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인동덩굴'
이종욱 '인동덩굴'
  • 쿨투라 cultura
  • 승인 2020.08.0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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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근원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의 노래

이종욱 시조집 인동덩굴

 

시조문학신인상 당선으로 문단에 등단한 이종욱 시인이 첫 시조집인동덩굴을 도서출판 작가에서 펴냈다. 우진(祐振) 이종욱 시인은 1954년 경북 김천시 증산면 장전리에서 태어나 대구교육대학교·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시조문학신인상 당선으로 문단에 등단하였으며, 평생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지례·농소·김천신일초등학교 교장을 역임했다. 황조근정훈장을 받았으며, 현재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이다.

저자는 평생을 교직에 몸담으며 늦깎이로 등단했지만 시조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그 누구보다 뜨겁다. 정형의 율격 안에 자신의 경험과 사유를 진솔하게 용해한 시 세계는 소박하면서도 정겹고 따사롭다.

6부로 나뉘어져 총 74편의 신작 시조를 수록한 이번 첫 시조집인덩덩굴에는 교사와 신앙인으로 살아온 그의 올곧은 인품이 시의 행간에 잘 녹아 있다. 그의 시선은 고향과 어머니와 아버지,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신앙심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존재의 근원을 향한 한없는 그리움과 사랑을 담백하게 육화하여 잔잔한 감동을 안긴다. 화려한 수사나 번뜩이는 이미지를 구현하고 있지 않아서 오히려 더 인간적이다.

 

봄 햇살 쏟아지는

고향집 장독대를

 

멍하니 바라보면

쪽진 머리

일렁인다

 

겨우내

얼어붙은 가슴

언제쯤에

풀리려나

- 그리움전문

 

시조 그리움에서 핵심 이미지는 쪽진 머리. “봄 햇살 쏟아지는/고향집 장독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쪽진 머리가 일렁인다. 바로 그리운 어머니의 모습이다. 장독대는 어머니가 늘 찾는 곳이다. 그곳을 드나들던 어머니를 자주 보아온 화자는 그 정경이 뇌리에 박혀 있어서 항상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에 장독대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자아내는 현장이다. 언제까지나 기억 속에 살아계시는 어머니. 그러나 어머니의 부재로 말미암아 겨우내 얼어붙은 가슴이 언제쯤에 풀릴지는 모른다.

 

눈보라 휘몰아쳐도

언 잎을 놓지 않고

 

시린 땅 끌어안고

삼동을 견딘 줄기

 

꽃으로 피워 올린다

살을 찢는 그 아픔을

- 인동덩굴전문

 

표제작인 인동덩굴눈보라 휘몰아쳐도/언 잎을 놓지 않고//시린 땅 끌어안고/삼동을 견딘 줄기에 눈길이 온통 가 있다. 그 모습에서 삶의 이치와 의미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끝까지 견디는 것이 곧 목숨이라는 것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종내 꽃으로 피워 올리는 데 개화에 이르기까지 살을 찢는 아픔이 있었음을 또렷이 기억한다. 인동덩굴은 시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시의 방향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시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요양병원에서는 요즘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노래하고 있으며, 저무는 오일장 2는 요즘 잘 보기 힘든 오일장 풍경을 보여주고, 아버지의 초상 1은 누구의 아버지라고 규정할 수가 없는 이 세상 모든 이들의 아버지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어머니의 숨결과 그림자를 느낄 수 있는 고향집, 바느질, 소설등의 단시조도 만날 수 있으며, 역동적인 시편 춤사위에서는 저 일몰 앞에 서면 이 땅마저 바다인데/물굽이 솟는 파도 일렁이는 너의 눈빛의 정서와 교감한다. “아침저녁 불어대는 철이 없는 바람처럼/싸늘한 가슴 안고 밤을 지샌 자맥질끝에 끈끈한/이 끈끈한 삶으로 말미암아 북소리는 목이 멘다.

