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Theme] #PlayApartTogether
[5월 Theme] #PlayApartTogether
  • 오영욱(게임개발자)
  • 승인 2021.04.28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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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3월 21일 WHO 사무총장이 ‘집에서 게임을 하자’는 트윗을 올렸다. 정확히 옮기자면 COVID19를 버텨나가기 위한 행동들을 언급하면서 마지막에 집에서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자고 했다.

  그리고 그에 게임회사들이 응답했다. #PlayApartTogether 캠페인은 많은 회사와 단체들에 채택되었고, 1년이 지났다. 그리고 많은 게임회사가 “1년 더!”를 외치며 다시 한번 캠페인을 독려하고 있다.

  게임은 WHO도 인정한 코로나를 버티기 위한 안전한 취미이며, 게이머는 집에서 게임을 하는데 이미 익숙하다. 아니 그전에 밖에서는 게임을 하기 힘들다. 게임은 집에서 할 수 있고, 다른 취미에 비해 가성비가 좋으며,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그야말로 인도어를 위한 취미이고, 격리 생활에 가장 적절한 취미생활이다. 문제는 하나이다. 그러면 어떤 게임을 할 것인가….

  스마트폰과 ‘카카오게임’ 플랫폼이 출현한 후 게임이란 취미는 이제는 게이머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2020년 게임이용자 통계를 보면 한국인의 70퍼센트가 게임을 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게임 시간이 증가하고 있다고 응답하는 사람은 50퍼센트에 가까웠다. 이미 자기가 원하는 게임들을 잘 찾아서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평소에 즐기는 <3 매치 퍼즐>에 나오는 광고 말고는 새로운 게임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든 분들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집 밖에 나가지도 못하면 게임이라도 다양하게 즐겨보면 어떨까.

  “어 스마트폰 없나요?” 2018년 〈디아블로 이모탈〉의 발표장에서 개발자가 이야기 한 이 질문은 지금도 게임사 블리자드의 신뢰도를 크게 깎아 먹는 부정적인 밈(인터넷 밈internet meme이란 대개 모방 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사람에서 사람 사이 전파되는 어떤 생각, 스타일, 행동 따위를 말한다-편집자 주)으로 통하지만, 한국에서 가장 큰 게임 시장은 역시 모바일이다. 다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 굳이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해야 할까 싶을 텐데 한국에서 모바일 게임을 가장 많이 하는 장소는 집이다. 80퍼센트의 게이머가 모바일 게임을 가장 많이 하는 장소를 집으로 꼽았고, 2순위까지 합치면 그 퍼센티지는 93.7퍼센트이다. 코로나 때문에 늘어난 것이 아니냐고? 2019년 91.6퍼센트였다. 많은 게이머가 무료게임을 즐기고 있을 텐데, 무료게임은 접근하기 쉬운 장점이 있지만 끊임없는 광고나 아니면 약탈적인 비즈니스모델이 사람을 지치게 할 때가 있다. 매일매일 출석하기 힘들지 않은가. 이럴 때는 다른 게임들로 눈을 돌려보아도 좋다. 아이폰을 쓰고 있다면 애플 아케이드를 도전해볼 만하다. 월 6,500원이면 애플이 엄선한 게임들을 광고 없이 추가 결제 없이 즐길 수 있고, 게임도 다양하다. 첫 달은 무료다. 안드로이드 휴대폰 유저라서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공하는 ‘XBOX 게임 패스’ 역시 애플 아케이드와 비슷하다. 한 가지 다른 점은 클라우드로 XBOX에서나 즐길 수 있는 고사양 게임들을 휴대폰에서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휴대폰용 조이스틱과 빠른 인터넷 환경만 갖춰지면 고사양 PC에서나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을 휴대폰으로 즐기는 게 가능하다!

