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김민정’이 하나의 장르다
[북리뷰] ‘김민정’이 하나의 장르다
  • 김치성 에디터
  • 승인 2024.05.07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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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문화평론집 『본질은 그것이 아니다』

한국 유일의 드라마평론가 김민정 교수의 문화평론집 『본질은 그것이 아니다』가 도서출판 작가에서 출간되었다.

저자는 ‘김민정’이 하나의 장르라고 굳게 믿으며 문학과 문화, 창작과 비평을 넘나들며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자신만의 멀티버스에서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와 《쿨투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마니에르 드 부아르》 편집위원, 그리고 KBS World Radio 〈음악세상〉 고정 패널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한 언젠가는 ‘지금 여기’ 문화예술의 좌표를 거룩한 천상계로 올려놓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글로벌콘텐츠랩 〈한사람〉에서 아름다운 혁명을 꿈꾼다. 2012년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2022년 르몽드 문화평론가상, 2022년 중앙대학교 교육상을 수상하였으며, 『드라마에 내 얼굴이 있다』 외 여러 권의 단독저서와 『우리는 왜 피곤한가 – 제로섬게임과 피로감수성』 등 여러 권의 공저가 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대표 문화콘텐츠 전문가이다.

이번에 출간한 문화평론집 『본질은 그것이 아니다』에는 광활한 대륙을 누볐던 분주한 저자의 발걸음이 남긴 ‘현장 비평’만의 ‘공기 반 숨 반’의 살아있는 호흡으로 고스란히 담겼다.

저자는 “높은 시청률, 많은 관객수, 높은 화제성 지수, 많은 구독자수…. 대중성은 많은 돈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콘텐츠는 돈텐츠”가 맞지만 시대 흐름과 문화 트렌드에 따라 돈의 움직임은 달라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콘텐츠의 거센 파도 가운데 변하지 않는 가치, 영원불변 궁극의 가치는 바로 “사람”임을 언급한다. 대중서사예술로서 콘텐츠가 가진 대중적 영향력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사로잡는 힘에 기인하며.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 사람이 본질”이라는 것이다.

 

대중의 마음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콘텐츠를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이다. …(중략)… 콘텐츠 안의 등장인물들부터 그 밖에 있는 관객과 독자, 그리고 시청자들까지 콘텐츠 안팎의 마음‘들’을 나는 눈여겨본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던져가며 콘텐츠의 안과 밖을 쉼 없이 오가는 일. 그 일은 가깝고 편한 지름길을 놔두고 세상의 모든 옆길과 샛길을 다 밟아가는 길고 긴 세계 일주와 비슷하다.

- 「콘텐츠의 본질은 그것이 아니다」 중에서, 본문 8-9쪽

 

김민정 평론가

세상을 향한 그 둘레길에서 저자는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발견한다. 그렇게 현상이 아닌 현상에 가려진 본질에 점점 가까이 다가간다. ‘K-웨이브’와 역사적 비극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K-세계관과 맨몸 서바이벌의 본질과도 만난다.

 

주변이 중심을 구원한다는 것은 주변이 중심을 대체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권력의 단순한 이동은 억압의 대상이 억압의 주체로 바뀌는 것일 뿐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주변이 중심을 진정으로 구원하는 방법은 주변이 주변을 떠나지 않고 자신이 서 있는 바로 그 변방을 중심으로 만드는 일이다. 그리하여 수많은 변방이 중심이 되는 것, 억압의 주체였던 중심을 해체하면서도 다른 주변을 다시 변방으로 만들지 않는 새로운 중심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 중심은 하나일 수도 없고 하나여서도 안 된다. 모든 인간의 언어와 모든 문화의 문법이 제각기 중심이 되는 새로운 세계, 그리고 그 세계를 품어내는 새로운 드라마월드. 그러므로 지금 여기의 우리에게는 그동안의 삶과 평안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대범한 용기와 열린 태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 「세계의 모든 창세신화는 카오스에서 시작되었다」중에서, 본문 30쪽

 

그 여정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보람차고 재미있다. 그 여정까지도 흥미진진한 한 편의 콘텐츠가 되는 경이로운 경험이랄까. 저자는 ‘맨몸’ 서바이벌 세계관이 요구하는 ‘생존 지능’은 2024년 내일의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 것인지를 질문하며, 짧은 시간이라도 생존이 아닌 ‘삶’의 감각을 느껴보길 권한다. ‘문화콘텐츠와 대중예술의 본질’을 꿰뚫으며, ‘영화예술과 신화적 인간의 본질’까지 가닿는 김민정 교수의 매혹적인 비평들이다.

 

미디어 위계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문화의 위계 구조도 자연스레 변화하였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향유하던 하위 문화도 이제 문화의 변방에 머물지 않는다. 웹툰과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제작이 활발하다 못해 역으로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드라마 찾기가 더 어려운 실정이다. 웹소설과 웹툰으로 대표되는 웹 콘텐츠는 냉혹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이야기, 그래서 스토리 밸류story value가 검증된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서 인정받으며 ‘21세기 문화원형’ 신화myth가 되어가고 있다.

- 「BL은 2023년 콘텐츠 트렌드의 새로운 좌표다」 중에서, 본문 117쪽

 

“장르는 판타지로맨스코미디홈오피스오컬트……” 라는 ‘김민정의 장르’ 속으로 떠나보자. “문화예술의 진정한 가치는 스스로의 상상력과 질서를 통해 성장하고 도약하는 창조의 힘에서 비롯된다”는 저자의 마음이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마음에도 가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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