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고양이는 우리가 모르는 세상을 볼 수 있을까?
[북리뷰] 고양이는 우리가 모르는 세상을 볼 수 있을까?
  • 박영민(본지 에디터)
  • 승인 2022.01.0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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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 『릴리 이야기』

  우리는 늘 ‘영화 같은 순간들’을 꿈꾼다. 지루한 삶에 에너지를 공급해줄 특별한 이야기들, 특별한 만남을 기다리며 일상의 한구석에 무대를 갖춰 놓는다. 하지만 그런 순간들은 인간만 꿈꿀 수 있는 것일까? 반려동물을 친구나 애인만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면, 강아지나 고양이도 아주 특별한 환상과 같은 순간을 꿈꿀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평론가 윤성은은 꾸준히 ‘영화적인 순간들’에 주목해왔다. 그리고 이번에 펴낸 소설 『릴리 이야기』에서는 ‘고양이의 눈’으로 그것을 발견해낸다. 동물의 관점으로 바라본 세상, 수수께끼로 가득한 인간들의 삶은 고양이에게는 영화 그 자체일 것이다. 윤성은 평론가의 『릴리 이야기』는 그래서 동물의 이야기이면서도, 인간이 발견하지 못한 인간의 삶을 다룬 소설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차가운 겨울이 오면 길고양이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굶고 지내지는 않을지, 추운 몸을 녹일 수 있는 곳이 있을지,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을지……. 특별히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주인 없는 고양이를 만나면 애잔함을 느끼고, 덜컥 다가오기라도하면 이 아이를 집에 데려가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한다. 거실에서 귀엽게 소리를 내는 집고양이를 보면서 행복에 잠기다가도, 겨울바람을 맞고 서 있는 길고양이를 보게 되면 아련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영화 평론가이자 컨텐츠 기획자로 활동하는 저자 윤성은은 문득 만난 늠름한 길고양이에 깊은 인상을 받고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가 『릴리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 『릴리 이야기』는 고양이의 시선으로 쓰인 순도 100퍼센트 고양이 소설로, 시크하고 도도한 집고양이 ‘릴리’가 늠름하고 자상한 길고양이 ‘꼬짤이’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저자는 고양이에 빙의한 듯 유머러스하고 따듯한 필치로 고양이 릴리의 특별한 모험을 써내려간다.

  나도 꼬짤이를 한참 그루밍해주었어. 이번에는 울컥하는 걸 꾹 참고 말했지. “나는 지금도 행복해. 하지만 나만 행복한 건 싫어. 나에게 사랑을 준 이들에게 나도 돌려주고 싶어.”
- 본문 중에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삶에서 매일 매일은 돌이킬 수 없는 모험을 떠나는 것임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로 매순간 마음이 쓰이면서도 순간순간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어쩌면 빛나는 순간을 일상에서 만나라는 작가의 마음이 아닐까.
- 안재훈(애니메이션 <소나기> <무녀도> 감독)

  빨간 리본을 단 흰 고양이 릴리는 재개발이 예정된 낡은 아파트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다. 고급 사료가 아니면 거부하고, 맛난 간식은 마다하지 않으면서 평온하고 심심하게 살아가던 릴리는 어느 날 사소한 계기로 단지 길고양이의 우두머리격인 꼬짤이와 대화를 하게 되고 그 순간 사랑에 빠지게 된다. 꼬짤이와 친해지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릴리, 그러나 재개발이 다가오면서 길고양이들이 아파트 단지를 떠나야 하자 릴리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꼬짤이와 헤어질 것인가, 아니면 꼬짤이를 따라 길고양이가 될 것인가.

  『릴리 이야기』는 집고양이와 길고양이의 귀여운 로맨스를 그리면서도, 재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과 고양이들, 사람과 고양이의 바람직한 관계, 가족의 의미, 주체적인 선택 등 다양한 화두를 독자들에게 던지는 다층적인 소설이다.

  시크한 고양이 릴리의 시선으로 소소한 웃음이 가득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따듯해지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릴리 이야기』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귀엽고 따듯한, 그러니까 고양이 같은 소설이다. 올겨울, 이 책과 함께 고양이의 눈으로 우리와 반려동물들의 삶을 부드럽게 바라보며 잠시 ‘영화적인’ 순간을 꿈꿔 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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