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Theme] 토종 OTT 웨이브, OTT의 강자가 될 수 있을까?
[6월 Theme] 토종 OTT 웨이브, OTT의 강자가 될 수 있을까?
  • 조석현(언론학 박사)
  • 승인 2021.05.25 0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TV를 시청하기 위한 주요 방법은 지상파방송에서 케이블방송, IPTV로 변화해 왔는데, 최근에는 OTT를 통한 시청이 늘어나고 있다. OTT란 ‘Over The Top’의 약자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의미하는데, 여기서 ‘Top’이란 TV에 연결되는 셋톱박스(Set-top Box)를 의미하므로, ‘셋톱박스를 넘어서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시청자는 OTT를 이용하면서 고정된 TV에서 벗어나 스마트폰 등 스마트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

빈트 서프(Vint Cerf) 박사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전통방식의 TV는 쇠퇴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인터넷 개발에 기여하여 ‘인터넷의 아버지’라는 칭호로 유명한 빈트 서프(Vint Cerf) 박사는 2007년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곧 우리는 대부분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인터넷을 통해 소비하게 되고, 이 새로운 양방향 서비스는 전통적인 TV 방송 채널의 죽음을 가져온다”라고 예측했으며, 넷플릭스의 최고경영자(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2015년 5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전통적인 TV 방송은 20년 내에 사라질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미래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전통적인 TV’가 사라질 정도의 시청 방식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시청자들의 OTT 이용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0년 방송 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OTT 이용률은 2018년 42.7퍼센트, 2019년 52퍼센트에서 2020년에는 66.3퍼센트로 증가하였다. 특히 10대에서 30대까지의 젊은 연령층의 이용률이 높았는데, 20대가 91.6퍼센트로 가장 높았고 10대 88.6퍼센트, 30대 84.2퍼센트로 80퍼센트를 훌쩍 넘었다. 이런 추세라면 10~20년 후에는 전 연령층의 OTT 이용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 아마존프라임, 디즈니플러스와 같은 OTT의 강세로 ‘코드커팅(cord-cutting)’, ‘코드네버(cord-never)’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코드커팅은 기존에 가입했던 유료방송을 해지하고 OTT를 가입하는 현상을 말하고, 코드네버란 처음부터 유료방송 가입 없이 OTT만 가입하는 현상을 말한다. 유료방송 비용이 저렴한 국내에서는 코드커팅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젊은 1~2인 세대를 중심으로는 유료방송 가입 없이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같은 OTT만 가입하는 코드네버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OTT가 전통적 TV 시장을 대체하려는 현상이 보이자, 기존 방송사의 대응도 분주하다. 전통적 방송시장의 강자였던 지상파방송 3사는 2019년 9월 기존의 OTT 서비스인 POOQ을 포기하고 SKT와 합작하여 웨이브(wavve)라는 새로운 OTT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지상파방송 3사는 POOQ을 2012년에 출시하며 차세대 OTT 플랫폼으로 키우려 노력했으나 생각보다 가입자 증가가 부진하고 영향력도 커지지 않자,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이 뛰어난 SKT와 손을 잡고 웨이브를 만들게 된 것이다.

  웨이브는 출범 당시 넷플릭스를 대항할 토종 OTT로 주목을 받았다. 지상파방송 3사의 주요 콘텐츠가 웨이브에만 독점 제공되며 여기에 SKT의 강력한 마케팅 효과를 더한다면 국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충분히 견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국내 OTT의 월간 이용자수>

  닐슨코리안클릭의 자료에 따르면, 웨이브는 출범 직후인 2019년 10월과 11월에는 월간 이용자 수가 400만 명에 달하며 넷플릭스를 앞서기도 하였다. 그러나 2019년 12월에 넷플릭스에 역전당한 이후 그 격차는 크게 벌어지고 말았다. 2021년 1월 넷플릭스 월간 이용자 수는 895만 명으로 최대치에 도달한 이후 점차 감소하여 2021년 3월 824만 명으로 하락했으나 웨이브(368만 명)에 비해서는 2배 이상 높은 숫자이다.

  웨이브의 월간 이용자 수는 코로나19로 재택시간이 길어진 시기에도 성장세를 보이지 못한 채 정체되고 있다. 웨이브 측은 넷플릭스와 큰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를 오리지널 콘텐츠의 부재로 판단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킹덤〉, 〈스위트홈〉 같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연달아 히트시키고 있는 반면 웨이브는 이렇다 할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웨이브의 출범식(출처_중앙일보)

  웨이브는 이와 같은 콘텐츠 열쇠를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출범 시 2023년까지 3천억 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밝힌 바 있으나 최근에 다시 오리지널 콘텐츠 등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5년까지 총 1조 원 규모로 투자금을 증액했다. 2021년 3월 25일 이사회에서는 웨이브의 대주주인 SKT가 1천억 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이를 재원으로 하여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한 기획 스튜디오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콘텐츠전략본부를 신설하고 CJ E&M과 스튜디오 드래곤에서 〈미생〉, 〈도깨비〉, 〈시그널〉 등을 잇달아 흥행시킨 바 있는 이찬호 프로듀서를 콘텐츠책임자(CCO)로 선임했다.

  이러한 웨이브의 콘텐츠 강화 전략이 넷플릭스에게 넘겨준 국내 OTT 1위의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웨이브에게 주어진 시간도 그리많아 보이지 않는다. 올 하반기에는 또 다른 글로벌 OTT인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상륙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 방송시장의 강자인 지상파방송 3사와 이동통신 절대 강자 SKT와의 합작품인 웨이브. 아직까지 웨이브는 성공한 OTT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SKT와 여전히 콘텐츠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는 지상파방송 3사가 합작한 웨이브가 향후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연내에 국내 진출할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그리고 CJ E&M과 JTBC가 연합하여 만든 티빙 같은 경쟁자들을 이겨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조석현
언론학박사. 정보통신기술사. 현 MBC 근무. 지상파방송사 OTT POOQ 이사감사 역임

 

* 《쿨투라》 2021년 6월호(통권 84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