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한국문학의 대가가 가왕歌王에게 보내는 편지
[북리뷰] 한국문학의 대가가 가왕歌王에게 보내는 편지
  • 손희 (에디터)
  • 승인 2021.03.3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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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유성호 교수의 『문학으로 읽는 조용필』

노래를 듣는 모두에게 ‘오빠’일 수 있었던 가수, 미국의 전설적 가수 ‘밥 딜런’ 이상의 가수 조용필!
그는 가수의 정점이자 이상이었고, 시대를 끌어안고 넘어선 일세의 ‘상가수上歌手’였다

  지난해 『서정의 건축술』로 대산문학상(평론부문)을 수상한 유성호 교수가 우리 시대의 ‘너머(beyond)’를 상상하고 실천해온 가수 조용필을 ‘시인’으로 명명하며 그의 노래가 가진 문학적 힘에 주목하는 책을 냈다. 『문학으로 읽는 조용필』은 조용필의 표정과 심장과 목소리가 들려주는 울림과 떨림을 사랑했던 기억을 소환하여 그의 노래를 활자 안으로 담아내며 자신과 가수가 함께 거쳐온 시대를 기록하는 평전이자 ‘기억의 문화사’이다.

  이번에 펴낸 『문학으로 읽는 조용필』은 1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돌아와요 부산항에>부터 <BOUNCE>까지의 조용필의 노래들을 문화적 관점뿐만 아니라 문학적 관점으로도 분석해 그의 노래가 가진 ‘위안의 미학’이라는 주제의식으로 다가간다.

  문화전문지 <쿨투라>에 연재한 글들을 다듬어 펴낸 이 책의 출간은 저자에게 있어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조용필 평전을 쓰는 것이 오래전부터 계획한 일이었음을 책에서도 언급한 그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현대시를 연구하는 학자가 조용필 평전을 쓴다는 게 특이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주목하는 건 조용필이 갖는 시인으로서의 면모예요. 조용필의 노랫말은 내구성을 갖추고 있어요. 그가 모든 곡의 가사를 쓴 건 아니지만, 그는 노래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한 시인이에요. 평전을 통해 조용필을 시인의 반열에 올려놓고 싶어요”라고 밝힌 바 있다.

  저자는 조용필의 노래가 더없이 살갑고 첨예하며 문제적인 당대의 ‘시(詩)’였음을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이때 ‘시인’이라는 명칭은 비유적 표현이지만, ‘시’의 귀족적이고 폐쇄적인 범주를 넘어서려는 의도를 함축하고 있다고 저자는 책의 도입부에서 밝히고 있다. 그는 조용필을 시인으로 호명하는 작업을 통해 노래로 불려온 시, 끝없이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또 기억의 욕망을 불러 일으켜온 조용필의 노래가 문학의 정점으로 이해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책은 1부 ‘시인 조용필’부터 10부 ‘조용필과 양인자’까지 총 10부로 구성되어 있다. 조용필의 노래들은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뿐만 아니라 노래가 만들어지고 대중들이 그것을 따라 불렀던 시대의 총체성 속에서 ‘문학’의 위상을 획득해갔다. 각 챕터에서 노랫말과 가수의 인터뷰 등의 텍스트들을 성실하게 분석해내며 그 문학적 구심점이라 할 수 있는 ‘위안의 미학’을 정성스럽게 길어올린다.

  이처럼 저자 유성호 교수는 조용필의 흡인력이 가창력, 무대 매너, 정확한 가사 전달력, 다양한 장르 수용 능력, 노래마다 달라지는 해석력에 있다고 보았다.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그의 노래를 ‘위안의 미학’으로 명명하였다. 그리고 조용필의 노래 전체를 통틀어 기원이 되는 노래로 <고추잠자리>와 <못 찾겠다 꾀꼬리>를 지목하였다. ‘고추잠자리’나 ‘술래잡기’라는 유년의 기억으로 구성된 그의 이 작품들은 그의 노래가 잃어버린 세계를 탐색해가는 서정적 탈환의 예술이요 가장 아름다웠던 세계를 재현해가는 외롭고 높고 쓸쓸한 ‘시(詩)’였음을 알려주었다. 조용필은 그 기원에서 발원하여 나를, 타인을, 인생을 궁극적으로 긍정하게 만들면서 온몸을 쥐어짜는 정성스런 목소리로 시대를 끌어안는 힘을 보여주었다. 웃음과 눈물 사이의 이 폭넓은 스펙트럼은 어떤 충동을 부추기거나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울음을 강요하지 않았다. 이처럼 그의 노래는 지금도 ‘코로나 19’와 싸우는 우리에게 깊은 위안과 치유와 공감과 긍정을 가져다줄 것이다.

"나는 조용필을 미국의 전설적 가수 ‘밥 딜런’ 이상으로 보았다. 밥 딜런에게 1960년대는 조용필에게 1980년대였다. 그의 원적이 <고추잠자리>와 <못 찾겠다 꾀꼬리>였음은 이미 강조한 바 있거니와, 그의 노래는 아름다운 세계를 불가능하게 하는 가혹한 현실에 대해, 노래가 어떻게 예술적 저항의 목소리를 보여줄 수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렇게 조용필은 위안의 미학과 그 ‘너머(beyond)’를 상상하고 실천해온 우리 시대의 가왕(歌王)”이다. … 그는 가수의 ‘정점’이자 가수 ‘이상(以上)’이었고, 우리 시대를 끌어안고 넘어선 일세의 ‘상가수(上歌手)’였던 셈이다. 이제 그에 대한 가없는 흠모와 사랑과 기억의 힘으로, 이 조그마한 책을 ‘나의 조용필’에게 바치고 싶다.
- 책머리 중에서

  한국문학의 대가인 저자가 가왕에게 바치는 이 찬사는 얼마나 절절하고 아름다운가? 아직도 코로나19라는 먹구름은 걷히지 않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지치고 고립된 대한민국 국민이 지금 여전히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를 기다리고 있다. 조용필의 노래들은 그런 우리의 가슴속에 내장된 구원의 목소리가 되어줄 것이다. 유성호 교수는 『문학으로 읽는 조용필』을 통해 그 목소리를 불러낸다. 그는 우리가 조용필의 노래를 통해 희열이나 분노 대신 슬픔을 통한 위안을 끝없이 얻어왔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 그뿐 아니라, 그가 위안의 미학을 통해 대중들에게 ‘너머(beyond)’를 상상하게 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조용필을 왕으로 특대(特待)하는 명백한 이유는 “국내 대중음악 분야에서 가장 위, 꼭짓점에 위치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가왕으로 존경받는 것에는 ‘가수로서의 천착’, 그 기본 숭배도 큰 몫을 한다. 또한 조용필 음악은 ‘한국 대중가요의 완결’일지 모른다.
- 임진모(음악평론가. 방송인)

  노래를 듣는 모두에게 ‘오빠’일 수 있었던 가수, 시대가 바뀌어도 언제나 무대 위에서 ‘꿈’과 ‘바람’을 들려주는 가수 조용필의 목소리는 문학평론가의 ‘기록’을 통해 이 책에 담겼다. 독자들은 한순간 잊어버렸던 그 희망의 목소리를 이 책을 통해 기억해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유성호 교수는 1964년 경기 여주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으로 당선 후 한국문단의 주요한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한양대 국문과 교수이자 인문대 학장이다. 주요 저서로 『서정의 건축술』, 『단정한 기억』 등이 있으며, 김달진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 《쿨투라》 2021년 3월호(통권 8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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