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LA ART SHOW] 아름다운 다양성의 미학: 빛나는 작품이 빛내는 도시
[2024 LA ART SHOW] 아름다운 다양성의 미학: 빛나는 작품이 빛내는 도시
  • 김준철(미술평론가, 시인)
  • 승인 2024.04.01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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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LA ART SHOW: MODERN+CONTEMPORARY》

봄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 LA에서 《2024 LA ART SHOW》가 지난 2월 14일부터 18일까지 닷새간 개최되었다. LA 컨벤션센터 서관에서 ‘MODERN+CONTEM PORARY모던과 컨템포러리’를 주제로 현대 조형미술을 비롯하여 추상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여졌다.

180,000 제곱피트 이상의 전시 공간이 마련된 2024 아트쇼에서는 기억, 인간성 및 AI를 주제로 하고 있었다. ‘DIVERSEartLA’는 마리사 카이치오로Marisa Caichiolo와 같은 큐레이터가 작품을 선택하고 전시하여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시각과 경험을 아낌없이 선보였다.

발렌타인데이부터 시작된 페어에는 전 세계 120개 이상의 갤러리, 박물관 및 비영리 미술 단체가 회화, 조각, 종이 작품, 설치, 사진, 디자인, 비디오 및 퍼포먼스로 아트축제를 뜨겁게 달궜으며 8만여 명에 육박하는 방문객이 자리를 채웠다.

LA는 도시 특유의 다문화적으로 얽힌 문화적 영향력을 통해 예술과 문화의 세계적 진원지로 급부상 중이다. LA가 예술을 위한 세계적 수준의 베이스로 떠오르면서, 아트쇼 또한 늘어나는 수요와 공급을 충족시키기 위해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윤다인 <아이 오브 비홀더>

2023 아트쇼에서 한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적의 예술가가 세계 기후를 조명했다면, 이번 아트쇼에서는 카이치오로의 AI로 생성된 작품부터 우리의 자아 감각에 도전하는 몰입형 가상 현실 경험까지 체험할 수 있게 해주었다. 즉, 작품을 통해 AI의 기억이 제시하는 기회와 도전을 경험하는 동시에 기억과 정체성의 도구로서의 AI에 의존하는 인간의 윤리적 측면과 사회적 합의에 대한 통찰을 엿볼 기회였다고 할 수 있다.

매년 늘어나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눈여겨볼 만했다. 이번 페어에서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 수준이나 퍼포먼스도 주의를 끌었으며, 그 어느 때보다 능동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최승윤의 작품은 힘차고 명료한 붓 터치로 캔버스 위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동적인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었다. 작품의 색감과 질감에서 느껴지는 감각과 브러시 스트로크에서 관찰되는 움직임은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토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양면적 색감과 이미지의 대비는 희망과 절망, 열정과 냉정을 함께 보여주었다.

작년에 큰 주목을 받았던 이진휴는 K-Art 트렌드를 주제로 한 작품을 출품했다. 이를 화두로 글로벌 선상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진휴 작가의 이번 출품작은 ‘나는 어디로 가나…. 우리는 이방인’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었다. 이진휴는 시간의 소멸 속에 묻어 있는 낯선 풍경을 그리는 작가로 이름을 얻고 있는데, 그는 “캔버스는 다양한 문화의 교차이자 과거 속에 묻혀 있는 현재 미래의 시공이 영화처럼 겹겹이 걸쳐 있는 공간”이라며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요구되는 소통의 중요성을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윤다인 <아이 오브 비홀더>

이 외에도 한국을 비롯하여 미국, 홍콩, 독일, 프랑스 등 국제 미술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윤송아 작가와 삶의 감정을 선으로 이어나가는 다니엘 신 작가의 새로운 작품도 마주할 수 있었다.

올해 LA 아트쇼에서 한국 미술계 거장들과 많은 만남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한국 갤러리가 다수 참여해 작품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아트쇼에 참가한 한국 갤러리는 LA 한인타운에 있는 EK 갤러리를 포함하여 총 9곳이었다. 대표작을 들고 아트쇼를 찾은 한국 갤러리와 한국 작가 특별 전시관으로 글로벌 아트 작품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게 됐다. LA 아트쇼에 따르면 EK 갤러리, LP 갤러리, 갤러리 X2, 아트인 동산, 갤러리 전, 갤러리 위드, 자미 전시 기획 앤 갤러리, 소울 아트 스페이스, 스페이스 2R2 바이 아트 토큰 등이 이번 아트쇼에 참여하였다.

EK 갤러리는 이번 아트쇼에서 최현주, 추니박, 지오 세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지난해 EK 갤러리를 통해 LA 아트쇼에서 작품을 선보인 추니박 작가는 동양적인 필법과 구도에 서양적인 색감을 혼합하여 한국화의 현대적 재해석이라는 평을 받으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아트쇼에도 참가한 추니박 작가는 “그동안 연구해온 오리지널 작품을 선보인다”며 “한국의 변화하는 K-아트와 현대화된 한국화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LP 갤러리는 3D 음영으로 초현실적인 자화상을 만들기 위해 피부에 그림을 그리는 일루전 아티스트 윤다인의 작품을 특별관에서 선보였다. 한국에서 젊은 여성으로서 직면했던 문제의 해결부터 미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더 안정적이고 자신감 있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창의적인 진화를 보여주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갤러리X2는 다섯 작가의 작품으로 참여했다. 감만지 작가는 ‘콜라 페인팅’이라는 독특한 자신만의 기법으로 한국 미술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청년작가다. 김바르 작가는 톡톡 튀는 색감과 밝은 에너지로 많은 사랑을 받는 팝아트 작가이며, 배준성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과 프랑스 퐁피두 센터 등 국내외 미술관에 다수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최소리의 음악 공연.

