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만난 별 Ⅱ 배우 겸 가수 권유리] 알다가도 모를
[시로 만난 별 Ⅱ 배우 겸 가수 권유리] 알다가도 모를
  • 장재선(시인)
  • 승인 2024.05.07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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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리 인스타그램 사진.

알다가도 모를
- 배우 겸 가수 권유리

 

그의 다른 이름 흑진주는
반짝이고 반짝이다가도
때로 빛을 감출 줄 알아
손끝에서 친근한 돌멩이가 되어준다

 

그분이 만져 다듬는 시간들을
얼마나 견디느냐보다
얼마나 즐기느냐에
나날의 결실이 달렸음을 그는 알기에

 

하나의 몸짓과 소리를
수없이 보고 듣고 되풀이하며
기어이 익숙해지도록 품어서
새로운 길에서 여러 빛을 뿜는다

 

사랑을 받은 만큼 돌려주기 위해
반짝이고 반짝이다가
순한 무채색으로 돌아오곤 하니
그의 또 다른 이름은
알다가도 모를.

 

 


시작노트

유튜브 방송 〈유리가 만든 TV〉를 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주인공인 권유리의 언행이 친근하고 사랑스러워서다. 오랫동안 스타로 살아왔음에도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언행이 질박하다.

그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장사천재 백사장 1,2〉를 최근 정주행 했다. 백종원을 비롯한 출연진들이 모두 매력 있었는데, 그 중 유리의 캐릭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국 음식을 외국인들에게 선보이는 과정의 희로애락을 오롯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장사천재 백사장 1,2〉를 본 다음에 유리가 주역을 맡았던 사극 〈보쌈 - 운명을 훔치다〉를 찾아봤다. 과연 사극에 어울릴까 싶었으나, 그 우려를 확실히 깨 버리는 호연이었다.

유리는 현대극 드라마에 꾸준히 나왔고, 영화, 연극에도 출연했다. 그의 전천후 활약은 인생관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즐길 수 있느냐에 삶의 결실이 달려있다고 믿는.

지난 2012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K-팝 페스티벌에 취재를 하러 갔다가 소녀시대 멤버로 참여한 유리를 본 적이 있다. 세계에 한류를 전하는 스타답게 화려하게 반짝이면서도 어느 구석에 담백한 느낌을 주는 인상이었다.

그는 보통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는 건강성을 지녔으면서 때로 패션 화보의 주인공으로 섹슈얼한 모습을 과시한다. 워낙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팬들은 그를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라고 한다. 이토록 어지럽게 변하는 세상을 유쾌하게 헤쳐 나가는 묘법이 거기에 있을 것이다.

 

 


장재선 시인. 시집 『기울지 않는 길』, 시·산문집 『시로 만난 별들』, 산문집 『영화로 보는 세상』 등 출간. 한국가톨릭문학상 등 수상. 문화일보 대중문화팀장, 문화부장 등 거쳐 현재 전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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