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불리지 않는 노래의 시련: 임진모 『국가가 위기다』
[북리뷰] 불리지 않는 노래의 시련: 임진모 『국가가 위기다』
  • 임현지(본지 인턴)
  • 승인 2021.05.05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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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눈으로 보기만 해도 머릿속에 멜로디가 떠오를 만큼 한국인에겐 숨 쉬는 것만큼이나 익숙한 문장이다.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노래, 우리의 정체성을 나타내주는 노래, 바로 애국가이다. 애국가는 우리 삶에 녹아들어 다양한 상황에서 들을 수 있다. 국가의례 뿐만 아니라 학교 음악시간에, 정규방송이 끝난 후 TV에서, 하다못해 퀴즈 경연프로그램에서까지(애국가 가사의 빈칸을 채울 단어를 찾을 때)말이다. 스포츠 경기가 시작될 때에도 가슴에 손을 얹은 선수 뒤로 애국가가 흘러나온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국가 대 국가의 상황에서 흘러나오는 애국가는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고, 우리가 ‘하나’라는 것을 상상하게 한다.

  우리나라의 애국가처럼, 모든 나라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國歌)가 있다. 나라의 이상과 영예를 드러내며, 저마다 탄생의 비화를 안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지난 두 세기 간의 전쟁과 분란, 해방과 독립의 역사 속에서 탄생했다. 그래서일까? 연대와 전체주의보다는 개인의 취향과 자유, 평등 그리고 다양성이 중요해진 현재와는 부합하지 않는 가사와 이념들이 곳곳에서 등장하여 국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국가를 바꿔야한다는 논쟁에 지구촌의 많은 나라들이 휘말려 있다.

“국가가 탄생한 지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프랑스와 파리 사람들은 ‘자유·평등·박애’의 가치를 국가와 함께 애국심과 자부심으로 연결한다. 하지만 위대한 프랑스 국가마저도 이 시대의 ‘국가의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가사 측면에서의 선동성은 물론이요, 외국인들에게 배타적이고 혐오적인 내용이 산재해 가사를 부드러운 언어로 수정해야한다는 여론이 쭉 이어져 왔다. 실제로 프랑스의 식민 통치를 받은 북아프리카 국가 알제리 사람들은 〈마르세유의 노래〉에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민자 출신 축구 스타들은 국가 대항전에서 국가 제창을 거부하고 가사에 대한 반대성명을 내놓기도 한다.”
- 「프랑스의 국가 〈마르세유의 노래〉」 중에서

  대중음악 평론가이자 팝 칼럼니스트인 저자 임진모는 한 나라를 나타내는 노래임에도 어느 누구도 선뜻 정리하려고 나서지 않았던 ‘국가’를 둘러싼 논쟁들에 문을 품고 6개 대륙 67개국의 국가를 다루어냈다. 『국가가 위기다』는 각 나라의 국가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과정을 거쳐 널리 불렸으며, 국가를 둘러싼 갈등과 논란은 어떤 것인지 등을 살펴보는 기획이다. 국가를 통해 각국의 역사를 개괄하는 한 편의 압축 세계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아시아부터 유럽, 북미, 중남미, 아프리카, 오세아니아까지 거의 전세계의 국가들을 다룬다. 저자는 단순히 국가와 각국의 역사 뿐 아니라 작곡가와 작사가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국가가 어떤 논란에 휩쓸렸는지에 대해 다루며 이야기를 풍요롭게 만든다. 또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관련된 에피소드 등 다양한 방향에서 ‘국가’를 다루어 흥미진진하면서도 유익한인 문교양서의 결을 만들어내고 있기도 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우리’보다는 ‘나’가 더 익숙해진 요즈음, 우리에게 점점 낯설어지는 ‘국가(國家)’를 ‘국가(國歌)’라는 맥락을 통해 바라보게 하는 이 책은 오랫동안 대중가요를 통해 세계를 바라본 필자의 독특한 시선이 담겨 있어 매력적이다.

 

 


 

* 《쿨투라》 2021년 5월호(통권 8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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