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봄꽃 지도와 떠나는 광주비엔날레
[갤러리]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봄꽃 지도와 떠나는 광주비엔날레
  • 박영민 기자
  • 승인 2023.04.03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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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soft and weak like water’를 주제로 하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오는 4월 7일부터 7월 9일까지 90일간 한국의 문화예술도시 광주에서 열린다. 전시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비롯해 국립광주박물관, 무각사, 예술공간 집,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등에서 만날 수 있다.

아시아 최대 현대미술축제인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오랜 시간에 걸쳐 스며드는 부드러움으로 변화를 가져오는 물의 힘을 새로운 표본으로 삼아 참여 작가들과 함께 분열과 차이를 포용하는 법을 모색한다. 이질성과 모순을 수용하는 물의 속성에 주목함으로써 개인과 집단에 깊이 침투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복잡한 현실에 나름의 방향성과 대안을 제시하는 예술의 가치를 탐구한다. 물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물 자체가 아닌 물처럼 잔잔하고 약한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권력에 대한 얘기를 한다. 이란의 히잡,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 미얀마 군부의 독재와 탄압 등 다소 무겁지만 꼭 다뤄야 하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특히 올해는 세계 각국이 지역 예술기관과 협업해 전시를 꾸리는 ‘파빌리온 프로젝트’에 프랑스 등 모두 9개국이 참여하면서 광주 전역이 역동하는 현대미술의 장으로 변신한다.

네 가지 소주제로 전시의 대주제 탐구

이숙경 예술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올해 비엔날레에는 전 세계에서 모두 79명(팀)이 참여한다. 특히 참여작 중 절반 정도가 이번 행사에서 첫 선을 보이는 신작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전시 공간 디자인은 짧은 기간 열리는 비엔날레의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 구조를 만든 것이 특징으로 브뤼셀 출신 건축가 토이니센과 하지연이 협업을 통해 구성했다. 네 가지 소주제로 전시의 대주제를 탐구한다. ‘은은한 광륜Luminous Halo’은 광주의 정신을 영감의 원천이자 저항과 연대의 모델로 삼는다. ‘조상의 목소리Ancestral Voices’는 전통에 주목하고 이를 재해석해 근대주의적 개념에 의문을 던지고 도전하는 접근 방식을 탈국가적으로 조명한다. ‘일시적 주권Transient Sovereignty’은 후기 식민주의와 탈식민주의의 미술 사상이 이주, 디아스포라 같은 주제와 관련해 발전한 방식에 주목한다. 또 ‘행성의 시간들Planetary Times’은 생태와 환경 정의에 관한 ‘행성적 비전’의 한계와 가능성을 살펴본다. 헤라 뷔육타쉬즈얀Hera Buyuktasciyan, 에드가 칼렐Edgar Calel, 타우스 마카체바Taus Makhacheva, 앙헬리카 세레Angelica Serech, 바킷 부비카노바, 리우 지엔화, 킴 림, 마윤키키, 구철우, 홍이현숙, 정재철, 김영재, 이승애 작가 등 다양한 계층의 작가, 다양한 연구 및 협업기반 커미션을 시도해 눈길을 끈다.

전시 기획을 맡은 이숙경 예술감독은 “관객들로 하여금 4개의 전시관이 모두 독립적인 전시로 느껴지게 하고 싶었다. 모든 전시를 보고 마지막 관을 빠져나왔을 때 비로소 머릿 속에 전체 전시에 대한 그림이 하나로 그려질 수 있도록 했다”며, “이번 비엔날레는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만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숙경 예술감독 ⓒRoger Sinek
헤라 뷔육타쉬즈얀 〈속세에서 속삭이는 자들〉 2023.
바킷 부비카노바 〈페르도우시의 시#2〉

다양한 전시 공간에서 선보이는 작품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주 전시관인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은 환경친화적 모듈 구조로 만들어지며 전시실 5에서부터 시작하여 전시실 1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전시 구성이 특징이다. 또한 주제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를 탐구하는 다양한 신작과 신규 커미션이 선보여진다.

수년간 해안도시의 생태적, 역사적, 산업적 현실을 기록하기 위해 물 주변이나 수면 아래서 소리를 녹음해온 타렉 아투이Tarek Atoui는 한국의 지역 장인과 음악가들과 협력하여 제작한 악기와 사운드 오브제 설치를 선보인다.

요코하마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고이즈미 메이로Meiro Koizumi의 5채널 영상 신작 〈삶의 극장Theater of life〉(2023)은 광주 내 소외된 공동체에 주목한다. 특히 작가는 1930년대 조셉 스탈린에 의해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조선족 인구를 지칭하는 ‘고려인’의 디아스포라 역사를 추적한다.

킴 림 〈물 연작-청동〉

방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영화감독 타이키 삭피싯Taiki Sakpisit의 〈스피릿 레벨The Spirit Level〉(2023)은 물의 정치성을 탐구하기 위해 메콩 강 주변 주민들의 인생, 꿈, 그리고 기억을 기록한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이승애는 전라남도 진도 지역에서 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한 의례로 전해 내려오는 ‘씻김굿’을 모티브로 한 벽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예술적 영감이 전시관 내부를 자유롭게 흐르는 형상을 제안한다.

