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Theme] 유튜브에 미친 세상에서 살아남기
[9월 Theme] 유튜브에 미친 세상에서 살아남기
  • 정신선(방송작가,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
  • 승인 2020.09.03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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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안간, 외롭다. 불쑥 고개를 쳐든 외로움 때문에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리지만, 다른 이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2005년 세상에 유튜브가 등장하고 짝꿍격인 아이폰(2007년)이 등장하며 세상은 유튜브 바라기가 되어 한 곳을 보는 눈치다. ‘UCC’처럼 신선한 단어로 호기심을 끌던 영상콘텐츠는 언제부터인가 ‘유튜브’, ‘1인 크리에이터’, ‘1인 방송’… 이런 단어들로 우리 가까이에 맴돌고 있다. 생각해보면 이런 말들은 2000년대 초만 해도 낯선 용어였고,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개념들이었다. IT 기술혁명의 총아인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말이다. 기관총의 발명이 1차 세계대전을 생지옥으로 만들었던 것처럼, 스마트폰과 초고속 인터넷 같은 IT 기술의 발전은 평온하던 아날로그 시대를 대격변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만들었다.

 

  유튜브에 두 손 든 지상파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만들듯이, 기술 발전이 사람들을 춤추게 만들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해서, 스마트폰으로 영상편집하고, 스마트폰으로 바로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하는 것이 가능하다. 능숙한 사람이라면 30분이면 이런 일들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예전에는 방송국에서 수십 명의 스탭들이 달라붙어서 했어야할 일을 한 사람이 손바닥만한 스마트폰 하나로 너무나 간단히 해내고 있다.
  그런데 유튜브의 성장, 1인 방송의 도약에 대형 방송국들조차 흔들리고 있다. KBS, MBC, SBS 지상파 방송 3사의 광고 매출은 초고속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2019년 7월, MBC 노동조합은 다음과 같은 비통한 성명을 발표해서 화제가 됐었다. “어제 하루 MBC 광고매출이 1억 4천만 원을 기록했다. (중략) 임직원 1,700명의 지상파 방송사가 6살 이보람 양의 유튜브 방송과 광고매출이 비슷해졌으니, MBC의 경영 위기가 아니라 생존 위기가 닥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유튜버의 수입이 증가한 것을 넘어 미디어 권력이 TV에서 유튜브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자료이다.

 

  요즘 진정한 셀럽이라면 과거처럼 TV에만 얼굴을 비춰서는 안 된다. 유튜브에서 뜨는 것은 기본이다. <개그콘서트>, <웃찾사>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이 어느새 지상파 TV에서 사라져버렸다. 그 많던 개그맨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바로 유튜브 세상으로 이사갔다. 개그맨들이 유튜브에서 자신들만의 코미디를 하며 밥벌이를 하고 있다. 오늘도 작가 구인 공고에는 신규 유튜브 채널 런칭에 함께할 작가 모집이 올라온다.
  지금은 당연하지만 변화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TV 방송국들이 하던 역할을 유튜브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대신하고 있는 사실은 놀라운 변화다. 올드 미디어와 뉴미디어로 갈라지고, ‘올드’한 영역에만 머물던 사람들은 어떻게든 신세계로 진출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요즘이다. 유튜브에 편승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듯한 이 느낌은 잠시라도 책을 보고픈 우리의 마음을 적잖이 불편하게 만든다. 변화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그 자체로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연필을 들고 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브이로그를 만든다. 나는 종종 이런 표현을 쓴다. “제가 어렸을 때 읽은 책에 이렇게 멋진 구절이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제가 어렸을 때 유튜브 영상을 하나 봤는데, 정말 멋진 그림이었죠”라고 말하겠지? 나쁘다 꼬집을 수 없는 이런 상상을 하고 보니 괜히 펜과 종이에 연민이 생긴다. 그저 그들은 텍스트보다는 영상으로 사고하는 시대에 충실했을 뿐인데 말이다. 유튜브가 세상을 미쳐 돌아가게 만들고 있는데, 혹시 문과라서 죄송한… 인문학의 위기가 더 심화되는 것은 아닐까, 이런 걱정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변화의 물결 속에서 ‘올드’하게 살 것인가? ‘뉴’하게 살 것인가? 이런 강요에 가까운 질문지를 우리는 받아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유튜브를 비롯한 뉴미디어 세상이 마니아들이 득시글대는 세계라는 점이다. 소수의 지상파 방송국이 브라운관을 독점하던 보편성의 시대에서 특정 분야의 덕후들이 열광하는 특수성의 유튜브 세상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이, 세상의 모든 인문학이 유튜브 세상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이제 유튜브로 인문학하기를 꿈꾸면 안 되나? 문과라서 죄송한 ‘문송’들이 영상으로 새로운 꿈을 꾸는 시대가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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