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지선 풋풋 대표] 집중하는 공간, 소통하는 공간: 이지선 풋풋 대표 인터뷰
[인터뷰 - 이지선 풋풋 대표] 집중하는 공간, 소통하는 공간: 이지선 풋풋 대표 인터뷰
  • 배성연(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 승인 2024.07.02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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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기준, 한국의 커피 음료점은 총 9만 3,000여 개를 기록했다. 1년 이상 지난 지금 시점에는 이미 10만 개를 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커피’는, 그리고 그것을 즐기는 ‘카페’는 이제 한국인들의 일상에 깊게 스며들어 있는 존재다. 특히 ‘카페’는 단순히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 공간’,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벗어난 지 오래다. ‘사진을 찍고 추억을 남기는 공간’, ‘업무나 공부를 하는 공간’ 등, 카페는 방문자의 용도에 따라 다양한 공간으로 변주된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당장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어 노트북을 들고 강남역을 배회하는 직장인, 조용히 독서를 즐기고 싶은 학생이 있다. 두 사람은 인스타그램에 접속해서 ‘카페 추천’을 검색해본다. 총 511만 개의 게시물이 검색되고,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카페, 맛있는 디저트를 파는 카페들에 대한 정보가 끊임없이 새로고침 된다. 직장인은 내부 디자인이 깔끔한 카페를 선택했고, 학생은 편한 소파가 있는 카페를 선택했다. 각자가 선택한 카페에 입장한 두 사람은, 노트북을 켜고 책을 편 지 10분 내에 이 카페를 잘못 선택했음을 깨닫게 된다.

직장인이 선택한 깔끔한 카페는 책상이 너무 낮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가 허리를 숙인 채 디저트를 먹고 있었다. 그는 노트북을 책상에 올려두고 쓸 수 없어 결국 무릎 위에 올려놓고 타이핑을 해야 했다. 학생이 선택한 카페의 내부에서는 신나는 대중가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어폰을 착용하지 않으면 독서가 불가능했다. 카페에 방문한 이유는 사람마다 각각 다르지만, 그 중에서는 분명히 앞에서 본 직장인과 학생처럼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이 필요하여 카페에 방문하는 사람이 있다. ‘노마드맵’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태어났다.

일하기 좋은 공간을 소개하는 서비스 ‘노마드맵’, 노마드 워커(유목민을 뜻하는 ‘노마드’에서 따온 신조어로 휴대용 기기를 이용해 시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일하는 프리랜서) 커뮤니티 ‘노마드랑’의 이지선 대표와 운영 중인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지선 대표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풋풋 대표 이지선입니다. 자유롭게 일하는 노마드 워커를 위한 콘텐츠, 커뮤니티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운영 중이신 서비스를 크게 나누면 ‘노마드맵’, ‘노마드랑’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서비스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풋풋은 노마드맵과 노마드랑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노마드맵은 일하기 좋은 공간을 소개하는 서비스입니다. 일하기 좋은 카페부터 공유오피스, 워케이션 경험 등 노마드 워커에게 필요한 정보를 다양하게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마드랑은 노마드 워커 커뮤니티입니다. 일과 삶의 다양한 경험을 노마드 워커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 그리고 현시점에서 서비스가 추구하는 목적을 말씀해주세요.

저는 새로운 공간에서 일하기를, 특히 카페에서 일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이전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하면서 평일에도, 프리랜서 작업을 위해 주말에도 일하기 좋은 공간을 찾아 다녔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공간을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저와 같은 노마드 워커들도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제가 찾은 일하기 좋은 공간을 하나씩 공유하던 것이 노마드맵의 시작이었습니다.

노마드랑은 그 이후에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노마드맵 채널을 운영하면서 국내외 워케이션도 다니고 여러 노마드 워커를 만났는데요.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공간’ 만큼 중요한 것이 ‘관계’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여러 곳에 흩어져 혼자 일하는 노마드 워커들이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노마드랑이라는 커뮤니티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서비스 운영에 있어 가장 어려운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요? 그럼에도 가장 보람을 느낄 때가 있다면 어떤 때인가요?

