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테마 고양이] 그녀와 고양이 모놀로그
[3월 테마 고양이] 그녀와 고양이 모놀로그
  • 김자흔
  • 승인 2019.03.25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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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고양이 모놀로그

김자흔

 

신성한 암고양이, 또는 남녀 양성의 신, 태양의 신인 동시에 달의 신, 혹은 이집트 신화의 바스트 여신, 때론 태양의 수호자,

어느 과거엔 마녀로 지목돼
화형대의 제물로 바쳐졌다

고양이는 현재를 지나
미래의 마법사로 태어났다

그녀는 고양이 마법사를 숭배했다
당연히 고양이에게 종속되길 원했다

늙지 않는 고양이 마법이 계속해서 그녀를 끌어당겼다

보라색 비둘기가 암고양이에게서 나왔다고 그녀는 믿었다

달 위를 걷는 고양이가 있다는 것도 그녀는 믿었다

그녀는 고양이와 놀았다
흰 손과 흰 발로 저녁의 어스름 속에서 장난하는 것을
바라보는 일은 황홀했다*

* 폴 베를렌,「연인과 고양이」

 

시작 노트
내 최초의 고양이는 은별이었다. 옥상 다락방 깨진 유리창 너머 달빛 그림자를 타고 내려왔다. 달빛 타고 내려온 고양이답게 보름달밤이면 수시로 다른 형태를 나타냈다. 일곱 빛깔 무지개 꽃으로 피어나는가 하면 명랑한 아이 웃음이 되고 어느 달밤엔 사슴보다 더 순한 눈망울로 기대오기도 했다.
스무 해를 지나오는 동안 은별의 후예들은 또 다른 모습으로 발현되어졌다. 어느 때는 마법사가 되고 어느 때는 수수께끼의 비밀이 되었다. 뜨거운 여름엔 악마의 화신으로 돌변하기도 했다.
지금은 여섯 마리만 남았다. 한 주거 안에서 먹고 자고 배설하며 없으면 서로 못살겠다는 듯이 콧잔등 물어뜯고 할퀴어가며 인간과 고양이로 함께 살고 있다.

 

 

* 《쿨투라》 2019년 3월호(통권 5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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