최인호 선생의 문학과 문화예술에 대한 순수하고 깊은 뜻을 기리면서, 선생의 정신을 계승하고 확장함으로써 청년문화의 지평을 넓혀온 분을 찾는 작업이었다. 우리 시대에 가장 왕성하고도 탁월한 성취를 보여준 분들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최인호 선생의 청년문화 정신에 가장 가까우면서도 스스로 탁월한 성취를 이룬 분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였다. 심사위원들이 각각 개인 혹은 단체를 두셋 정도 추천하여 논의를 이끌어갔는데, 후보자 모두 예술적 좌표의 품격이 돋보여 누가 수상자가 되어도 좋을 최상 의장(場)이 되어주었다.

심사위원들은 7월 15일에 처음 만나 그로부터 여러 차례 온라인-오프라인으로 토론을 거듭하였다. 그 결과 자신만의 개성적 성취를 오롯하게 이루어간 김애란 소설가를 제1회 수상자로 선정할 수 있었다. 김애란은 대중들에게 나타난 그 순간부터 모든 세대를 기분 좋은 긴장감과 새로움에 돌입케 했던 작가이다. 청년 세대를 꼭 의식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청년의 상징이기도 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을 통해 우리 시대 소통 불가능성의 양상들을 특유의 문장으로 풀어간 미래형 작가이며, 특별히 『두근두근 내 인생』,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두 편의 소설이 영화화된 것도 최인호 선생의 예술적 편폭을 그대로 연상케 해주었다. 시대적 의제를 다루는 시각과 경쾌한 문체 역량이 구비된 작가이며, 드물게 제도권과 대중 모두에게 뜨거운 지지를 받은 작가라고 심사위원들은 의견을 모았다. 일상의 모습을 특유의 명랑한 감수성으로 포착하여 이야기로 풀어냄으로써 청년들의 삶에 대한 새로운 세대의 문학적 감수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거듭 수상을 축하드리면서, 김애란 작가의 앞으로의 문학적 연금술이, 최인호 선생이 갈망했던 역동적인 문화예술의 정점으로 이어져가기를, 마음 깊이, 바라마지 않는다.

 

심사위원 유성호(위원장), 강유정, 김태훈, 이광호, 임진모, 홍창수

 

 

제1회 최인호청년문화상 수상자 김애란

2002년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에 「노크하지 않는 집」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비행운』 『바깥은 여름』과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 등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한무숙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오영수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23년 현재 각 작품이 약 16개국에 30여종으로 번역, 출판됐으며, 영화와 연극, 판소리와 무용극 등으로 극장에 올랐다.

독일어판 『두근두근 내 인생』이 리베라투르상 후보에, 러시아판 『바깥은 여름』이 야스나야폴랴나 문학상 해외문학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달려라, 아비』 프랑스어판이 프랑스 비평가와 문학기자가 선정하는 리나페르쉬상(Prix de l’inapercu)을 받았다.

 

수상소감

‘작품’뿐 아니라 ‘시간’에 큰 의미를 두고 주는 상은 처음 받아 봅니다. 그 시간이 비단 지난 시절뿐 아니라 현재와 앞날까지 아우르는 말인 듯해 더 뜻 깊게 다가오고요. 한동안 작업속도를 못 내다 혼자 어렵게 장편소설을 마무리할 즈음 받은 격려라 더 힘을 받았습니 다. 최인호 선생님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현역’이란 말이 생각납니다. 이제 겨우 스무 해 남짓 글을 쓴 저는 창작자가 ‘평생 현역’으로 활동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고 있습니다. 그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한 작가가 일생 동안 구현한 삶의 자세고 분투의 결과일 테니까요. 무언가 오래 지속하는 일도 어렵지만 그 과정에서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선생님은 그 두 가지 일을 모두 하신 걸로 압니다. 그 보폭과 힘 을 배우고 싶습니다.

언젠가 문단에 한 원로 선생님이 작고하셨을 때, 그 분께 호평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말을 듣기도 했던 저는 앞으로 그 분으로부터 제 신작에 대한 독후감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 슬퍼했던 적이 있습니다. 동시대 발표되는 거의 모든 소설을 읽는 걸로 유명한 분이셨으니까요. 그렇지만 하늘에 별이 되신 선생님들이 이런 식으로, 지상에 남은 친구들과 다른 문화인들의 눈을 빌려 여전히 우리글을 읽어주고 계시다는 상상이 듭니다. 하늘에서 여전히 다음 세대에게 뭔가 돌려주시려 한다는 생각도요. 비장함도 쾌활함도 모두 귀했을 어두운 시대에 제 선배 창작자들이 나눴을 고민과 대화, 농담까지 함께 헤아려보는 요즘입니다. 저 역시 진지하게 계속 뭔가 만들되 이따금 동료 창작자들과 모여 같이 웃는 일도 귀하게 여기며 이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오래 쓰고 새롭게 쓰는 힘을 꿈꾸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쿨투라》 2023년 9월호(통권 11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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