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em] 김준철 시인의 「뭉클한 산책」
[K-Poem] 김준철 시인의 「뭉클한 산책」
  • 김준철(시인)
  • 승인 2022.08.0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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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한 산책

김준철

 

별일 없는 저녁,
밥 잘 먹고 부른 배 두드리며 산책에 나선다
조금은 불길한 듯 평화로운 공원 주위를
그녀와 걷는다
어색하지 않은 침묵 속에서
서로의 호흡을 들을 수 있었고
자연스레 발걸음도 맞춰졌다
걸으며 우연히 서로의 팔이 부딪히자
그녀가 손을 잡는다
어린 시절, 그녀의 손을 잡고
하늘 높이 휘저었듯 이젠 그녀가 나의 손을 흔들며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눈치를 본다
여전히 침묵 속, 발을 옮긴다
굳이 가 닿을 곳 없이 걷는다
뜬금없이 그녀가 묻는다
안 힘들어?
별안간 목이 메고
그녀의 손으로부터 뭉클한 온기가 전해진다 .
치받혀 오르듯 목이 조여 오는 온기
거세던 호흡이 잦아들고
휘젓던 팔도 걸음을 따라 작게 흔들릴 뿐

어미의 슬픔이
막 공원의 가로등 불을 켜고
내 가슴 한구석을 내려 본다

 

 


김준철 시인 《시대문학》 시부문 신인상과 《쿨투라》 미술평론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꽃의 깃털은 눈이 부시다』 『바람은 새의 기억을 읽는다』가 있다. 현재 미주문인협회회장 겸 출판편집국장이며 《쿨투라》 미주지사장 겸 특파원이다.

 

* 《쿨투라》 2022년 8월호(통권 9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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