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월평] 아직, 여전한 매력과 타격감: 〈범죄도시3〉
[영화 월평] 아직, 여전한 매력과 타격감: 〈범죄도시3〉
  • 강유정(영화평론가, 강남대 교수)
  • 승인 2023.06.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7년 〈범죄도시〉는 이단아처럼 한국 영화계에 등장했다. 대단한 홍보 요소가 없었던 〈범죄도시〉는 윤계상이 평소의 이미지와 다르게 악역을 맡았다는 점을 가장 앞세웠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범죄도시〉는 680만 관객을 모으며 한국 영화계의 색다른 긴장감으로 떠올랐다. 〈범죄도시〉는 매년 여름 찾아오는, 한국형 텐트폴 영화의 문법과 여러모로 달랐다. 이후, 〈범죄도시〉가 한국형 프랜차이즈 영화의 선두 주자가 되리라는 기대도 드물었다. 이미 마동석 주연 영화의 한계가 노출되기 시작했고, 마동석의 둔탁한 매력을 필두로 한 작품들의 흥행 성적이 고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3년간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개봉했던 〈범죄도시2〉는 한국 영화의 상업적 성공 지표라 할 수 있는 천만 관객을 훌쩍 넘으며, 1편의 성공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이후 1년, 3편의 성공 여부는 곧 〈범죄도시〉가 계획하고 있는, 한국형 액션 프랜차이즈 영화의 미래가 결정되는 중대한 가늠좌가 될 듯 싶다.

〈범죄도시〉는 마동석의 매력에 집중하고 있는, 말 그대로 마동석 영화이다. 주인공의 이름 역시 그의 성을 딴 마석도, 마형사이다. 1편의 흥행 밑바탕에는 지금은 한국 영화의 주류로 성장한, 당시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던, 탄탄한 저력을 가진 조연들의 활약이 있다. 〈오징어게임〉으로 세계적 배우가 된 허성태나 장이수 역의 박지환은 물론이고, 악역 3인방을 구성하는 진선규나 김성규는 〈범죄도시〉 특유의 리얼리티를 높여주었다. 한국에 거주 중인 중국 동포들을 지나치게 평면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윤리적 비판이 있었지만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논쟁의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캐릭터를 앞세운 프랜차이즈, 시리즈 영화는 결국 주인공과 맞붙는 악역에 따라 그 성패가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2편은, 당시 〈나의 해방일지〉 “구씨”로 생애 유례없던 주목을 받은 손석구가 악역 강해상 역을 맡아 시너지를 높였다. 주 활동 근거지를 베트남으로 옮겨, 금천구 형사들이나 한국형 차이나타운의 매력을 보여줄 수는 없었지만 형사반장 최귀화와 중국동포 장이수가 그 빈 곳을 채워 주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관객이 기대했던 것은 바로 마동석 표 맨손 액션이다. 미국 할리우드에 드웨인 존슨이 있다면 한국엔 마동석이 있다. 드웨인 존슨이 미국형 가족주의와 영웅주의를 대표하는 마스코트라면 마동석의 액션은 무해함과 유머로 설명할 수 있다. 1편에 “혼자니”라는 질문에 “응 그래, 나 싱글이야”라며 맥락의 유머를 선보였던 것처럼 2편에서도 “5:5로 나누자”는 악당의 제안에 “그럼 누가 5냐”며 능청맞은 웃음을 선사했다.

성공한 농담은 맥락과 맥락의 어긋남과 그 어긋나는 기대감 사이에서의 시간차가 관건이다. 마동석은 특유의 무해한 표정에 그것과 모순되는 강인한 맨손 액션으로 힘의 차이를 보여주고, 마형사 특유의 아재 개그, 농담으로 관객의 코드를 만족시킨다. 마동석의 타격감과 맥락의 유머는 〈범죄도시〉에 대해 관객이 기대하는 바로 그것이다. 이는 한편, 〈범죄도시3〉에 대한 기대감 역시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이미 알고 있지만 더 나아진 액션, 알고는 있지만 그 기시감을 살짝 벗어나 줄 웃음의 포인트를 기다린다. 그리고 이 기대감이야말로 〈범죄도시3〉편의 동력이기도 하지만 엄청난 부담이기도 하다.

결론을 말하자면, 〈범죄도시3〉은 높아진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타격감과 웃음 둘 다 주는 데 성공하고 있다. 새로운 악역으로 등장한 이준혁은 스크린에서 볼 수 없었던 이미지와 역할로 나름의 새로움을 전해준다. 일본 야쿠자 세력은 한국의 액션 영화에 매우 낯익은 소재이지만 실화 소재라는 개연성과 더불어 오히려 〈범죄도시〉에서는 낯선 결합으로 받아들여진다. 가장 중요한 지점은 바로, 웃음이다. 〈범죄도시3〉은 기존 유머 코드의 틀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몇몇 난관이 예상되었다. 금천구 경찰서를 떠나 광역수사대로 옮기면서, 익숙한 멤버들과 결별했다는 점이 가장 크다. 그런데, 광수대 파트너로 등장하는 김민재는 과하지 않게, 힘을 빼고 웃음의 흐름을 만들어 낸다. 억지스럽게 웃음을 유발하려 하지 않고 흐름의 결을 거스르지 않는 정도인데, 그런 김민재와 마동석의 호흡이 아주 오래된 파트너처럼 그럴 듯하다. 마동석이 보여주는 아이러니한 엇박자 개그도 여전하다. 이를테면, 큰 덩치 때문에 팔꿈치에 바디로션을 못 바르는 장면이나 진실의 방 시퀀스는 영리한 방식으로 반복과 차이를 만들어 낸다. 결코, 칼이나 총을 쓰지 않는, 정직한 마동석표 액션의 원칙도 지켜낸다. 육중한 상대, 날렵한 상대, 매서운 상대와 붙으면서도 나름의 타격감과 유머를 유지하는 장면들은 아직도 마동석이 한국 관객의 기대를 채울 만한 여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적어도 〈범죄도시3〉은 걱정보다는 기대를 그리고 관객에게 지루함보다는 재미를 선사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그럴듯한 캐릭터 코미디물로 〈범죄도시〉의 다음을 또, 기대해볼 만하다.

 


강유정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졸업. 2005년 《조선일보》 《경향신문》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으로 등단, 저서로는 『영화 글쓰기 강의』 『타인을 앓다』 등이 있다. 현재 강남대학교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사진제공 빅펀치픽처스. 홍필름

 

* 《쿨투라》 2023년 6월호(통권 108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