노마드랑에서 운영하는 모임은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는 자리예요. 그래서 처음 만나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특별히 신경 쓰고 있어요. 그만큼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고요. 특히나 관계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안고 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예를 들어 결이 맞는 사람을 만난다든지, 인사이트가 넘치는 대화를 나눴다든지 등등 사람과 만나야만 느끼는 경험이요. 이 경험이 발전되어 모임에서 만난 노마드 워커들이 친구가 되었을 때, 일을 함께 하게 되었을 때, 아이디어가 사업으로 발전할 때, 크나큰 보람을 느낍니다.


‘노마드맵’에 추가되는 공간들의 선정 기준이 궁금합니다.

‘진짜 일할 만한 공간인가’를 판단해요. 구체적으로는 적절한 높이와 크기의 테이블, 충분한 콘센트, 등받이 있는 의자, 차분한 분위기를 고려하고요. 좋은 풍경, 멋진 인테리어, 멀티 플로어(복층), 맛있는 디저트 등 특별한 장점이 있는 공간에는 가점을 적용해서 소개하기도 해요.


‘노마드맵’에 추가되는 공간들을 보면, 단순히 공간의 특성만 나열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운영시간부터 음료의 가격, 주변 맛집까지 안내되어 있어 그 디테일에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공간 이용 시 아쉬웠던 부분을 적어두신 게 도움이 많이 되었는데요. 그렇게까지 세세하게 안내해주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일’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방문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편리함을 주고 싶었어요. 일하기도 바쁜데 이것저것 챙기기 힘들잖아요. 제가 일하러 외부 공간을 방문했을 때, 필요로 했던 정보를 정리하다 보니 내용이 상세해지더라고요. 특히 ‘아쉬워요’ 부분은 직접 방문해서 일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이라 공유해주고 싶었어요. 사실 “절대 가지 말아야겠다” 정도로 심각한 내용은 아니에요. (그 정도라면 소개하지 않았겠죠!) 하지만 사전에 알아두고 가면 끄덕끄덕하며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노마드랑 코워킹클럽

‘노마드랑’의 프로그램 중 ‘코워킹클럽’은 2024년 4월 기준 40회차 이상 진행되었으며 약 300명의 노마드 워커들이 참여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코워킹클럽 프로그램에 참여한 노마드 워커들의 현장 반응이 어땠는지, 기억에 남는 노마드 워커가 있다면 어떤 분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혼자 일하는 노마드 워커가 많아서 ‘코워킹클럽’을 기획했어요. 혼자 일하는 건 상당한 자유로움을 주지만, 어려운 점들도 있거든요. 특히 혼자 일하다 보면 늘어지기도 하고, 대화를 하며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를 쌓기 어려워요. 코워킹클럽에서 이런 부분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같은 공간에서 일하면서 느슨한 감시가 되고요. 서로가 하는 일을 보면서 긍정적인 자극을 받기도 해요. 또 여러 주제로 대화를 하면서 새로운 관점도 가져갈 수 있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계속해서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코워킹클럽은 재방문하는 분들이 많아요. 2022년 12월부터 운영했으니, 초기에 오셨던 분들은 알게 된 지 2년 가까이 되어 가요. 노마드 워커분들이 코워킹클럽에 찾아와서 새로운 근황을 전해줄 때마다 무척 반갑고 즐겁습니다.

 

‘노마드랑’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워케이션’도 흥미로웠습니다. ‘일’과 ‘휴가’가 합쳐진 ‘워케이션workcation’이라는 단어를 생소하게 느끼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워케이션’이라는 것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처음 워케이션을 떠나셨을 때는 어땠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관광업계에 있었어서 ‘워케이션’이라는 단어를 먼저 접했던 것 같아요. 특히 해외에서는 디지털 노마드를 중심으로 여행과 일을 결합한 프로그램이 퍼지고 있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제가 다니는 여행 스타일이 워케이션인지 몰랐어요. 노트북으로 어디서든 언제나(?) 일을 하기 때문에 여행지에서도 일하는 게 자연스러웠거든요.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워케이션’이란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혼자서 워케이션을 다녔어요. 한 번은 펀딩을 통해서 워케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요. 거기서 만난 분들과 일에 대한 이야기로 밤새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때 당시 일에 대해 고민이 있던 부분도 이야기를 나누며 해결되었고요. “이거다!” 싶더라고요. 노마드 워커들과 함께 떠나는 자리를 자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노마드랑 워케이션

