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줄
이남순
탑골공원 담벼락을 비빌 언덕 삼아
숨어든 패잔병처럼 구부정히 숙인 행렬
하루를 건너가는 길, 한 끼마저 놓칠세라
한때는 파독 광부로 사막의 노동자로
가난만은 이겨보자 깃발 든 전사였는데
사냥을 끝낸 견공들 맘 부릴 데 없는 지금
흘깃대다 모르쇠로 공무수행 가버리자
바람이 격문 읽듯 투레질 해대는데
현실과 현장의 오늘, 줄이 자꾸 길어진다
- 이남순 시집 『이녁이란 말 참 좋지요』 (시인동네) 중에서
이남순 경남 함안에서 출생. 명지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8년 《경남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민들레 편지』 『그곳에 다녀왔다』 『봄은 평등한가』가 있음.
이영도시조문학상 신인상, 박종화문학상, 여성시조문학상 등 수상
* 《쿨투라》 2024년 6월호(통권 12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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