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화비평] 지적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논할 때
[청년문화비평] 지적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논할 때
  • 김제인(출판마케터)
  • 승인 2022.12.1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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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장애인에게도 나쁜 남자와 사랑에 빠질 자유는 있지 않습니까?”

장안의 화제였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0화에서 작중 주인공인 우영우 변호사가 던진 대사이다. 드라마는 꾸준히 소수집단의 이야기를 건네며 응원을 받았지만, 해당 대사는 10화를 논란의 중심에 세웠다. 10화는 지적장애인 딸 A씨가 비장애인 남성 B씨와 성관계를 맺었다는 이유로 A씨의 어머니가 B씨를 고소하는 형사사건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우영우 변호사를 찾아가 남자친구 B씨를 사랑한다고 말하며 그가 감옥에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A씨. 이에 우영우 변호사는 문제의 대사를 던지고 이를 들은 A씨의 어머니는 분노한다.

지적장애인 여성이 쉽게 성폭력에 노출되는 사회에서 어머니의 분노가 이해되지만, 불편한 감정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작중에 나온 A씨의 발달 연령이 13세였기 때문에, 정말 사랑해서 한 성관계였는지, 혹은 일종의 강압이 있었는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이 권리는 행복추구권이자 인권으로, 적극적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성생활을 스스로 결정하는 권리’이자 소극적으로는 ‘원하지 않는 사람과의 성행위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즉 성폭력 재판이 증거주의 원칙이 우선인 타 형사재판과는 다르게 피해자의 주관적인 입장을 중시하는 것은, ‘스스로 결정’하고 ‘거부’하는 권리의 특성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허나 지적장애인은 자신이 원하는 성생활을 스스로 결정하고 거부할 지적 수준을 갖췄는가? A씨의 성관계가 사랑이었는지, 강압이었는지 규명하기 이전에, 우리는 지적장애인을 입장 표명이 중시되는 재판에 세우는 것이 적합한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드라마 속에서 엄숙한 재판장에 서자 울음을 터뜨리는 A씨의 모습이 이러한 불합리함을 반영하는 게 아닐까 하는 질문을 말이다. 결국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논란의 불씨를 키웠던 이유는 10화에서 정답이 아닌 화두를 던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금기시되는 ‘지적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묘사가 앞으로도 지속해서 화두로 등장한다면, 이러한 논의도 진일보할 것이다.

 


김제인 출판마케터,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위원

 

 

* 《쿨투라》 2022년 12월호(통권 10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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