가장 최근의 워케이션은 강화도에서의 2박 3일 일정이었죠. 프로그램에 참여한 노마드 워커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지금까지 강릉, 남해, 강화도에서 워케이션을 진행했어요. 특히 남해에서는 ‘팜프라’라는 공간에서 보름 동안 머물며 워케이션을 진행했어요. 낮에는 옥수수밭 앞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바닷가로 산책을 가고, 또 저녁에는 다 같이 모여서 요리를 해 먹으며 여름을 보냈어요. 한창 청개구리가 부화하던 시기라서 밤새도록 개굴개굴 소리가 가득했던 게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요. 그때 참여했던 모두의 마음에 언제든지 쉬러 올 수 있는 곳으로 남해가 자리 잡았다고 생각해요.

작년 말부터는 워케이션이 아닌 디지털 디톡스 캠프인 ‘스마트폰 해방촌’을 운영하고 있어요. 벌써 7회차를 운영했는데요. 스마트폰 해방촌 역시 노마드 워커들의 고민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에요. 디지털 기기로 일을 하는 노마드 워커들은 스마트폰에 대한 피로감이 상당해요. “어떻게 하면 일과 삶에 더 몰입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서 2박 3일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그러면서 스마트폰과의 적정한 거리를 찾는 시간을 만들었어요.

노마드랑 스마트폰 해방촌

‘노마드맵’이 공간 자체에 집중한다면 확실히 ‘노마드랑’은 노마드 워커 간의 커뮤니티 형성에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공간을 넘어서 사람 간의 소통으로 시각이 확장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떤 생각을 계기로 ‘노마드랑’의 커뮤니티 형성 프로그램들을 기획하시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일’은 혼자서 집중하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여러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며 발전시키는 과정도 반드시 필요해요. 노마드맵에서 소개하는 공간은 혼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고, 노마드랑의 커뮤니티는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되면서 일을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들어요.

하루에도 다양한 네트워킹 프로그램이 열리지만, 일회적인 만남이라 지속성이 낮다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처음 만날 때와 여러 번 봤을 때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다르잖아요. 그래서 노마드 워커가 지속적인 만남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관계가 얼기설기 엮일 수 있도록, 노마드랑 커뮤니티를 만들었어요. 그래서 일회적인 네트워킹보다는 코워킹클럽처럼 지속적인 모임을 만드는 것이 저희에게 더 중요해요.

 

조금 추상적인 질문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공간이 업무 효율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크다고 생각하시나요? 1에서 10까지 척도로 나타내자면?

업무에 따라 척도가 달라질 거 같은데…! 저는 6인 것 같네요. 특히나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할 때, 일하기 좋은 공간은 부스트를 달아줘요. 하지만 공간보다는 ‘마감’이 훨씬 효율을 높여준다고 생각해요(웃음).

 

치앙마이 워케이션

위 질문에 이어서, 공간에 따른 업무 효율의 변화를 체감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경험담을 들려주세요.

쳐내야 할 일이 많을 때 공간을 활용하기도 하는데요. 카페 하나를 방문할 때마다 하나의 작업을 끝내는 거예요. 그리고 다음 카페를 가면 다음 태스크를 하고요. 이렇게 하면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일할 수 있더라고요.

 

앞으로 계획 중인 서비스 개발이나, 새로운 프로그램이 있다면 살짝 스포일러 부탁드려요.

노마드랑에서 멤버십을 준비하고 있어요. 더 지속적인 연결을 많이 만들려고요. 모두에게는 삶의 주기가 있잖아요. 같은 형태는 아닐지라도 계속해서 변화할 거예요. 기나긴 인생을 살면서 계속해서 근황을 업데이트하고, 필요할 때는 서로를 도울 수 있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서로를 응원하고 함께해 줄 수 있는 친구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배성연 2000년 서울 출생. 고양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현재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재학 중. SAMG엔터테인먼트에서 마케터로 근무했음.

 

* 《쿨투라》 2024년 7월호(통권 12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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