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FF 2022] 한국콘텐츠의 힘을 재확인시킨 런던동아시아영화제: 7th London East Asia Film Festival
[LEAFF 2022] 한국콘텐츠의 힘을 재확인시킨 런던동아시아영화제: 7th London East Asia Film Festival
  • 해나(본지 에디터)
  • 승인 2022.12.1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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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에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다녀온 사람들은 월드스타로 발돋움한 이정재가 영화제 기간에 보이지 않아 의아했을 것이다. 지난 10월 19일(수)부터 30일(일)까지 12일간 열린 제7회 런던동아시아영화제London East Asia Film Festival(집행위원장 전혜정)에 이정재를 비롯한 이정은, 임시완 배우 등은 런던동아시아영화제를 찾았다.

런던동아시아영화제LEAFF는 유럽 문화의 중심인 영국 런던에서 한국영화는 물론 아시아의 우수한 영화를 알리는데 앞장서 왔다. 영화제를 이끌고 있는 전혜정 위원장은 한국영화에 대한 남다른 조예와 애정으로 런던에 우수한 한국영화와 영화인들을 소개해왔고, 아시아영화와 영화인들의 위대함을 유럽 무대에 폭넓게 알려왔다. 올해로 7회를 맞이한 런던동아시아영화제는 전 세계가 인정한 한국영화를 비롯한 아시아영화가 지닌 매력과 힘을 영국 관객과 평단에 확실히 확인시켰다.

레드카펫, 개막작과 폐막작

〈헌트〉의 감독 및 주연배우 이정재를 비롯해 갈라 상영으로 공개되는 〈비상선언〉의 배우 임시완, 〈오마주〉의 배우 이정은이 영국의 영화산업 1번지 레스터스퀘어에서 진행되는 레드카펫에 올랐다.

런던동아시아영화제가 선택한 개막작은 올 칸영화제에서 호평을 얻은 이정재 감독의 〈헌트〉였으며, 폐막작은 홍콩의 최신 작품인 오현휘 감독의 〈워리어 오브 퓨쳐〉이다.

개막작 〈헌트〉가 과거 한국 정치 상황을 배경으로 한 첩보 액션 영화라면, 폐막작인 홍콩의 스타 배우 고천락 주연의 영화 〈워리어 오브 퓨쳐〉는 대기와 수자원이 오염된 도시의 절망적인 미래를 그리는 작품이다. 고천락은 배우이자 제작자로서의 활동을 인정받아 폐막식에서 공로상Outstanding Achievement Award을 수상했다.

개막작과 폐막작 선정 이유에 대해 영화제 측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고민하며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함께 생각한다. 서로 다른 두 세계의 공통점이 있다면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이라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공식 포스터 역시 올해 영화제의 이 같은 지향을 담아, 한국의 〈붉은 산수〉로 유명한 이세현 작가의 작품과 협업했다.

상영작 가운데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4편, 영국 프리미어 22편으로 영국에서 처음 공개되는 최신 아시아 영화들은 런던의 랜드마크 레스터스퀘어 오데온 럭스를 중심으로 시내 주요 극장 5곳에서 한국영화를 비롯해 아시아 영화의 흐름을 이끄는 작품 50여 편을 선보였다. 개막부터 현지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고, K-콘텐츠를 넘어 다채로운 K-컬쳐를 영국 관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정재 배우 특별전, 리프오피셜 셀렉션

올해 런던동아시아영화제는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이자 감독 이정재의 출연작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이정재 배우 특별전’을 기획했다. 아시아 배우 최초로 미국 에미상을 수상한 이정재는 1994년 연기 데뷔작인 〈젊은 남자〉를 포함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하녀〉, 〈신세계〉 등 28년간의 활동을 대표하는 작품을 선보이며 영국 관객에게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왕가위 감독의 촬영감독으로 유명한 ‘마크 리 판핑빙 특별 포커스’, ‘다큐멘터리 경쟁전’도 특별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주목받는 아시아 감독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리프오피셜 셀렉션’ 및 ‘런던 할로윈 호러 섹션’을 비롯해 거장 감독 배창호, 에드워드 양, 허샤오시엔의 최신 디지털 복원 작품 등 시대를 아우르는 초청작도 선보였다.

