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철학자와 팝콘 먹고, 감독과 토론하다: 『영화 유튜버 라이너의 철학 시사회』
[북리뷰] 철학자와 팝콘 먹고, 감독과 토론하다: 『영화 유튜버 라이너의 철학 시사회』
  • 최혜리 (본지 인턴)
  • 승인 2021.05.05 0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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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버이자 영화 칼럼니스트인 라이너가 스크린 뒤에 숨겨진 더 영화적인 이야기들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낸 『영화 유튜버 라이너의 철학 시사회』(중앙books)를 펴냈다.

  독일 시인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이름에서 따온이 영화 평론가는 문학을 전공하고 소설가가 되기 위해 시와 소설, 철학에 빠져 청년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유튜브라는 세계에 진입한 그는, 다소 자본 친화적일 수도 있는 매체에서 자신의 얘기를 시작하게 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라이너 TV’라는 게임 관련 채널로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으나 지금은 ‘라이너의 컬쳐쇼크’라는 영화 전문 채널로 더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이 유튜버는 게임 방송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유쾌하고 입담 좋은 게임 유튜버는 어디가고, 세상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석가가 그 자리에 앉아 있으니 오죽할까. 그러나 그 점이 오히려 구독자들의 흥미를 끌었던지, 라이너는 특유의 =매서운 입담과 다양한 콘셉트의 영화 분석을 통해 많은 구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간지 《매경 ECONOMY》에 영화 칼럼을 연재 중이며, MBC 〈섹션TV 연예통신〉, KBS Cool FM 〈사랑하기 좋은날 이금희입니다〉, KBS 1Radio 〈주진우 라이브〉, 인기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등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바 있다. 앞으로 디지털 시대의 글쟁이로서 계속 글에 파묻혀 살며 양질의 콘텐츠를 선보이고자 하는 이들에게 라이너는 재기발랄한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철학자가 영화관에 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영화’와 ‘철학’을 모두 사랑하는 그는 으레 사람들이 갖곤 하는 철학의 편견에 대해 아쉬워했다. 그에게 있어 철학은 ‘나’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학문일 뿐이다. 살아가면서 세상에 던지곤 하는 수많은 질문들이 모두 철학의 일부가 될 수 있으며, 그러한 질문을 던지는 행위는 자신만의 생각을 확립하고 독자적인 삶을 그려나가게 만든다. 이 책은 라이너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삶에 던지는 질문의 나열일 뿐이다. 우리가 사랑했던 수많은 영화와, 우리를 울게 만들었던 수많은 인물들의 삶에 물어보는 것이다.

  라이너만의 철학적 시선으로 풀어낸 영화에 대한 인문학적인 사유는 소크라테스부터 헤겔, 니체 등 시대를 초월한 총 11명의 철학 거장들의 시선을 통해 11편의 작품들을 입체적이고 다층적인 시각으로 새롭게 감상할 수 있게 안내한다. 또한 간결한 인포그래픽으로 자칫하면 엉키기 쉬운 철학적 사유와 영화 스토리를 보기 좋게 정리했다. 그의 인문학적인 도슨트를 따라가기만 해도 어느덧 우리가 사랑했던 순간들의 또다른 일면을 마주하고 지적 즐거움을 주는 신선한 해석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말한 ‘개인적인 것’은 한 인간이 성장하고 살아가며 겪는 경험과 얻어내는 지식, 사유와 선택과 행동의 총합으로서의 개인을 의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봉준호는 상당히 개별적이고 특수한 존재예요. 대한민국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태어나 입시 교육을 받고, 대학에 진학한 후 영화감독의 길을 걸었던,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한국 사회에서 독특한 이력을 지닌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지닌 개별적인 특수성을 보편적인 이야기 형태로 표현했기 때문에 그는 세계적인 감독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가 만든 이야기는 세대를, 이념을, 국경과 언어와 문화와 인종의 장벽을 넘어섰습니다. 그 초월성이야말로 봉준호가 말한 또 하나의 언어, ‘시네마’입니다.
  -「봉준호, 정반합 그리고 헤겔」 중에

  시대가 어려우면 영웅을 갈망한다고 했던가요. 유리는 역사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고, 그런 배경 때문인지 늘 영웅을 원하고 반기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히어로 무비의 대유행을 이끌어 가는 블록버스터 시리즈가 ‘어벤져스’입니다.
  -「아이언맨의 눈물이 황홀한 이유」 중에서

  영화는 조커의 춤을 대단히 주요하게 다뤄요. 처음에는 어설펐지만 점차 내면의 자신을 드러내고, 윤리적인 족쇄를 풀어낼 때마다 자유롭게 변모하는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그의 살인 행위와 결합했습니다. 위버멘시가 된 조커가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그 춤이 지닌 예술적 가치뿐인 것이죠. 그가 실행한 살인과 그가 전한 메시지는, 니체의 기대와는 다르게 미치광이의 발광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니체에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초인의 시대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죠.
  -「아무도 그의 농담에 웃지 않았다」 중에서

 

 


 

* 《쿨투라》 2021년 5월호(통권 8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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