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대구 컬렉터의 힘, DIAF 2022: 《제15회 대구국제아트페어》
[Gallery] 대구 컬렉터의 힘, DIAF 2022: 《제15회 대구국제아트페어》
  • 이정훈(본지 객원기자)
  • 승인 2022.12.0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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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fie Caine, Before the Storm

15회를 맞이한 《DIAF 2022》

15회를 맞이한 《대구국제아트페어》가 11월 24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27일까지 대구 엑스코EXCO 동관에서 개최되었다.

근대미술의 발상지이자 이인성, 이쾌대, 서병오 등 수많은 거장을 낳은 문화예술의 도시 대구에서 2008년 ‘대구아트페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대구국제아트페어》는 이후 국내 미술시장의 성장세와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DIAFDaegu International Art Fair》라는 새로운 브랜드 네임으로 국제미술행사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으며, 첫 온라인 뷰잉룸O.V.R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대구국제아트페어와 한국 미술 시장을 알리는 등 변신을 시도했다.

대구아트스퀘어 조직위원회, (사)대구화랑협회가 주최하고 DIAF운영위원회가 주관하며, 대구광역시와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 현대백화점, 대경대학교, 태왕, ㈜SR이 후원하는 《DIAF》는 국제갤러리, 리안갤러리, 우손갤러리, 갤러리바톤, 갤러리신라, 조현화랑 등 한국을 대표하는 유수한 국내 120개 갤러리와 양 갤러리YANG Gallery, 토무라리TomuraLee, 야리라거 갤러리JARILAGER Gallery, 갤러리 클로제Galerie Klose 등 해외(독일, 싱가포르, 중국, 영국, 일본) 9개 갤러리를 포함하여 총 129개의 갤러리가 참여했다.

800여 명 참석한 《DIAF》 VIP 프리뷰

24일 개막식에는 예전처럼 입장하기 위해 긴 줄을 서고, 관람객이 북적이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지난 9월 《키아프》나 《프리즈 서울》 서울에 비하면 한적했지만 썰렁하지는 않았으며, 이날 전시장을 찾은 VIP는 약 800여 명으로 그림을 관람하기에는 좋았다.

글로벌 고금리를 비롯한 경기침체 분위기를 미술시장 역시 거스르지 못한 것일까. 완연히 하락세로 접어든 미술시장의 침체 여파로 학고재, 갤러리현대 등 이전까지 대구아트페어에 참여했던 일부 서울 화랑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내외 1,200여 명의 작가 5,0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 《DIAF》에는 회화, 조각, 판화,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의 근현대 미술작품을 보고 소장하기 위한 고급 애호가들과 컬렉터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에게 《DIAF》는 블루칩 작가부터 신진 작가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고 수준 있는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했으며, 함께 열렸던 ‘청년미술프로젝트 2022’ 전시의 젊은 실험성도 상업적인 아트페어에 잘 녹아들어 시너지 효과를 발산했다.

박서보, Ecriture No.070704

함께 관람한 대구의 한 미술 애호가는 “몇 명의 스타 작가들의 작품만이 아니라 다채로운 작가들의 수준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지역에서 유명 작가들의 신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는데 《DIAF》를 통해 이름으로만 듣던 유명작가들의 신작과 신진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어 무척이나 유익하다”고 전했다.

그랬다. 박선기, 이건용, 박수근, 이우환, 남춘모, 변시지, 장욱진, 박서보, 이배, 곽훈, 우국원, 백남준, 김태호, 최병소, 박형근, 정상화, 유영국, 김종학 등 국내 유명 작가들과 헤르난 바스, 다니엘 뷔렌, 조지 콘도, 조엘 매슬러, 애니쉬 카푸어, 쿠사마 야요이, 로즈 와일러, 캐롤 퓨어맨, 이미 크뇌벨, 알렉스 카츠, 제프쿤스, 로버트 인디애나, 무라카미 다까시, 마유카 야마모토, 팅가팅가, 요시토모 나라, 하비에르 까예하, 카우스, 데이비드 호크니, 장 미셀 오토니엘, 션 스컬리, 줄리안 오피, 루이스 부르주아, 캐서린 버나드, 케니 샤프 등 이름만으로 빛나는 다양한 해외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미술 시장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 할 수 있었다.

또한 최근 《프리즈 서울》에서 화제를 모은 미국 작가 조지 콘도의 원화 작품과 3억원의 가치로 평가받는 백남준 작가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었다.

이배, Issu du feu A-04

고급 컬렉터 시장, 대구 컬렉터의 힘

그래서일까. 국제갤러리, 리안갤러리를 비롯한 일부 참가 갤러리는 개막 전에 선판매가 이뤄지는 등 불황에도 죽지 않는 고급 컬렉터 시장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구경만 하러 다니지 않는 대구 컬렉터의 힘을 보여주었다고나 할까.

국제갤러리는 이날 박서보의 〈묘법 no. 19-21〉(4만달러대), 양혜규의 종이작업(4천만원대), 하종현의 〈접합21-77〉(35만달러대) 등을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루이스 브루주아, 줄리안 오피, 박서보 판화 등도 솔드아웃 되었다. 리안갤러리는 이건용 작가 작업을, 갤러리 바톤은 김보희의 회화를 판매했다. 젊은 작가나 외국작가들 작업도 개막과 동시에 팔려나갔다. MZ 컬렉터 사이 인기가 좋은 창신 작가의 페인팅은 모두 솔드아웃 됐고 케니샤프의 판화도 꾸준한 인기였다. 지난 《프리즈 서울》 때 한국을 방문하며 국내에서 인기를 끈 캐서린 버나뎃의 작품도 여러 갤러리에서 동시에 선보였다.