세계 주류로 부상한 K-콘텐츠를 대표하는 한국영화 초청작은 어느 해보다 풍성했다. 〈비상선언〉, 〈범죄도시2〉, 〈오마주〉,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를 비롯해 〈땅에 닿지 않는 비〉, 〈성덕〉 등 한국 최신작부터 다큐멘터리 수작까지 총 11편이 영국 관객과 만났다.

또한 유럽에서 K-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 식품과 서울 등 관광지를 문화와 연계해 관객 참여를 유도한 K-컬쳐 프로그램도 화제를 이어갔다. 서울의 다채로운 매력을 런던 현지에 소개한 ‘서울 나잇’을 비롯해 치킨과 소주 등 식품을 활용한 감각적인 한식 메뉴를 선보이자 이에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런던시의 자랑스러운 보물”이라는 친서를 런던동아시아영화제 측에 보내며, 향후 다양한 협업 가능성을 시사했다.

런던비평가협회와 ‘아시안 필름 어워드’ 신설

그동안 런던동아시아영화제는 ‘리프 어워드’를 통해 김윤석, 한지민, 류준열, 정해인 등 한국의 유수 배우들을 유럽에 알려왔다. 올해부터는 런던비평가협회와 공동으로 ‘아시안 필름 어워드’를 새롭게 출범했다. 비평가협회 소속 200여 명의 회원이 초청작을 심사해 부문별 수상작(자)을 선정하는 이 시상식은 아시아 영화에 대한 비평의 장을 넓히고자 영국 비평가들과 함께 마련한 기획이다.

‘아시안 필름 어워드’ 첫 회 수상의 영광은 중국과 대만, 한국의 작품에 각각 돌아갔다. 먼저 극영화 경쟁 부문에 오른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의 12편 가운데 최고작을 뽑는 최우수 작품상Best Film in Competition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주목한 중국 조금령 감독의 〈애니마ANIMA〉가 차지했다. 심사위원상Special Jury Mention은 대만 진준림 감독의 〈마마 보이MAMA BOY〉가 받았다.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서는 한국의 원호연·정태경 감독의 〈땅에 닿지 않는 비Virga〉가, 최우수 다큐멘터리상Best Documentary in Competition을 수상했다. 대만,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 존재하는 미등록 이주 아동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올해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클린 리치 런던비평가협회 회장은 “한국영화와 다큐멘터리의 완성도, 다양성”에 놀라워하며, “영국 관객들이 그동안 이렇게 다양한 한국영화를 볼 수 없었던 이유가 궁금할 정도”라고 일축했다.

또한 한국영화와 배우들은 이번 런던동아시아영화제에서 잇단 성과를 거뒀다. 개막작인 〈헌트〉의 주인공이자 감독인 배우 이정재가 아시아 영화의 위상을 드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리프 어너러리 어워드를 수상했고, 〈오마주〉의 이정은은 리프 베스트 액터상, 〈비상선언〉의 임시완은 라이징 스타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수상자들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는 한국영화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주인공들이다.

올해 영화제를 성황리에 마무리한 런던동아시아영화제 전혜정 집행위원장은 “영국은 현재 대형 문화 프로젝트들이 재개돼 저마다 경쟁이 치열하지만, 그 속에서도 K-콘텐츠와 아시아 영화의 힘은 점차 커지고 있다”며 “세계의 중심 문화 도시인 런던에서 한국영화가 이번 영화제를 통해 많은 관객과 만나고 소통하는 기회로 확장되었다”고 해석했다. 더불어 “영국에서 한국문화는 확산과 흡수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소비하는 시기에 진입했다”며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민간 문화 교류를 추진할 계획이며, 영화를 포함해 한국의 문화가 유럽에 안착할 수 있도록 더욱 새롭고 다양한 기획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런던에서 민간이 아시아 영화를 아우르는 영화제의 대표성을 구축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전혜정 집행위원장이 이끄는 런던동아시아영화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성과가 한국 콘텐츠의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고 기록해나갈 수 있는 작은 힘이 되길 희망한다.

 


 

 

* 《쿨투라》 2022년 12월호(통권 10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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