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Theme] 지금은 가드닝 시대!
[5월 Theme] 지금은 가드닝 시대!
  • 오경아(가든디자이너, 작가)
  • 승인 2021.04.28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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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역사는 한결같다. 결핍이 만들어내는 창조가 늘 있어왔다. 실내정원의 탄생도 그러했다. 1984년 세계보건기구는 건물에 쓰이는 소재에서 나오는 환경물질들이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거나 혹은 신체적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한다. 이른바 ‘병든 건물 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을 질병의 원인과 현상으로 인정한 셈이다. 사실 우리의 주거환경은 21세기를 맞으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인구의 가파른 증가에 따른 많은 주거지의 필요성은 아파트 혹은 공동주택의 형태를 탄생시켰고, 위로 치솟아야 하는 건물은 견고함이 필수였다. 그리고 이 견고함을 위해 콘크리트를 비롯해 지금껏 건축물의 재료로 사용하지 않았던 신소재가 만들어지고 쓰였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이런 신소재들이 건물 자체를 중금속으로 오염시킬 수 있는 발원지가 된다는 사실을 몰랐다. 게다가 1960년대 이후 발달된 인공적인 기온 낮추기 시스템인 에어컨디셔너, 일명 에어컨의 개발은 건물의 밀폐성을 더욱 부채질했고, 이로 인해 건물은 바깥과의 소통을 가능한 단절시키면서 실내는 더욱 갇혀진 오염공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던 때에 그 해답이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당시 미항공우주국(NASA)도 같은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들은 우주 정거장의 철저하게 밀폐된 공간 속에서 살아야할 우주인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찾아내야만 했다. 나사는 그 답을 식물에서 찾고 있었다. 당시 나사의 ‘공기정화연구(Clean Air Study)’를 주도했던 화학, 미생물, 환경공학 과학자였던 울버튼 박사는 1989년, 드디어 다양한 실험을 통해 실내에서 생존 가능한 식물군을 찾아냈고, 이 식물들이 실내 공기의 중금속 오염을 중화시킨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실내오염을 인정한 후 5년 만에 찾아낸 해답이기도 했다. 이후 이 식물들의 발견은 2000년대를 ‘실내식물의 시대’로 활짝 여는 계기가 됐다. 건물 속에 갇힌 도시인들은 실내에서도 식물들을 키우기 시작했고, 그 시장은 점점 커졌다.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이라는 사건이 아니 었어도 실내식물은 이미 본궤도에 오른 상황이었지만 이 사태가 실내정원의 세계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아마도 우리 인류에게 2020년은 큰 기점이 될 것이다. 우리의 삶은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듯 변해버렸고, 지금도 암울한 현실을 어쩔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또 생존을 위한 방법을 찾을 것이고 그 해답 중에 하나가 우리 주거의 개선에 있을 것도 같다. 그렇다면 이미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건강한 우리 삶을 위해 실내에서도 식물을 가까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실 실내 어느 곳이라도 식물을 키울 수는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식물과 함께 하는 일이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실내정원을 만드는 일에 중요한 핵심이 있다. 첫째, 식물은 건축적인 인테리어 소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식물은 우리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우리처럼 먹고, 살아가지는 않지만 엄연히 살아 있는 존재다. 때문에 건축 소재처럼 다룰 수 없고, 끊임없이 돌보고, 우리와 더불어 살아간다는 점을 잊어서도 안된다. 불가능한 조건 속에서 식물을 학대해서는 안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식물에 대한 지나친 애착이나 죄책감으로 식물을 바라보는 것도 오히려 식물을 가까이 할 수 없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점도 새겨둘 필요가 있다 . 사실 식물을 실내에서 키우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조건이 필요하다. 빛, 물, 원활한 환기까지. 이런 조건을 잘 맞춰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하지만 이런 노하우보다 먼저 실내환경과 식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가 집 안으로 들여놓는 식물들은 이미 그 자체로 매우 한정된 생을 살아간다. 원래의 자생지와는 확연하게 실내환경에 적응하면서 위축된 생명 주기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상황 속에서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울 뿐이다. 결론적으로 식물이 우리 곁에 머무는 시간은 매우 짧고, 그 시간을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마냥 늘릴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실내정원의 노하우가 시작된다. 지나치게 식물의 죽음을 우리의 잘못으로 탓할것이 아니라 좀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방법을 학습하고, 죽는다면 다음 번 식물을 키우며 다시 노력해주면 될 일이다.

  둘째, 식물을 건강하고 오래 우리 곁에 두려면 반드시 식물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밖에서 자라는 식물이 모두 실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실내식물로 가능한 식물군은 울버튼 박사에 의해 제안된 이른바 아마존 등의 열대우림에서 생존하는 관엽식물군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사막기후 에서 살아가는 선인장이 포함된 다육식물도 가능하고, 향기로운 식재료가 되어주는 허브식물과 우리가 봄철 하이라이트로 보는 튤립, 수선화, 히야신스 등의 알뿌리 식물도 적어도 꽃을 피울 때까지는 생존이 가능하다. 더불어 뿌리가 퇴화된 틸란시아 그룹의 에어플란트도 요즘 실내식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식물은 자생지가 다르고 이에 따라 요구되는 성장 조건이 확연히 달라서 집 안의 환경 중에서 햇볕이 잘드는 곳인지, 습도가 많은지, 적은지 등에 따라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다르다. 이걸알기 위해서는 식물을 들이기 전에 혹은 들어온 이후에라도 식물에 대한 기초적인 공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꼭 명심해야한다.

  실내에서 태어나는 식물은 없다. 매우 이기적인 상황이지만 밖에서 살아야할 식물을 실내에 두는 행위는 식물 자체가 아니라 온전히 우리를 위해서다. 식물의 힘을 빌어 우리의 주거 환경과 삶을 개선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짧게든, 길게든 우리 곁에서 살아주는 식물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함께 하는 시간 동안 건강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이 좀 더 진화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금은 누가 뭐래도 가드닝의 시대가 오는 있는 듯하다. 이 가드닝의 시대를 좀 더 현명하고, 즐겁게 우리 삶 속에 잘 수용할 수 있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오경아
방송작가 출신의 작가, 가든디자이너. 정원관련 저술활동과 함께 가든디자이너, 정원 강의로 다양한 활동 중. 다른 예술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독창적이면서도 미래를 배려하는 정원을 설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원예와 가든디자인을 강의하는 ‘정원학교’와 정원설계 전문 ‘오경아가든디자인연구소’를 운영중이다. 저서로 『소박한 정원』, 『안아주는 정원』, 『가든디자인의 발견,』 『영국정원산책』 등이 있다.

 

* 《쿨투라》 2021년 5월호(통권 8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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