이처럼 그의 작품 세계는 끝없는 존재의 근원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의 노래. 시인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애틋한 정조와 분리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생애 첫 시조집의 제목을 인동덩굴이라고 명명한 것이다. 고향의 정경을 그리며 어머니를 지극히 사모하는 가운데 시심은 또한 존재론적 성찰로 나아가고, 신앙을 바탕으로 한 사람살이에 대한 탐구의 세계로 진행되고 있다. 이렇듯 그가 바라보는 인생과 자연은 순리와 화합과 상생이다.

영원을 추구하는 그의 시조 인생길에 이번 첫 시조집 인동덩굴은 든든한 주춧돌이 될 것이다.

 

 

<추천사>

그의 적잖은 작품들을 살피면서 그의 모습을 자주 떠올리고는 했다. 글과 사람의 행복한 일치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 세계는 존재의 근원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의 노래. 시인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애틋한 정조와 분리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생애 첫 시조집의 제목을 인동덩굴이라고 명명한 것이다. 고향의 정경을 그리며 어머니를 지극히 사모하는 가운데 시심은 또한 존재론적 성찰로 나아가고, 신앙을 바탕으로 한 사람살이에 대한 탐구의 세계로 진행되고 있다. 이렇듯 그가 바라보는 인생과 자연은 순리와 화합과 상생이다.

- 이정환(시인·정음시조문학상 운영위원장)

 

 

<본문 속으로>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하고 한글을 쓰며 시조를 지을 수 있음에 나는 무엇보다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순 고개 중반을 넘어선 둔재로서 운암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시조공부의 첫걸음을 띠게 되었고, 백수문학아카데미 시조교실에서 시조의 맛과 멋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다.

이 특별한 인연에 대하여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 시인의 말 중에서

 

굳은 살 양말 삼아

고무신 아껴 신고

 

지게 등짐 지며 나른

그 많은 새벽들을

 

발가락

피맺힐 때마다

어금니로 버티셨나

- 아버지의 초상 1전문, 33

 

문풍지 울어대는

잠 못 이루는 밤

 

허기진 가슴 속에

끈 하나 묶여 있다

 

어머니

불러보아도

풀 길 없는 그리움

- 소설전문, 80

 

<인동덩굴> 차례

 

시인의 말

 

1부 그리움

15 고향 나들이 1

16 이사

17 청암사

18 독거노인

19 박꽃

20 가로등

21

22

23 그리움

24 인동덩굴

25 요양병원에서

26 어머니

 

2부 바위옷

29 선바위

30 저무는 오일장 1

31 저무는 오일장 2

32 바위옷

33 아버지의 초상 1

34 아버지의 초상 2

35 아버지의 초상 3

36 아버지의 초상 4

37 선돌立石

38 유모차 할머니

39 산나리 꽃

40 쪽방 촌

41 춤사위

 

3부 명금폭포

45 이른 봄 1

46 이른 봄 2

47 명금폭포

48 진달래

49 믿음

50 교만

51 새봄날

52 목련꽃

53 오월 어느 날

54 새아씨

55 밤 안개 속의 데이트

56 북소리

 

4부 허수아비

59 단풍

60 가을 하늘

61 허수아비

62 입추

63 구절초

64 고추잠자리

65 아내의 가을

66 풍경소리

67 갈대

68 가을 강가에서

69 소설의 기쁨

70 탱자나무 울

71 다듬이질

 

5부 묵정논

75 고향집

76 한 맺힌 고비사막

77 묵정논

78 보릿고개

79 바느질

80 소설

81 옛 친구

82 지게

83 고향 나들이 2

84 사모곡

85 보리타작

86 수도계곡

 

6부 증도의 별

89 참숯불

90 호접란

91 보이스피싱

92 독설

93 못난 친구

94 코로나 19

95 황혼의 노래

96 외손녀

97 봄나들이

98 증도의 별

99 신기료 아저씨

101 참나무 사설

 

해 설

102 존재의 근원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의 노래 _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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