또한 광주의 역사를 주제로 작업하는 작가들이 포진되어 있으면서 광주와 광주 시민들이 시작한 변화의 물결을 현대 미술을 통해 재해석하고자 한다. 알리자 니센바움Aliza Nisenbaum은 광주의 놀이패 ‘신명’과 공동으로 작업한 회화를 선보이며, 말레이시아 사바 지역의 콜렉티브 팡록 술랍Pangrok Sulap은 5·18민주화운동의 지속되는 유산을 목판화라는 매체를 통해 탐구하고, 지역 사회가 주도하고 참여하는 그들의 작업 방식을 광주의 맥락으로 옮겨 온다. 김순기 작가는 다채널 비디오 신작을 통해 전남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한국 여성 작가들의 시를 낭독하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외에 장지아 작가를 비롯해서 오윤의 목판화 등 다양한 세대의 한국 작가들의 다층적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앙헬리카 세레 〈내 두 번째 피부에 말씨를 뿌리다〉 ⓒ 후안 카를로스 멘코스.

국립광주박물관과 공동 주최로 진행되는 국립광주박물관 전시에서는 캔디스 린Candice Lin과 소핍 핏Sopheap Pich 등 작가 작품을 선보이고, 도심 속 사찰인 무각사에서는 다야니타 싱Dayanita Singh, 류젠화Liu Jianhua, 흐엉 도딘Huong Dodinh 등 작가들이 삶의 순환을 고찰하는 명상적 작업이 전시된다.

그리고 양림산 기슭에 있는 지역 예술공간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는 아마존 지역 풍경에 대한 회화적 해석을 담고 있는 비비안 수터Vivian Suter의 연작과 도쿄에서 활동하는 작가 모리 유코Yuko Mohri가 소설가 한강의 소설 《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장소 특정적 사운드 설치 〈I/O〉(2011-2023)가 전시된다. 이 뿐만 아니라 1990년대 초반 대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진 한국 작가들의 선구적인 퍼포먼스를 기록한 김영재의 영상 작품과 바다 위를 부유하는 버려진 사물들을 추적하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색한 정재철의 작품 또한 선보인다.

동구 장동에 있는 예술공간 집에서는 아내를 잃은 한 남자가 사랑과 상실에 대해 반추하는 모습을 그리는 나임 모하이멘Naeem Mohaiemen의 영상 작업 <익사하지 않는 사람들Jole Dobe Na>(2020)이 상영된다.

마윤키키 〈SINUYE: 아이누 여성을 위한 문신〉

또한 이번 비엔날레는 여성 작가에도 집중했다. 싱가포르에서 태어나 1997년 작고한 ‘킴 림’은 아시아계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미술사적 조명을 받지 못했다. 그녀의 ‘물 연작-청동’ 작품은 작가가 발전시킨 탈국가적 사고방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통에 대한 고안점을 제시하는 작가들도 함께한다. 카자흐스탄 젊은 여성 예술가 바킷 부비카노바는 ‘오리엔탈 세밀화 따라 그리기’ 회화 연작을 선보이며 특정 관습을 의미 없이 답습하는 행태에 의문을 제기한다.

 

광주비엔날레 홍보대사 최시원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홍보대사 최시원

제14회 광주비엔날레를 국내외에 알릴 홍보대사로 광주비엔날레 만이 지닌 차별화된 고급스러움에 친근한 이미지를 더하기 위해 한류 문화를 선도해온 아이돌 출신 최시원 씨를 위촉했다. 지난 2005년 슈퍼주니어 멤버로 데뷔한 최시원은 18년 활동 기간동안 가수와 배우, 공연 무대 등으로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왔다. 최시원의 세련되고 절제된 이미지와 친근함으로 다양한 관람객 층을 아우르고 다양성을 지향하는 광주비엔날레 브랜드와 부합한 것으로 평가했다. ‘한류스타 최시원 효과’와 함께 한국의 현대미술이 세계 속에 알려지는 ‘K-ART’ 견인차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시원은 “아시아 최대 권위의 미술축제인 광주비엔날레 홍보대사로 위촉돼 영광스럽고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서 더욱 의미 있게 생각한다”며 “미술의 도시 광주와 한국을 세계 속에 알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역대 광주비엔날레 홍보대사로는 진영(2018년), 현빈(2016년), 정우성(2014년), 이병헌·임수정(2012년) 등 한류스타들이 참여하면서 한국 미술의 세계화에 힘써왔다.

이승애 〈서있는 사람〉 2023.

‘봄꽃 지도’보며 즐기는 화사한 광주 여행

광주비엔날레를 찾는다면 광주시가 ‘광주 봄꽃 명소 추천 이벤트’를 통해 응모자가 직접 찍은 봄꽃 사진 및 명소를 추천받아 제작한 ‘광주 봄꽃 나들이 지도’로 화사한 광주 여행도 즐겨보자.

지도에는 벚꽃(운천저수지, 우치공원, 수완호수공원), 유채꽃(황룡친수공원), 목련, 매화(전남대학교), 장미(조선대학교, 풍암호수공원), 이팝나무(국립5·18민주묘지) 등의 주요 명소가 담겼다.

또 상춘객이 일상에서 설레는 봄을 만끽하고 추억을 쌓도록 시기에 따라 개화하는 꽃을 배경으로 케이팝(K-pop) 공연 및 팝콘나눔 이벤트도 진행한다고 한다.

4년만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더불어 다양한 장소에서 특별관(파빌리온 프로젝트) 형태로 광주비엔날레가 개최되는 만큼 봄꽃과 함께 해외 유명작가의 예술작품을 관람하면서 색다른 문화 경험을 즐겨보자.

 


 

 

* 《쿨투라》 2023년 4월호(통권 10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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