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선의 시로 만난 별 Ⅱ 가수 겸 배우 차은우] 세상의 모든 햇살을 받는 당신이
[장재선의 시로 만난 별 Ⅱ 가수 겸 배우 차은우] 세상의 모든 햇살을 받는 당신이
  • 장재선
  • 승인 2024.06.0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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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햇살을 받는 당신이
- 가수 겸 배우 차은우


오월의 햇살 아래 그녀와 정동 길을 걸으며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 그녀의 아들을 생각했고
잊지 못하기에 한 번도 말하지 않는 그 마음이
못내 걸려서 걸음을 몇 번 멈춰야 했다

 

그날 밤 당신의 눈물을 만났다
친구를 잃은 당신이
괜찮아 보이는 것도 싫고
안 괜찮아 보이는 것도 싫다며
눈시울을 붉힐 때
내 눈도 뜨듯해졌다

 

세상의 모든 햇살을 받는 당신이
빛을 잃은 이들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을
언제나 잃지 말기를 바라며
나는 그날 밤 잠 속에서
그리운 이를 만나기를
꿈꿀 수 있었다.

 


시작노트

아이돌 가수로 출발한 차은우 배우에게는 ‘얼굴 천재’라는 별명이 있다. 끌밋한 외모 덕분이다. TV와 유튜브 프로그램에서는 그와 다른 유명인을 비교하는 ‘외모 이상형’ 질문이 한동안 유행했다. 신인 정치인에게 “당신의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 대표와 차은우 중 누가 잘 생겼다고 보느냐”라는 식이다. 이에 대해 한 1980년대생 청년 정치인이 자기 당 대표가 더 잘 생겼다고 대답해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됐다.

차 배우는 빼어난 외모 때문인지 연기력이 돋보이진 않는다는 평을 들었다. 그런데 최근 방영된 드라마 <원더풀 월드>에서 복수에 집착하다가 그 대상과 화해하는 중층의 캐릭터를 너끈히 소화함으로써 그런 평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각 매체 프로그램과 상업 광고에서 무시로 만나는 그에게서 초여름의 싱그러움이 물씬 느껴진다. 그의 삶에 햇살만 가득한 시절인 듯싶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도 상실의 아픔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어느 토크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됐다. 그는 아이돌 그룹을 함께 했던 한 친구가 세상을 먼저 등진 것에 대해 되돌아보다가 눈시울을 붉히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친구가 떠난 후) 내가 괜찮아 보이는 것도 싫고 안 괜찮아 보이는 것도 싫었다”라고 했다. 너무나 공감이 가서 절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차 배우가 지금 이대로의 행보를 지속한다면 화려한 영광의 나날을 더 누릴 것이다. 꼭 그러길 바란다. 동시에 그가 세상의 그늘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는 마음을 지켜줬으면 한다.

 


장재선 시인. 시집 『기울지 않는 길』, 시·산문집
『시로 만난 별들』, 산문집 『영화로 보는 세상』 등이 있음. 한국가톨릭문학상 등 수상. 문화일보 대중문화팀장, 문화부장 등 거쳐 현재 전임기자(부국장).

 

 

* 《쿨투라》 2024년 6월호(통권 12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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