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만난 별 Ⅱ 배우 최수종] 지지 않는다
[시로 만난 별 Ⅱ 배우 최수종] 지지 않는다
  • 장재선(시인)
  • 승인 2024.04.03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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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다
- 최수종 배우

 

아버지가 떠난 뒤에 닥친 추위에
떨지 않았다
그가 어머니와 포옹할 때의 온기를
기억해서다

청춘의 별들 옆에 함께 서서도
눈을 깜박이지 않았다
스스로 반짝이며 그 별이 되리라고
다짐해서다

수백 년 전의 왕관을 쓰는 무거움에도
고개 숙이지 않았다
가다듬고 또 가다듬은 목청의 무게로
견뎌서다

걸음과 걸음 사이마다 솟는 소문에
무릎 꿇지 않았다
몸을 쉬지 않고 움직여 다리 힘을
키워서다

피부를 주름지게 하는 세월의 공격에도
지지 않는다
많이 웃고 자주 울며 나날의 근육을
지켜서다.

 

 


시작노트
“고려는 죽지 않는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우리는 죽지 않는다.”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에서 강감찬 장군이 독백처럼 중얼거리며 병사들을 독려하는 말이다. 이 대사를 듣는 순간, 몸에 소름이 돋았다. 강감찬 역을 맡은 최수종 배우가 그만큼 절실하게 연기한 덕분일 것이다.

최 배우는 사극에서 주로 왕 역할을 했다. “고종, 순종 다음에 수종”이라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이다. 이번엔 예외적으로 신하 역할을 했는데,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훌륭히 해냈다.

최 배우는 승부가 걸린 일에서 꼭 이기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순후한 인상과는 다르다. 젊은 시절에 아버지의 타계로 인해 겪었던 고통을 이겨내며 승부욕이 몸에 배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아내인 하희라 배우를 위해 때마다 이벤트를 하는 등 극진한 사랑을 표현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일부 남성들은 그가 TV에 비칠 때마다 아내 시선을 피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최수종 반만 따라가라”는 소리를 듣는 탓이다.

오래 전, 서울아산병원 원장실에 갔다가 최 배우를 본 적이 있다. 당시 원장인 민병철 박사는 최 배우가 자리를 떠난 후에 “난치 환자들을 위해 남모르게 기부와 봉사를 한다”라며 칭찬했다. 이후에 그의 활동을 유심히 지켜보니, 그 칭찬에 걸맞은 길을 꾸준히 걷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선한 영향력으로 좋은 향기를 세상에 퍼트리길 바란다.

 

 


장재선 시인. 시집 『기울지 않는 길』, 시·산문집 『시로 만난 별들』, 산문집 『영화로 보는 세상』 등 출간. 한국가톨릭문학상 등 수상. 문화일보 대중문화팀장, 문화부장 등 거쳐 현재 전임기자.

 

* 《쿨투라》 2024년 4월호(통권 11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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