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Theme] 언택트 시대의 웹툰: 카카오페이지 웹툰을 중심으로
[10월 Theme] 언택트 시대의 웹툰: 카카오페이지 웹툰을 중심으로
  • 김태완 (카카오페이지 웹툰 PD)
  • 승인 2021.10.01 0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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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사 초기, 퇴근길에 저녁 식사를 위해 맥도날드에 간 적이 있다. 주문을 마치고 햄버거가 나오길 기다리는데 앞에 선 손님이 뚫어질 듯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뭐가 그리 재미있나 싶어서 곁눈질하니, 익숙한 캐릭터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웹툰이었고, 햄버거가 나왔다는 알림에도 초조한 마음으로 손님의 휴대전화를 훔쳐보았다. 잠시 후, 손님의 손가락이 다음 편 대여권 결제창으로 향했을 때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때부터였을까? 내게는 습관이 하나 생겼다. 바로 출퇴근 시간 지하철과 버스에서 행인들의 휴대 전화 화면을 힐끗거리는 것이다. 그 목적은 단순했다. 담당 작품을 감상해주는 독자가 있을지 궁금해서였다. 아주 세속적인 이유로 시작한 행동이었지만 돌이켜 보면 웹툰 PD 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다. 전쟁 같은 출근길에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웹툰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최근 몇 년간의 웹툰계 트렌드를 정의해본다면, 단언컨대 ‘노블 코믹스’라고 할 수 있다. ‘노블 코믹스’는 어원 그대로 소설과 만화의 영문 합성어이다. 즉, 재미난 원작 소설에 탄탄한 각색과 멋진 작화를 더해 웹툰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래도 인기가 검증된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되다 보니 스토리부터 새로 제작되어야 하는 ‘오리지널 웹툰’보다 안정적으로 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게다가 ‘노블 코믹스’는 드라마나 영화 등의 영상매체로 다시금 조명되곤 하는데, 인기 웹툰 〈사내 맞선〉 역시 드라마화가 확정되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오리지널 웹툰’의 인기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생〉, 〈나빌레라〉처럼 공감 가는 스토리와 매력적인 연출로 영상화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는 작품 역시 존재한다. 이처럼 최근 웹툰은 ‘오리지널 웹툰’이 유일했던 과거와 달리 여러 방향으로 발행 및 생산되고 있으며, 시장 규모 또한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 있는 대표적인 웹툰 플랫폼은 카카오페이지이다. 하여, 주목받고 있는 ‘노블 코믹스’와 ‘오리지널 웹툰’을 함께 소개해보고자 한다.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 시대가 길어진 만큼 집에서 안전하게 웹툰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멋진 언니의 연애 방식, 〈빈껍데기 공작부인〉

  ‘노블 코믹스’의 대표 주자로 떠오른 장르는 로맨스 판타지이다. 로맨스 판타지는 가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로맨스가 주인 작품이다. 가령, 주인공이 특정한 계기를 통해 과거로 회귀하거나 책이나 영화에 빙의되는 등 판타지 세계로 이동한 뒤 상대 주인공과 연애나 결혼을 즐기는 스토리이다. 하지만 로맨스 판타지를 단순히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로 정의하기에 그 함의가 매우 좁다.

  한진서 작가의 〈빈껍데기 공작부인〉 주인공 ‘이보나’는 약혼자의 배신으로 죽음을 맞이한 뒤 과거로 회귀하는 인물이다. ‘이보나’는 사랑에 배반당했다는 것을 반면교사 삼아 2회차 인생을 개척해나간다. 신수를 소환하는 능력을 활용하여 여러 사건을 해결하고, 어제보다 오늘,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과정에서 독자들은 자연스레 주인공을 응원하는 동시에 카타르시스를 맛본다. 게다가 ‘이보나’는 계약 결혼이라는 방식으로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남성 주인공을 주도적으로 선택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로맨스를 기대하는 독자분들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계약 결혼으로 시작했으나 그 끝은 초콜릿보다 달콤하단 사실!

  조선 시대 미스터리 활극, 〈연화전〉

  〈빈껍데기 공작부인〉이 서양 배경의 ‘노블 코믹스’라면, 다미, 꿀봉이 작가의 <연화전>은 조선 영조 집권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연화’는 여장남자로, 조선 제일의 대도(大盜)이다. ‘연화’는 양반가 곡창을 털어 이웃에게 나눠주는 등 선행을 펼치는 인물로 얼핏 홍길동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홍길동과 달리 ‘연화’에게는 특별한 힘이 있는데, 바로 대상을 만지면 그것의 기억을 읽을 수 있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이다. ‘연화’는 능력을 이용해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얽힌 비밀을 비롯해 역모를 꾀하는 일당을 소탕한다. 이때 연출되는 ‘연화’의 화려한 액션은 독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하며, 작품 내에 활기를 불러일으킨다. 평소 시대극을 즐겨 보거나, 액션이나 추리물에 관심 있는 독자분이라면 이번 기회에 조선 시대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도 내일도, 〈출근하기 싫어!〉

  〈출근하기 싫어!〉는 앞의 작품들과 달리 ‘오리지널 웹툰’이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직장인의 애환을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 ‘정우’는 건설회사에 취직한 신입 사원으로 쾌적한 사무실, 프로페셔널한 상사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일하며 성장하는 멋진 커리어우먼이 된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현실은 초라한 지하 사무실에, 천덕꾸러기 같은 상사들뿐이다. 게다가 나사가 와르르 빠진 괴짜 동기까지 ‘정우’는 극한의 오피스 라이프를 맛보게 된다. 그럼에도 ‘정우’가 출근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예타쿠 작가가 그려내는 사랑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랑을 <빈껍데기 공작부인>에서의 달달한 사랑이 아닌 상사와 동기들 간의 끈끈한 정으로 정의해야겠지만 말이다. 돌이켜보면 아침마다 무거운 몸을 일으키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서가 아닐까? 물론 오늘도 내일도 츨근하기 싫은 마음이 싹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 《쿨투라》 2021년 10월호(통권 8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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