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리뷰] 최고령 원로작가, 이명한의 ‘문학인생’을 집대성하다: 『이명한 중단편 전집』 출판기념회
[출간 리뷰] 최고령 원로작가, 이명한의 ‘문학인생’을 집대성하다: 『이명한 중단편 전집』 출판기념회
  • 이승철(시인·한국문학사 연구가)
  • 승인 2023.01.0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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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한전집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는 말이 있다. 흐르는 시간 속에 푸르렀던 신념은 시들어가고, 인생은 변신을 거듭하기 마련이다. ‘현실’이라는 무서운 세파와 정치사회적 이해관계로 지조를 훼절한 탓에 요즘 존경할 만한 ‘어른’과 ‘원로’가 없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빛고을 광주光州에는 우리시대 원로이자, 한국문단의 최고령 현역작가인 이명한(92세)이라는 분이 있다. 1931년 전남 나주에서 출생한 이명한 작가는 식민지와 해방, 분단과 폭압의 시절을 거쳐 오는 동안 줏대와 자존을 지켜낸 원로이자, 지역사회의 어른으로서 후생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왔다. ‘독립운동가’인 아버지 이창신(필명: 이석성)을 일찍 여의었지만, 이명한은 ‘영원한 문학청년’으로 자신의 삶을 일떠세웠다. 분단체제의 작가로서 문학적 실천과 사회적 행동을 병행하면서 우리 곁에 든든한 버팀목으로 존재해 왔다.

이명한 소설가의 등단 ‘반세기’를 기념하여 〈이명한 중단편전집 간행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최근 『이명한 중단편전집』(문학들 간)이 전 5권으로 출간되었다. 한승원(소설가) 임헌영(문학평론가) 문순태(소설가) 김준태(시인) 임철우(소설가) 박호재(소설가) 채희윤(소설가) 나종영(시인) 고재종(시인) 조진태(시인) 맹문재(문학평론가) 박관서(시인) 정강철(소설가) 범현이(소설가) 송광룡(시인) 등 광주와 서울의 문인 30명과 윤준식(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정길(통일운동가) 김경주(화가) 등 각계 인사 36명이 ‘전집 간행위원’으로 참여한 것은 ‘한국문학사’에서 초유의 일이다.

이명한 작가는 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45세’의 늦깎이로 한국문단에 처음 얼굴을 선보였지만, 실은 1972년부터 한승원 주동후 김신운 이계홍 작가 등과 함께 광주에서 〈소설문학동인회〉 동인으로 활동했다. 1973년 3월에 동인지 《소설문학》 제1집에 첫 소설 「효녀무」를 발표했으니, 일국의 작가로서 ‘50년’ 세월을 살아온 것이다. 그동안 이명한 작가는 ‘광주전남작가회의’ 공동의장, ‘민족문학작가회의(현, 한국작가회의)’ 자문위원, ‘광주전남소설가협회’ 초대 회장, ‘한국문학평화포럼’ 회장, ‘광주민예총’ 이사장, ‘6·15공동위원회’ 남측공동대표,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등 문학예술운동과 사회운동을 병행해 왔다.

『이명한 중단편전집』은 등단작부터 최신작까지 중단편소설 51편을 발표순으로 한데 모았다. 아울러 ‘이명한 문학세계’ 전반을 조망하는 김영삼 평론가의 신작 해설 「시간의 지층을 넘어」와 함께 장일구 평론가(전남대 국문과 교수)의 해설 「삶의 이야기, 그 서사적 자유」가 실려 있다. 그와 함께 전집의 제5권에 실린 출간 리뷰철 시인의 문학적 탐사기 「이명한 작가의 삶과 그 문학적 생애」는 ‘이석성·이명한·이철영’으로 이어지는 한국문단에서 보기 드문 ‘문학적 3대’에 얽힌 가계사와 그 문학적 생애를 다룸으로써 ‘광주전남 문학사’의 소중한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명한 중단편전집』은 전 5권으로 구성돼 있다. 제1권 『효녀무』는 등단 무렵부터 1979년 10·26까지 발표된 작품이다. 전통과 현대의 충돌, 몰가치한 현실, 근대화과정에서 소외된 하류인생들의 애환과 생존의지를 담아냈다. 제2권 『진혼제』와 제3권 『기다리는 사람들』은 1980년 5·18민중항쟁 이후 민주화운동에 투신한 이명한 작가의 문제작들이 수록돼 있다. 일제 식민지 시절의 뼈아픈 역사, 8·15해방과 한국전쟁 시기의 이념적 갈등, 광주항쟁의 진실 찾기 등 역사와 권력의 폭력에 대한 저항정신이 오롯하다. 제4권 『은혜로운 유산』과 제5권 『겨울나기』는 ‘반복된 역사의 비극 방지’라는 작가의 철학과 고향으로의 회귀정신, 원초적 생명력을 담아내고 있다. 그리하여 지난 2022년 12월 17일(토) 오후 4시 30분, 광주 금남로의 전일빌딩 9층 다목적홀에서 각계 인사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명한 중단편전집』 출판기념회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김경희(광주전남소설가협회 회장) 작가의 사회로 진행된 출판기념회는 김준태 시인(전 5·18기념재단 이사장)의 ‘간행위원회’ 인사말로 서막을 열었고, 이어 김정길 통일운동가(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대표), 채희윤 소설가(전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 윤만식 연출가(전 광주민예총 이사장), 박관서 시인(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의 축사, 이승철 시인(한국작가회의 이사)의 경과보고, 기념영상(‘영원한 문학청년 이명한’) 방영, 고영서 시인의 시낭송 및 ‘나비예술단’의 전통춤 공연, 김영삼(문학평론가)의 이명한 작품세계 소개, 그리고 ‘광주전남작가회의’ 전현직 회장인 김완, 이지담 시인과 광주민예총 박종화 이사장의 전집 증정, 저자 이명한의 인사말씀, 가수 꽃님이(이현미)와 한종면의 노래공연, 이명한 작가의 손자 이상백(전남대 밴드 ‘바이슨’의 기타리스트)의 헌정공연 순으로 진행되었다. 모두들 한마음 한뜻으로 이명한 문학의 반세기를 열렬히 축하했다.

이명한 작가는 일이관지一以貫之의 문학정신으로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을 추구해 왔다. 소설문학의 전통정서에 바탕을 두되, 그 기저에는 ‘사회의식’과 ‘역사 혼’이 일관되게 흐른다. 우리시대의 ‘원로작가’로서 한국문학의 뿌리와 숲을 풍성하게 만든 이명한문학이 이번 중단편전집 출간을 계기로 새롭게 재조명되고, 평가되고 있다.

 


사진 황정윤(사진작가)

 

* 《쿨투라》 2023년 1월호(통권 10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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