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Theme] 당신도 몰랐던 당신의 취향을 알려드립니다
[6월 Theme] 당신도 몰랐던 당신의 취향을 알려드립니다
  • 한유희(웹툰평론가)
  • 승인 2021.05.25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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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영화를 가장 잘 선택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실 좋은 영화의 개념은 유동적이다. 유명한 감독과 배우, 흥미로운 줄거리만이 좋은 영화의 개념을 충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좋다’라는 형용사는 개인의 취향과 결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의 질과 유명세보다 ‘나’의 입맛에 맞는 영화야말로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웰메이드 영화라고 하더라도 보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는 비단 영화뿐 아니라 모든 영상 콘텐츠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

  영화와 영상 콘텐츠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너무 많은 영상들 사이에서 우리는 갈 곳을 잃는다. 너무 많은 영상에서 내가 볼만한 영상을 고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영상을 본다는 것은 결국 나의 시간을 소비하는 것인데, 영상은 길고 내 시간은 소중하다. 영화를 보고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 시간을 허비한 셈이 된다. 모든 것이 빠른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낭비다. 사람들마다 선택하는 기준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체로 유명한 평론가와 리뷰어들의 별점과 한줄평이 선택의 기준이 되기 쉽다. 별점이 높은 영상과 볼 만한 영상의 간극을 채우는 방식이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그들의 기준이 내 취향의 기준과 일치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나의 취향과 비슷한 사람들이 추천하는 영화는 어떨까? 나의 입맛에 더 잘 맞지 않을까? 왓챠는 여기에서 시작한 서비스다. 왓챠의 추천은 ‘나’들의 추천이다. 나와 비슷한 ‘나’들이 이야기하는 재미가 닮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나’들은 ‘우리’가 된다. 나의 취향을 드러낼수록 나의 취향이 오히려 더 공고해진다. 그리하여 취향의 공동체는 더욱 공고해진다. 이로 인해 취향은 나를 드러내는 하나의 방법이자, 비슷한 ‘우리’를 찾아내는 방식이 된다.

  공동체의 의미가 무색해지는 이 시점에서 ‘우리’를 소환하는 것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OTT가 개인이 언제나, 어디에서나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기에 확산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왓챠에서는 반대로 왓챠 파티를 런칭했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빠른 방향 전환이다. 영상을 함께 보고, 감상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제한되면서 우리는 우리의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있다. 왓챠는 이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코로나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OTT의 발상을 뒤엎으며 재미와 감동을 나누며 ‘같이’의 ‘가치’를 실행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빠르게 시작하는 시대에서 단순히 같이 보는 왓챠 파티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왓챠가 수많은 OTT와의 차별점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은 왓챠피디아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노력에 있다. 왓챠피디아는 왓챠에서 접할 수 있는 콘텐츠만 취급하는 것이 아닌, 타사의 콘텐츠까지 모두 포함하는 취향의 장으로 존재하고 있다. 동시에 책과 TV 프로그램까지 별점을 줄 수 있고, 추천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음원 유통 서비스까지 넘나들며 모두의 취향에 대한 논의의 장을 확장하고자 한다. 즉 왓챠가 표방하는 것은 그들의 신조인 모두의 다름이 인정받고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는, ‘더 다양한 세상’이다. 결국 왓챠는 문화를 이루는 저변에서 각자의 취향을 공고히 만들어 취향의 공동체의 확산을 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곧 획일화를 넘어서 다양한 취향이 공존하는 기반을 마련한다 .

  하지만 또 큰 문제가 있다. 왓챠의 생존 가능성이다. 왓챠는 영화 추천에서 시작된 서비스다. 영화 추천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타 OTT보다 우선적으로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10년 동안 타 OTT도 왓챠만큼의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오히려 넷플릭스, 티빙과 같이 자본력으로 투자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미 거대 OTT는 개인 맞춤화 서비스는 물론이고, 자체 독점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특히나 넷플릭스와 같은 경우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위해 구독하는 소비자들도 다수다. 국내 대표적 OTT 티빙도 마찬가지다. 모기업인 CJ ENM의 질 높은 콘텐츠와, 이미 방영 중인 방송의 스핀오프를 독점 공개하며 국내 OTT에서 선두를 잡으려고 하고 있다. 이는 곧 왓챠의 위기이자 기회다. 새로운 시도를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왓챠 또한 더 많은 오리지널을 준비하고 있다. 그들이 지니고 있는 콘텐츠에 대한 이해력과 통찰력으로 얼마만큼의 좋은 영상을 제작하느냐에 따라서 성패가 갈릴 수 있다. 오리지널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완성도가 담보되어야만 소비자들은 왓챠의 구독을 지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왓챠

  왓챠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지금까지 유통하고 있는 콘텐츠의 질과 맞춤화 서비스를 향상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들을 생산해야 한다는. 그럼에도 부디 유념해야한다. 왓챠를 선택한 소비자들은 가장 많은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 왓챠에서 추천하여 선보이는 콘텐츠를 위해서 선택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왓챠를 선택하는 이유 중 〈해리포터〉시리즈가 독점 제공되고 있다는 점이 구독의 조건이라는 점을 인지한다면 콘텐츠의 질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명작의 리마스터링 판(왕가위 감독의 작품들 등)을 독점 공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왓챠는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시네필들의 구독을 이끌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취향의 확산이라는 기치를 우선시해야만 왓챠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OTT를 구독하는 취향 또한 당신의 취향일 테니 말이다.

 

 


한유희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2021년 《쿨투라》 평론 부문 신인상 당선.

 

* 《쿨투라》 2021년 6월호(통권 8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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