다른 하이라이트로는 한국 예술가 Sori Choi최소리의 공연을 꼽을 수 있었다. 그는 드럼 연주와 금속 표면 조작을 통해 빛, 색과 소리의 추상적 상호 작용을 선보였다. 많은 관람객이 그의 독특한 연주와 표현에 놀라움을 느껴 관심있게 바라보는 모습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이외에도 타냐 웨더미어 갤러리에서는 아이티계 미국 예술가 Guy Stanley Philoche의 전시가 시선을 끌었으며, 프레민 갤러리는 뉴욕에서 Ardan Özmenoğlu의 〈블루〉 등 매혹적인 작품을 전시했다. 이는 유리판과 매니큐어로 만든 나무 위의 나무를 표현한 조각 작품으로, 재료와 개념의 융합을 보여주었다.

Ardan Özmenoğlu의 〈블루〉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네바다 미술 박물관에서 현대 작가 Guillermo Bert의 작품 〈The Journey〉를 Vivian Zavataro가 큐레이션 한 전시였다. 이 설치 작품은 실제 이민자로서 전선에서 일하는 20명의 나무 조각상 시리즈를 고밀도로 세밀하게 제작한 것이었다. Bert의 멀티미디어 작품은 고대 전통과 현대 기술이 융합되어 정체성, 인간의 기억, 이민, 문화 및 인류에 관한 서술을 만들어내었다고 하겠다.

〈The Journey〉 안에서 ‘Warriors’라는 주제로 출품한 작품은 거친 사막 풍경과 유사한 환경에 세워진 실물 크기의 레이저 절단 목재 조각품이었다. 1974년 산시성에서 발굴된 2,200년 된 중국 병마용(8,000개의 실물 크기 군인 동상)에서 영감을 받은 Bert의 비전은 이민자 영웅 군대를 창설하여 우리 시대의 전사들을 기리는 것이었다. 작가의 생각은 설치된 작품의 의도에서 명백히 드러난 것 같았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개별적으로 보면 현대의 전사들은 강하고 자랑스럽지만, 함께 보면 주변에 설치된 거울을 통해 수가 늘어난 그들은 압도적이고 강력한 군대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네바다 미술관에서 선보이는 기예르모 버트(가운데)의 여행.

이 작품에 묘사된 모든 캐릭터는 David, Alex, Margarita, Nalleli, Eduardo, Sabrina 등 코로나19 팬데믹 기간과 이후 최전선에 섰던 사람들의 실명으로 이름 붙여져 있었다. 작가는 “전 세계 대부분이 집에 머물렀을 때 미국 경제를 번영시킨 간호사, 농부, 소방관, 활동가를 포함하여 라틴계 노동자들의 보이지 않는 모습에 대해 생각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힘과 헌신에 대한 시각적 찬사인 ‘The Warriors’는 그런 작가의 의도를 조금도 놓치지 않고 고스란히 관람객들에게 전달했다.

로버트 바가스의 라이브 페인팅 퍼포먼스 <더 월드 하우스>

수년에 걸쳐 LA 아트쇼를 매번 방문하며 끊임없이 작품을 출품하는 작가들의 뜨거운 열정과, 그 열기를 찾아 방문객들에게 소개하는 수많은 갤러리와 큐레이터들의 놀라운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시대를 읽고 표현해내는 방식을 쉼 없이 맞추고 때때로 선도하며 과거와 미래의 목소리를 현재에 전달하는 이들과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 반응하는 방문객들의 진지함이 또 그러했다.

예술에 관한 뜨거운 열정은 결국 수요와 공급이 가져오는 높은 관심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결과라는 당연한 결과에 가 닿았다.

LP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윤다인 작가 라이브 페인팅 퍼포먼스.

이번 LA 아트쇼에는 아쉽게도 많은 그동안 봐왔던 많은 대형 조형물이나 설치미술 쪽의 분량은 줄어들었지만, 이전까지 늘 보이던 전통적 대형 갤러리보다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훨씬 다양하게 느껴졌다.

앞으로도 LA 아트쇼가 더 다양하고 의미 있는 메시지로 전세계의 예술인과 애호가들에게 단단히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빛나는 모든 작품을 위해, 빛나는 도시에서.

 

 


김준철 《시대문학》 시부문 신인상과 《쿨투라》 미술평론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꽃의 깃털은 눈이 부시다』 『바람은 새의 기억을 읽는다』가 있음. 현 비영리문화예술재단 나무달 대표. 《쿨투라》 미주지사장 겸 특파원

 

* 《쿨투라》 2024년 4월호(통권 11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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