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화비평] 국립예술단체의 예산 딜레마, 이제는 벗어야 한다
[청년문화비평] 국립예술단체의 예산 딜레마, 이제는 벗어야 한다
  • 윤인혁(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 승인 2023.03.06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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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을 전공한 나에게 있어서 국립예술단체라고 하면, 국립국악원과 국립극장을 떠올리게 한다. 국악계의 중추인 두 기관은 국악인들의 워너비 직장인 동시에, 꿈의 무대이기도 하다. ‘국립’이라는 명칭이 주는 무게감, 안정적인 직장, 연주자 개인의 명예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립’이기 때문에 생기는 시비도 있다. 바로 예산이다. 예산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지원받는 국립예술단체는 공연의 흥행 부진, 대규모 공연장 운영 등으로 쌓이는 적자에 사람들은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또한, 공연의 완성도 혹은 기관 자체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세금이 언급되기도 한다. 이는 공연을 기획하는 데 있어서 흥행 여부나 관람객의 취향을 고려하느라 정작 국립예술단체의 설립 취지에 어긋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러한 딜레마는 시장에서도 가장 마이너한 장르에 속하는 국악에 있어서 고질적인 고민거리이다.

2023년 본예산 기준 국립국악원 운영비는 약 562억, 국립극장의 운영비는 약 338억이다. 이는 운영에 소요되는 예산만 계산해봤을 때이고, 인건비와 기본경비, 각종 특수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을 합하면 두 기관의 올해 예산은 가뿐히 1천억을 넘어간다. 국악원과 국립극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립예술기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라는 비판이 종종 듣는다. 특히 국악 관련 국립단체가 이러한 비판을 받는 데에는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연유도 있다. 종묘제례악이 일본·프랑스·독일 등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국립창극단의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은 싱가폴·런던·아스테르담·비엔나의 페스티벌에서 매진을 기록했다. 이처럼 해외에서도 인정하는 국악이 유난히 국내에서 냉대를 받는다. 제대로 된 공연보다는 미디어에 노출되는 단편적인 이미지만 보고 지루하거나 시대에 뒤처져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립국악원과 국립극장은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노력이 때로는 잘못된 방향으로 엇나가기도 한다. 2019년 국립국악원 대표공연 〈신화를 만난 국악판타지 붉은 선비〉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일부 문화예술기자들에게 부족한 완성도를 지적받았으며, 국악계 내부에서는 창작보다는 전통의 보전과 계승에 초점을 맞춰야 할 국립국악원의 목적성과는 부합하지 않다거나 국악이 음향적인 효과에 그쳐 도구화되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러한 무리한 시도의 이면에는 관람객을 유치하고 공연을 흥행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했을 것이다. 따라서 세금으로 운용되는 국립예술기관은 흥행과 예산의 효용성 측면에서 강한 압박을 받는다. 비록 당시 공연 좌석이 대부분 찼으나 평단의 혹평을 받은 것은 기관의 목적을 벗어났던 무리수가 작용했다는 점이다.

반면에 2022년 국립국악원 대표공연 〈임인진연〉은 국악계 내부는 물론 관객들에게도 큰 만족감을 선사했다. 조선시대 마지막 궁중잔치를 재현한 〈임인진연〉은 화려한 무대와 의상, 음악과 정재(呈才: 궁중무용)뿐만 아니라 의례 자체를 복원하여 국립국악원의 존재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또한, 의례를 복원함으로써 공연예술에 그치지 않고 정확한 고증을 통해 역사적 의미까지 가지며, 국립국악원이 사립단체와 차별되는 연구·학술 가치도 입증했다. 이로써 명확하게 밝혀진 사실은 국립예술기관이 필요성을 증명하고 시비에서 벗어나려면 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립예술단체는 끊임없이 예산의 효율성 측면에서 의심과 압박을 받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정공법은 기관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는 것이다. 즉,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두려워할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받은 세금을 공연예술을 통해 국민에게 다시 돌려줄 방안이 우선이다. 특히 예술과 예술가의 사회적 가치를 명확하게 인정받지 못하는 한국사회에서 국립예술기관이 해야 할 일은 설립된 목적성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것이다. 그것이 국립예술기관이 존재하는 까닭이고 세금을 지원받는 가장 큰 이유이다.

 


1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도 예산 및 기금운영계획 사업설명자료(공개용) 1권』 참고.


 

 

* 《쿨투라》 2023년 3월호(통권 10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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