  PC는 어떨까. 화면의 크기가 주는 게임의 경험이란 것이 크다. 한국에선 ‘키마(키보드+마우스)’로 게임을 하는 것이 편안한 사람들이 더 많다. 스타크래프트를 모바일로? 가능은 하겠지만 지금도 많은 게임 개발자가 터치 인터페이스에서 어떻게 RTS(Real Time Strategy, 실시간 전략 게임-편집자 주)를 편하게 만들까 고민하고 있다는 점만 말하겠다. PC에서는 이미 쟁쟁한 국산 게임들이 많다. 간단하게 짧게 즐기려면 〈배틀그라운드〉 같은 게임도 있고, 길고 끈끈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원한다면 〈리니지〉같은 MMORPG(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편집자 주)도 있다. 모르는 사람들과 게임을 하는 것이 불편하다면 싱글 게임도 있다. 요즘은 CD로 게임을 사지 않는다. 다들 ‘스팀(Steam)’에서 구매하고 다운로드로 게임을 실행한다. 주문형 게임 플랫폼 끝판왕인 스팀은 게임도 매우 많고, 항상 세일을 하고 있다. 한국어를 지원하는 게임들도 많으니 관심 가는 게임들을 잘 찾아보자. 모든 것이 귀찮다면 친구들에게 도움을 구할 수도 있다. ‘디스코드(Discord)’ 같은 게임 전용 음성채팅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스팀에서 게임을 많이 산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면 게임을 사지 않았더라도 원격으로 같이 플레이할 수 있는 “Remote Play Together” 기능을 이용하여 친구가 가지고 있는 게임을 같이 즐길 수도 있다.(해당 기능을 지원하는 게임만 가능하다) 원격강의를 위해 준비한 마이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오락실엔 같이 못가도 멀리 떨어져서 대전격투부터 액션 게임까지 같이 할 수 있는 게임들은 정말 산더미처럼 많다. 한편 스팀이란 왕좌를 위협하기 위해 주문형 게임 시장에 도전하는 다른 플랫폼들도 있다. 게임엔진 제작사이기도 한 에픽(Epic)은 스팀과 경쟁하기 위한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서비스 중인데 매주 새로운 게임을 공짜로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부담 없이 새로운 게임들을 체험해볼 수 있는 것은 매우 매력적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콘솔게임 독점작이더라도 일정 기간 후에는 PC용으로도 나오는 경우가 많아 적당한 게임 컨트롤러만 있으면 PC로도 콘솔 부럽지 않은 게임 생활을 즐길 수 있다. 문제는 그래픽카드가 모두 채굴하러 떠나서 그래픽카드값이 너무 비싸다는 정도다.

  집에 TV가 있다면 가장 큰 화면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은 역시 콘솔 게임들이다. 가장 좋은 게임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콘솔이다. 오직 게임만을 위해 존재하는 기계가 제공하는 경험은 남다르다. 닌텐도 스위치부터 XBOX, 플레이스테이션까지 각각 기계 특성도 다르고 독점작들도 다르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잘 선택하면 된다. 가장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기라면 닌텐도 스위치일 것이다. 집에 가족이 많아도 유리하다. 〈포켓몬〉이나 〈슈퍼마리오〉, 〈동물의 숲〉 같은 게임들은 가족과 즐기기 매우 좋은 타이틀이고 어른들이라면 〈젤다의 전설〉 같이 파고들 수 있는 콘텐츠들도 있다. 여차하면 TV에서 분리해서 따로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혼자서 TV를 차지할 수 있는 시간이 길고 깊이 파고들 수 있는 게임들을 원한다면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 쪽이 나을 수도 있다. 그래픽카드보다 훨씬 싸지만 그에 준하는 성능으로 멋진 그래픽으로 길게 혼자 파고들 수 있는 게임들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다.

  너무 집 밖으로 나가서 움직이거나 사람들이랑 만나고 싶을 수도 있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축구나 야구, 농구, 미식축구까지 다양한 게임들이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 멀티를 지원하기 때문에 원격으로 친구들과 같이 게임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VR게임은 어떨까. 최근에 국내에서 정식으로 발매된 ‘오큘러스 퀘스트 2’를 이용하면 좋은 그래픽카드가 달린 컴퓨터가 아니더라도 단독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임만 있을 것 같지만 은근히 운동용 앱들의 인기가 많다. 몸을 움직일 공간만 있으면 운동도 가능하고 마추픽추나 남극을 가는 것도 가능하며, 한강에서 낚시를 즐길 수도 있다.

  어차피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힘들다면 방 안에서 우주의 별들만큼이나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게임에서 자신과 맞는 경험을 찾아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게임은 플레이로 완성되는 거고 모든 게이머는 그 자신만의 플레이를 가지니까.

 

 


오영욱
2006년부터 프로그래머로 게임개발을 시작한 게임개발자. 『한국게임의 역사』 『81년생 마리오』 등의 책을 공저

 

* 《쿨투라》 2021년 5월호(통권 8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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