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청년문화선언' 후 50여년... 최인호청년문화상 받은 김애란 "최 선생님 기분 '챗GPT'에 물으니"
[한국일보] '청년문화선언' 후 50여년... 최인호청년문화상 받은 김애란 "최 선생님 기분 '챗GPT'에 물으니"
  • 양승준 기자, 문이림 인턴기자
  • 승인 2023.09.2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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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1회 시상식... 김애란 작가 수상
김애란(사진 오른쪽) 작가가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최인호청년문화상' 1회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선정돼 상패 등을 받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쿨투라 제공

'고래 사냥'과 '별들의 고향' 등을 써 '영원한 청년 작가'로 불린 최인호(1945~2013) 타계 10주기를 맞아 제정된 '최인호청년문화상' 1회 시상식이 22일 열렸다.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의 김애란(43) 작가가 첫 상을 받았다.

최인호 작가가 한국일보 지면을 통해 기고한 '청년문화선언'. 1974년 4월 24일 자에 실렸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인호 작가.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최인호청년문화상을 받은 김 작가는 "오늘 이 시상식을 준비하며 처음으로 (인공지능 채팅 로봇인) 챗GPT를 다운받아 '만약 세상을 떠난 소설가의 영혼이 오늘 자신의 기념일에 참석한다면 그는 어떤 기분일 것 같아?'라고 물으니 '그 영혼은 놀라움과 불신, 호기심, 유대감과 명예 같은 감정을 느낄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며 "'만약 그 불신의 대상이 오늘 수상자인 나라면 어떡하지'라고 제 발이 저렸다. 그렇지만 자주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대해오신 (최) 선생님은 제 부족함과 별개로 저를 격려해 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들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최 선생님과 그 친구분들을 떠올리며 비장함도 쾌활함도 모두 귀했을 어두운 시대에 제 선배 창작자들이 나눴을 고민과 대화, 농담까지 헤아려 본다"며 "어떤 고민과 두려움 앞에서 농담하는 인간의 마음, 인간의 심정을 아는 인간의 눈으로 여전히 세상을 공들여 바라보고 서툴고 오류 많은 문장들을 계속 적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도 덧붙였다.

첫 회 심사는 문학평론가인 유성호 한양대 교수를 비롯해 강유정 영화평론가,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 극작가인 홍창수 고려대 교수 등이 맡았다. 첫 회 수상자로 김 작가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심사위원단은 "일상의 모습을 특유의 명랑한 감수성으로 포착해 이야기로 풀어냄으로써 청년들의 삶에 대한 새로운 세대의 문학적 감수성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상식엔 최인호청년문화상제정추진위원회 위원장인 이장호 감독을 비롯해 문정희 국립한국문학관장, 배우 안성기, 배창호 감독, 가수 김수철 등이 참여했다.

최인호청년문화상은 1970년대 청년문화의 중심에 섰던 최 작가의 문화 예술에 대한 업적을 기리고 그가 생전에 강조했던 청년문화의 지평을 넓힌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는 유신시대였던 1974년 본보에 '이제 낡은 시대는 가고 청년들의 시대가 온다'는 내용의 '청년문화선언'을 기고(4월 24일 자)해 사회적 반향을 낳았다. 고고춤과 통기타, 장발, 청바지 등의 새로운 스타일을 퇴폐가 아닌 남녀평등 등 문화 수용자의 관점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이 위원장은 "최인호는 1974년 신문에 기고한 청년문화선언을 통해 외국 문화에 선호를 갖고 있던 이들이 한국 문화로 관심을 돌리게 됐다"며 "청년들이 자신의 문화 위상을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 상을 만든 취지를 설명했다.

시상식 다음 날인 23일엔 최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1975년 개봉한 영화 '바보들의 행진'의 특별상영회가 서울 마포구 소재 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에서 진행된다. 이 영화엔 최 작가가 카메오로 출연했고, 그가 작사한 노래 '고래사냥'이 실렸다.

 

원본 링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92215380005868?di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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