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행복의 나라, 핀란드 들여다보기
[에세이] 행복의 나라, 핀란드 들여다보기
  • 문창룡(시인, 서일초등학교 교장)
  • 승인 2022.12.1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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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학교들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핀란드 사람들의 이야기를 꼭 꺼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 나라도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겠지만 그들의 문화가 자율성과 존중의 관계가 생활 속에 베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핀란드 사람들은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즐겼다. 그들은 강아지가 가는 길과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적절히 조절하며 길을 갔다. 강아지에게 많은 자율성을 허락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하기야 그 나라 사람들은 알 낳는 닭에게도 권리가 있다며 방목에 의해 생산한 계란만 판매가 허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강아지에게 그렇게 하는 것이 짐작 가고도 남았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애완견을 꼭 껴안고 길을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유독 많이 볼 수 있었다. 강아지는 숨이 막히는지 혹은 답답했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어쩌자고 강아지를 저렇게 움켜잡고 있을까?’

핀란드 거리에서 보았던 강아지를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너무 다른 풍경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강아지를 부둥켜안고 다닐까?’ 에 대한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저렇게 강아지를 좋아하는 방법이 옳은가?’

‘왜 자기 생각대로 하지?’ 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어갔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비해 반려견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강아지에게도 가고 싶은 곳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존중감은 대단한 것이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복지국가를 만드는 밑바탕 정서가 바로 존중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 못하는 동물에게까지 이러는데 자기 자식과 이웃들에게는 오죽하겠는가? 이러한 정서가 2019년, 2020년, 2021년, 3년 연속 세계행복지수 1위의 바탕이기도 하다.

핀란드 사람들은 주택을 지을 때 아이들을 위해 당연히 만들어 주는 것이 하나 있었다. 아이들의 소꿉놀이를 위한 작은 집이다. 아담하고 예쁜 집이었다. 그 나라 아이들은 부모가 만들어 준 자기 집에서 소중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아이들을 위해 지은 집까지 가는 길에는 바람개비를 만들어 돌아가게 하거나 꽃으로 장식한 오솔길을 만들어 놓았다.

자녀 교육에 성공하려면 자신의 영역을 소중히 여기며 타인의 영역을 존중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스스로의 자율성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누구도 내 자율성을 나처럼 지켜줄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의지가 강해야 한다. 내가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몇 명의 아이들은 근본적으로 자율성을 지키기 위한 강한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가족과 갈등을 만들었던 것이다.

핀란드 사람들이 자녀의 소꿉놀이 집을 만들어 주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의 자율성을 길러주기 위한 시도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소꿉놀이 집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비록 그렇게는 해주지는 못하더라도 아이들의 감정을 읽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자녀가 무슨 말인가를 해 왔을 때 진심으로 귀담아 들으며 자녀의 상황에 대해 가장 적절한 대화를 찾아 나누는 것만으로도 좋은 부모의 자질을 갖추었다.

핀란드의 학교들을 돌아보았을 때도 교사가 주도적으로 이끄는 수업이 아니라 아이들 각자의 상황을 고려해 교사가 아이들의 학습을 도와주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어수선해 보이긴 했으나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고 있었다.

 


문창룡 이학박사이며 시인이다. 삼성초등학교와 진봉초등학교, 프놈펜한국국제학교 교장을 지냈다. 지금은 서일초등학교 교장으로 있으며 인연의 끈, 학교장의 아침편지, 특별한 논술이 밥 먹여준다, 『호기심 수학』 등의 저서가 있다.

 

* 《쿨투라》 2022년 12월호(통권 10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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