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무명 가수 30호 ‘덕질’ 매뉴얼: 이정란 『Jtbc 싱어게인 무명 가수 30호 이승윤 현상』
[북리뷰] 무명 가수 30호 ‘덕질’ 매뉴얼: 이정란 『Jtbc 싱어게인 무명 가수 30호 이승윤 현상』
  • 조진주(본지 인턴)
  • 승인 2021.05.0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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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리듬의 근육질을 몸속에 숨긴 아름다운 야생마’가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Jtbc 〈싱어게인-무명가수전〉이라는 프로그램에 노래 잘하는 무명 가수들 틈에 ‘자아와 멜로디를 잘 반죽해 독특한 리듬으로 창조해내는 아티스트’ 하나가 끼어 있었다. 다른 참가자들과 차원이 다른 행보를 보이며 매 라운드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킨 30호라 불렸던 가수 이승윤. 그는 개성적인 편곡과 독특한 퍼포먼스로 심사위원들과 시청자를 매료시켜 최종 우승자가 되었다.

  프로그램 종영 이후에도 그의 인기는 시들 줄 모르는데, 그에게는 여타 많은 경연 프로그램에서 스타가 된 가수들에게서 볼 수 없는 특이점이 있다. 이 책은 그를 지지하는 대중들의 환호를 하나의 현상으로 파악하고, 대중들이 왜 그에게 매료되는지,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가 된 가수들과의 차별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쓴 글이다.

  저자는 그의 노래를 이렇게 평했다.

  “가사가 멜로디를 가져다주고 멜로디가 가사를 데리고 오는 음악이어서 가사와 멜로디의 합이 찰지다. 찰진 노래가 그의 음색에 얹혀 몸으로 발산될 때 그는 스스로의 음악에 최적화된다.”

고정 팬 확보에 성공한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JTBC

  대중음악이 사랑, 이별, 배신, 상처, 우울감 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금, 가수 이승윤은 그것을 훌쩍 초월해 삶을 성찰해 길어 올린 자신만의 철학을 발포한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발길에 차이거나, 좁은 라이브 카페에서 소수 사람들의 환호에 묻혀 금방 사라지기에 아까운 노래들이 그의 음악 창고를 꽉 채우고 있다.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스타가 된 가수들과 다른 지점 중 하나가 바로 이것, 자신의 세계가 이미 구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시적인 순간들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저자에게는 그렇게 나타난 이승윤이 바로 ‘이미지’ 그 자체로 느껴졌다.

  저자는 그 노래들이 아우성으로 그를 세상 바깥으로 밀어낸 것인지도 모른다고 언급한다. 그 덕분에 노래로 철학하는 30호 장르의 가수는 지금 ‘탄생’한 것이 아니라 이제야 ‘발견’되었다고 말이다.

  ‘순수한 팬의 마음으로 쓴, 그의 노래에 대한 군더더기 없는 화답의 글’인 이 책은 대중들에게 어필되고 있는 그의 매력을 객관적으로 짚어주어 쉽게 공감이 갈 뿐 아니라 군더더기 없이 써내려간 글이어서 깔끔하게 읽힌다.

  이 책을 통해 가수 이승윤의 음악이 여타 가수들과 다른 부분이 무엇인지, 또 뛰어난 부분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를 접한다면 그의 음악의 깊은 결, 가수의 영혼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그를 더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덕질’ 포인트를 알려주는 좋은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저자 이정란은 1999년 《심상》 신인상을 통해 등단한 시인이다. 시집 『이를테면 빗방울』, 『눈사람 라라』 외, 산문집 『딸아, 세상은 단풍 든 숲속의 길처럼 아름답다』, 『간이역 풍경』, 『시비로 만나는 아름다운 시』 등이 있다. 2019년 서울문화재단 ‘예술가 지원’ 작가에 선정되었으며, 현재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 《쿨투라》 2021년 5월호(통권 8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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