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Theme] '이야기'는 계속된다
[10월 Theme] '이야기'는 계속된다
  • 한유희(웹툰평론가)
  • 승인 2021.10.01 0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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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언제나 ‘이야기’에 매료된다. 이야기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말이든, 활자이든, 영상이든 간에. 언제 어디서나 우리는 이야기 속에서 살아간다. 스낵 컬처가 부상한 이유는 누구나 이야기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손가락 터치 한 번으로도 우리는 수많은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누구나 어디에서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더는 책도, TV도, 영화관도 필요치 않다. 모바일 기기 하나면 충분하다.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오히려 재미있는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기에 취사선택이 힘들 정도다. 짧은 시간 콘텐츠를 접하는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이야기를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스낵 컬처의 기본 조건이다. 

  스낵 컬처 중 웹소설은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웹이라는 공간을 오랫동안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웹소설의 전신은 PC 통신 시절 커뮤니티를 통해 자리 잡았던 소설부터다. 이후 온라인으로 유통되던 인터넷·온라인 소설은 소설만을 취급하는 홈페이지에서 점차 파이를 키워나간다. 이후 네이버에서 ‘웹소설’이라는 플랫폼을 마련하며 명칭을 얻게 된다. 웹소설이 양적 성장을 이룬 가장 큰 이유는 창작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자신의 이야기만 있다면 자유롭게 연재를 시작할 수 있다. 누구나 쓸 수 있고, 누구나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웹소설은 빠른 성장을 하게 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웹소설 시장의 규모는 6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성장세의 원인으로 결국 ‘이야기’의 매력을 꼽아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형 포털에서 웹소설의 판을 키우는 이유는 웹소설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도전작들이 많지만, 정식연재와 상금을 걸고 공모전들을 개최하면서 신인 작가들을 발굴하고 독점작을 늘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웹소설은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부분적 무료의 방식을 띤다. 어느 정도 회차는 무료로 체험할 수 있고, 이후의 이야기는 ‘기다리면 무료’와 같이 24시간이 지나야만 볼 수 있다. 하지만 연재가 진행되고 있는 웹소설의 특성상 사건의 클라이맥스에서 회차는 마무리된다. 무료로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연재 요일을 기다리거나, 24시간을 기다려야만한다. 이로인해 ‘재미’있는 작품은 독자들이 결제하게 된다. 대부분의 작품은 회차 당 100원 선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감이 적다. 이러한 독자들의 구매는 웹소설에 대한 시장의 가치를 키운다. 이는 곧 선순환의 구조를 띠게 된다. 매력적인 이야기는 독자의 선택을 이끌고, 독자의 구매는 플랫폼의 성장을 돕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웹소설 시장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이때 플랫폼들은 독자들에게 자신들만의 특화된 장르를 내세운다. 특히 대형 플랫폼 이전부터 자리를 지키던 ‘문피아’, ‘조아라’와 같은 경우 장르의 특화를 통해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무협과 로맨스라는 장르를 중점적으로.

  웹소설이 PC 통신의 커뮤니티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웹소설은 장르의 성격을 전제한다. 사실 PC 통신에서 말하던 장르는 ‘판타지’, ‘무협’, ‘로맨스’와 같이 큰 범주를 두고 나누었다면 최근의 장르는 더욱더 세분화되고 있다. 장르화가 진행되면서 독자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쉽게 가려낼 수 있다. 더불어 해시태그를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키워드를 충족하는 작품만을 골라 읽을 수 있다. 각 플랫폼에서 이런 키워드와 장르 구분을 두는 이유는 명확하다. 독자들을 빠르게 충족시킬 수 있는 웹소설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독자들은 재미없는 작품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싶지 않다. 따라서 플랫폼에서 처음부터 쉽게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구성해놓는다.

  웹소설은 미디어의 확장성에 가장 부합한다. 상호 작용이 크고 반응도 확실하다. 양질의 웹소설은 충성도 높은 독자층을 확보한다. 2차적 확장 가능성은 웹소설의 인기와 충성도에 의해서다. 특히 웹툰으로 2차 창작되는 경우 대부분 동일한 플랫폼에서 연재되기 때문에 독자들은 두 가지 버전의 작품을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다. 이미 웹소설을 통해 이야기를 알고 있지만 웹툰으로 변환된 작품을 통해 원작을 되새기는 것이다. 영화와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웹소설은 단순한 각색의 재료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세계관까지 넓힐 수 있는 촉매제로도 작용한다.

  하지만 웹소설은 가치와 성장세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되고 있다. ‘순문학’이 아니라는 이유로 여전히 변방의 문학, 서브컬처에 위치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이야기를 원한다. ‘나’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한 것이다. 언뜻 단순해 보이고 유치해 보일 수 있지만, 사람들은 웹소설에서 재미를 느낀다. 타인이 펼쳐놓은 이야기 속에 몰입하며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물론 단순한 구조와 클리셰가 반복된다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들이 원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어떤 방식의 감정의 해방을 원하는지, 어떤 재미를 추구하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은 결국 웹소설이다. 삶을 살아가는 전제조건들이 모두 변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이야기’를 탐닉한다. 웹소설은 지금, 여기, 우리의 삶을 비추는 이야기다.

 


한유희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2021년 《쿨투라》 문화평론 부문 신인상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 《쿨투라》 2021년 10월호(통권 8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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