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해음’으로 풀어보는 옛 그림
[북리뷰] ‘해음’으로 풀어보는 옛 그림
  • 손희(본지 객원기자)
  • 승인 2021.01.08 14: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형철 『그림에도 궁합이 있다』

 

  당신과 ‘궁합’이 맞는 그림은 어떤 그림일까? 옛 그림을 ‘해음’으로 읽는 순간, 그림이 속삭이는 이야기가 들린다. 옛 그림을 읽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한 권의 책 『그림에도 궁합이 있다』(심형철, 도서출판 민규)가 출간되었다.

  우리가 그림을 보고 감상하는 방법은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 색채가 주는 즉각적인 즐거움도 크지만, 그림에 대한 배경 지식을 알고 나면 기존의 시각과는 전혀 다르게 그림이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그림이 건네는 감동의 파고도 차이가 난다. 그중에서도 옛 그림이 주는 재미와 묘한 울림은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그림은 모두 화가의 상상력에 의해 그려진 그림입니다. 그림의 각 장면을 화가가 마주하고 그린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꽃피는 시기가 다른 매화와 목단을 같이 그렸거나 활동 시간이 다른 나방과 나비를 함께 그렸습니다. 화가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그림의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하기 위해 ‘해음현상’을 이용하여 교묘하게 각 소재를 배치한 것입니다. 따라서 작품성보다는 실용성이 강조되고, 그림의 내용이 자연현상과 일치하지도 않습니다. 각 그림 안의 동물과 사물은 모두 글자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 글자들을 순서에 맞게 조합하여 해독하는 것이 바로 그림을 읽는 것입니다.”

 

<백록도(百祿圖)> 1, 화암
화암(華岩, 1682~1756, 중국)은
유행을 따르지 않고 전통 화법에 따라 그림을 그렸으며
시서화(詩書畵)에 모두 뛰어났다

  저자 심형철은 ‘해음’이라는 그림을 읽는 새로운 지도를 우리에게 펼쳐 보인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개념일 수 있는 ‘해음’은 사실 중국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과 중국의 옛 그림을 ‘해음’을 통해 읽어내며, 그림에 숨겨진 비밀을 그 누구보다 쉽고 재미있게 밝혀내고 있다. 그 비밀의 열쇳말인 ‘해음’을 알면 나와 ‘궁합’이 맞는 그림을 찾을 수 있는 안목이 덤으로 주어진다.

  <왕의 남자> 이준익 영화감독은 “어릴 때 그 어떤 직업보다 훌륭한 일이라 생각한 것이 화가였다. 동양화를 공부하다 생활고 때문에 영화계로 들어섰지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꿈은 여전히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심형철 작가의 글은 새삼 그림에 대한 오래된 미망을 확인하게 만들었다. 그의 이번 책은 한국과 중국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부터 중국 전문가다운 디테일한 문화 이야기까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양하고 풍부한 그림 이야기로 가득하다.”고 평한다.

  또한 김월희(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여기 그림을 읽는 또 하나의 길이 있다. ‘소리로 읽는 그림’의 길이 그것이다. 소리로 그림을 읽고, 그림을 이해함으로 사람과 삶을, 또 사회와 문화를 통찰하는 길이다. 글자 하나에 소리[音]와 이미지[形], 뜻[意]을 켜켜이 담아낼 수 있는 한자 덕분에 가능했던 현상이다. 소리와 이미지가 어우러져 글자와 그림이 소통하는 옛 그림의 다채로운 형상들, 그 흥미진진한 세계를 저자는 예의 해박한 붓끝으로 흥겹게 그려내고 있다.”고 평한다.

  이 책에서 소개한 옛 그림에는 자주 등장하는 소재들이 있다. 예를 들어 고양이와 나비, 국화 고양이, 게와 갈대, 백로와 연밥, 매화와 까치, 박쥐와 복숭아, 맨드라미와 수탉 등은 궁합이 잘 맞는 옛 그림의 소재들이다. 한 그림 안의 각 소재들의 이미지가 서로 조화되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낸다. 이 의미를 알아가는 것이 그림을 읽는 과정이다.

  저자는 옛 그림을 읽는 방법의 하나로 그림의 소재에 해당하는 해음을 찾아 전체의 의미를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중국 그림과 우리나라 그림을 통해 그림을 읽는 방법이 한자 문화권에서 공유되고 있다는 것을 잘 설명하고 있다. 특히 해음을 이용하여 특정한 의미를 나타내는 옛 그림들은 자연현상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 많은데, 이는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화가가 의도적으로 배치했다는 것을 독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책에 소개한 그림과 관련한 문화를 소개하여 독자들이 옛 그림을 읽는 방법과 함께 배경 지식을 쌓을 수 있는 팁도 제공하고 있다.

 

<일로연과도(一路連科圖)>, 진지불
진지불(陳之佛, 1896~1962, 중국)은
중국의 근현대 예술가이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미술학교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
특히 화조도에 재주가 뛰어났으며
500여 폭의 작품을 남겼다.

  이 그림은 중국의 <하화도(荷花圖)>입니다. 하화(荷花)는 연꽃입니다. 중국에서는 부귀를 상징하는 꽃은 목단, 은일(隱逸)-도연명의 「귀거래사」와 관련-을 상징하는 꽃은 국화, 군자를 상징하는 꽃은 연꽃이라고 합니다. 연꽃은 불교의 상징처럼 생각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종교와 상관없이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꽃입니다.

  위의 연꽃 그림에 제목을 쓰지 않았습니다. 만약 저에게 제목을 정해보라고 한다면 <화합(和合)>이라고 하겠습니다. 연꽃의 다른 이름은 하화(荷花,héhuā), 연잎은 하엽(荷葉, héyè)입니다. 이때 하(荷, hé)의 발음은 화(和, hé), 합(合, hé)과 발음이 같습니다. 그래서 연꽃과 연잎을 그린 그림은 ‘화합(和合)’이라고 읽습니다. 가족 모두가 화목하게 지내기 바란다면 집 안에 걸어두기에 이보다 더 좋은 그림이 없습니다.
- 「가족의 화합을 바란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본문 149쪽

<노연도(鷺蓮圖)>, 심사정

  독자들은 심형철 저자가 안내하는 옛 그림과의 여행이 끝나면, 횟집에 걸려 있는 물고기 그림이 왜 어울리지 않는지, 시험을 앞두고 있는 가족과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어떤 그림을 선물해야 하는지, 그림을 읽는 새로운 나침반을 하나씩 선물 받게 될 것이다. 또한 옛 그림에 숨겨진 뜻을 찾아가는 여행이 지루하지 않게, 그 여정 곳곳에서 ‘해음’과 관련된 중국 문화의 흥미진진한 풍경을 선물처럼 만날 수 있다.

  저자의 바람처럼 이 책을 통해 요즘처럼 힘든 일상 속에서도 옛 그림이 주는 사소하지만 다정한 위안과 평안을 만났으면 한다.

  중국어로 번역한 『윤동주 시선집』, 『한용운 시선집』 등 우리의 시를 중국에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는 저자 심형철은 고등학교에서 30여년 중국어 교사로 재직하였다. 2004년 중국 북경중앙민족대학 사회과학대학원에서 ‘중국 알타이어계 소수민족 금기문화연구’로 민족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국 교사를 대상으로 ‘심형철과 함께하는 실크로드’ 답사를 기획·진행하는 여행 전문가이자 중국문화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ADRF(아프리카아시아난민교육후원회) 홍보대사도 맡고 있으며, 이번에 출간한 저서 『그림에도 궁합이 있다』의 인세 10%는 아프리카 아시아난민교육후원회에 후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