이건용, The Method of Drawing

대구에서 열리는 페어인 만큼 지역 갤러리들의 활약도 눈길을 끌었다. 리안갤러리는 이건용 외에도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형 아이패드 드로잉을 선보였고, 차스 게스트, 레지날드 암스트롱, 코넬리우스 아노 등 현재 해외에서 각광받고 있는 흑인 작가의 작업도 함께 내걸었다. 우손갤러리는 최병소의 작업을 중심으로 안창홍, 박경아, 이배 등 대구와 부산 지역 출신으로 중앙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를 집중 소개했다. PNC갤러리도 대구 출신 곽훈, 백남준과 2인전을 했던 미디어아트 작가 안형남의 작품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현대미술 1세대 작가로 꼽히는 이명미의 작업은 PNC갤러리, 우손갤러리 등 복수의 갤러리에서 함께 전시됐다.

대구화랑협회 전병화 회장(갤러리전 대표)이 운영하는 갤러리 전과 함께 중앙의 메인 장소를 차지한 국제갤러리는 아니쉬 카푸어, 정상화, 이승조 등 국내외 정상급 작가들의 작품으로 부스를 꾸렸다. 원로 단색화 작가인 정상화 작가의 흰색 단색화가 20억원(200호)으로 가장 비싼 가격에 나왔다.

특별전 《K_팝아트의 오늘》展을 관람한 후 왼쪽부터 허두환 아트도서관장, 강금주 사각아트 발행인, 강현국 시와반시 발행인, 윤진섭 미술평론가, 손정순 쿨투라 발행인, 백동민 퍼블릭아트 발행인

현재 미술시장 흐름을 가늠하게 하는 세미나

《DIAF》에서는 현재 미술시장 흐름을 가늠하게 하는 세미나도 열렸다. 유민화, 이소영, 이영상의 〈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영 컬렉터들의 아트 토크〉, 그리고 노재명, 고기환의 〈대중문화를 이해하면 현대 문화와 현대미술이 보인다〉라는 타이틀로 많은 MZ세대 영 컬렉터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또한 스토리텔링식 해설로 주목받고 있는 정우철 도슨트는 〈마르크 샤갈, 혼란의 시대 사랑을 색칠하다〉라는 내용으로 강연회를 진행하였으며 컬렉터 성종화 원장은 〈돈으로 살수 없는 가치, 컬렉션은 행복이다〉를 진행했다. 특히 《DIAF》에서 처음으로 진행되는 〈갤러리 대표와 아티스트 토크〉는 《DIAF》 참가 갤러리 대표와 소속 작가들이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오픈 토크쇼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키다리갤러리, 갤러리 세인, M컨템포러리, 아트G&G 갤러리가 참여하였다. 그리고 이번 대구국제아트페어 특별전을 기획한 윤진섭 평론가와 참여 아티스트와의 토크 등 라이브 룸Live Room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DIAF》 공식 계정의 인스타그램, 유튜브 채널로 국내외 생중계되었다.

이우환, 바람과함께

《DIAF 2022》 특별전 《K_팝아트의 오늘》

윤진섭 평론가가 기획한 《DIAF 2022》 특별전 《K_팝아트의 오늘》展도 주목할 만하다. 제3회 인사미술제가 주최한 《한국의 팝아트1967-2009》 이후 아트페어 특별전으로는 처음 열리는 팝아트 주제전이다.

2009년 《한국의 팝아트1967-2009》전 당시 참여 작가였던 아트놈, 찰스장, 김준 등은 이제 중견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권오상, 김기라, 김승현, 김준, 김지희, 김채연, 마리킴, 손현수, 아트놈, 윤기원, 이동기, 찰스장, 홍경택, 홍지윤 총14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이번 특별전은 한국현대미술사에서 차지하는 K-팝아트의 위상과 현재적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기획되었다.

큐레이터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30대 초반부터 50대 중반에 이르는 14명의 초대작가들의 작품에는 각세대의 미감과 감수성을 아우르는 특징들이 관류하고 있다. 관객들은 본 전시를 통해 한국 팝아트의 현재의 모습을 살펴봄은 물론,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한국팝이 차지하는 위상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 들어 국제무대에서 그 우수성을 입증한 대중음악과 영화에 못지않게 국제적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한다.

기획자 윤진섭 평론가의 해설과 함께 K-팝아트의 변모된 세계를 살펴보는 것은 무척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중견에서 신인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팝아트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의 대표작을 통해 한국 팝아트의 현재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자 미래에 전개될 한국팝의 국제화를 위한 모색의 시간이 되었다.

내년에는 더 발전된 페어 선보이겠다

대구화랑협회에 따르면, 나흘 간 열린 《DIAF》는 75억원의 판매 실적을 올렸으며 관람객 1만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고 매출액을 기록했던 지난해 판매 실적(98억원)에 비해 23.5%나 감소한 수치다. 관람객 수도 28.6%나 줄었다. 대구화랑협회가 주최한 대구 최대의 아트페어인 《DIAF》가 국내 미술시장의 침체 여파를 비켜가지 못하고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대구화랑협회 관계자는 “국내 미술시장의 경기가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우려했던 것보다는 매출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 호황이었던 작년보다는 감소했지만 억대 작품이 거래됐고 개성 있는 작가들의 작품은 상당수 판매됐다. 내년에는 전면 모바일 티켓 시스템 도입 등으로 미숙하고 불편한 점을 보완해 더 발전된 페어를 선보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권기자 작가, 김진영 작가, 모기홍 작가 등 지역에서 아름다운 작품활동을 작가들을 만나며, 다시 한번 K-아트의 힘을 느끼게 된다.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대구국제아트페어》가 내년에는 더 발전된 모습으로 국내외 미술애호가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 《쿨투라》 2022년 12월호(통권 10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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