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통신] 흥왕 기념일 짜빈 투어: 메콩델타에 위치한 아름다운 해안도시
[베트남 통신] 흥왕 기념일 짜빈 투어: 메콩델타에 위치한 아름다운 해안도시
  • 이상옥(시인, 창신대 명예교수)
  • 승인 2023.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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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베트남 교역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중소·중견 식품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베트남 식품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적기”라는 이종섭 코트라 동남아대양주지역본부장의 전언과 함께 지난해 한국과 베트남은 수교 30주년을 맞았다. 양국 교역은 1992년 이후 30년간 161배 증가했고, 작년 교역규모도 877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한국은 베트남에 9,300개가 넘는 프로젝트에 792억달러를 투자한 베트남 투자 1위국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보도(이지경제, 2023. 04. 12.)를 봤다. 대한민국이 대 베트남 1위 투자국이라는 사실을 베트남에 체류하며 실제적으로 거의 매일 체감한다. 자주 가는 호찌민이나 껀터에서도 항상 눈에 먼저 띄는 것이 삼성이나 현대, 롯데의 로고이다.(본지 2023년 1월호 「베트남 통신」 참조) 지금은 베트남이 익숙해져서 주말에는 혼자 자유롭게 여행을 하지만, 베트남에 온 지 두 달 정도까지는 지리도 모르고 버스 이용 방법도 몰라 꼼짝없이 메콩대학교 주변의 커피숍만 왔다갔다 했었다.

 

지난해 1월 베트남에 들어온 이후 메콩대학교 인사처의 Hai Le의 안내로 짜빈에 투어한 것이 베트남의 첫 여행이었다. Hai Le가 연휴를 맞아 고향에 가는 길에 나를 데려가 준 것이다. 지난해 4월 10일과 11일 베트남의 흥왕 기념 연휴를 이용한 여행이었다. 베트남에서는 매년 음력 3월 10일을 베트남 건국 시조인 흥왕을 기념하는 국경일로 지킨다. 흥왕기념일은 베트남어로는 Giỗ Tổ Hùng Vương인데, 그러니까 한국의 개천절과 비슷한 베트남 건국기념일에 해당한다. 흥왕기념일은 흥왕의 기일에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특정 왕이 아닌 왕조의 대한 제사이며, 우리나라의 고조선에 해당하는 베트남 최초의 국가인 반랑국의 왕조를 기리는 날이다. 반랑국은 기원전 2879년부터 기원전 258년까지 총 18명의 왕들이 통치했다. 흥왕기념일은 2007년에 베트남 공휴일로 지정됐고, 음력 3월 8일부터 11일까지 베트남 민간 고유 놀이문화 활동과 흥사원에서 제사도 지내는 베트남 건국기념 축제로 그 기간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고향을 방문한다.

Hai Le와 처음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같이 가기로 했는데, 버스를 타고 갔다. 2시간 거리를 오토바이를 타고 어떻게 갈 수 있느냐고, 그것도 내가 뒷자리에 동석해 가는 게 가능하냐고 물으니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오토바이 한 대에 온 가족이 각각 헬멧을 쓰고 고향으로 가는 진풍경이 지금은 너무나 익숙한 터이지만 그때만 해도 상상이 안 갔다.

베트남에서는 오토바이가 주요 교통 수단이다. 학생들도 주말에 고향 갈 때 두세 시간 거리는 가볍게 오토바이로 간다. 한국어 수업을 도와주는 베트남인 낌찐선생도 껀터에서 메콩대학교로 오토바이로 출퇴근한다. 사오십 분 거리니 그것은 식은 죽 먹기다. 베트남 와서 가장 인상적인 풍경의 하나가 바로 오토바이 행렬이다. 호찌민은 말할 것도 없고 빈롱만 해도 퇴근시간에는 오토바이 행렬로 길이 막혀, 러시아워를 실감한다.

짜빈은 메콩델타에 있는 해안 도시로 바다가 아름답다. 호찌민으로부터 짜빈으로 가려면 빈롱을 경유하여 200km 떨어진 곳에 있다. 빈롱에서는 버스로 2시간 정도면 간다. 베트남 짜빈에 도착하여 렌터카를 빌려 짜빈의 사찰을 비롯한 몇 군데를 투어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한국투자기업이 준공한 풍력발전단지였다. 한국 에너지기업 ST인터내셔널 등이 투자한 발전용량 48MW 풍력발전이 짜빈의 바다에서 힘차게 가동되고 있었다. 짜빈 바다의 명물인 풍력발전을 한국기업이 참여해서 건설했다는 것을 짜빈 사람들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한국의 기업이 경제적 목적으로 투자했겠지만 이 풍력발전은 경제적 효과를 넘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고양시키는 부가적 효과가 더 큰 것 같았다. 짜빈 바다의 풍력발전은 아름다운 짜빈 바다와 함께 관광명소가 되면서 두고두고 한국을 홍보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 흥왕기념일이라 짜빈 사람들도 사찰 같은 곳을 들러 참배도 하고 소원을 빌었다. 어느 나라나 종교의식은 인간 심성 깊은 곳에 내재하 원형질과 같아서 베트남의 필부필부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Hai Le의 고향은 짜빈의 외곽 지대에 있어서 호텔을 잡은 곳도 짜빈 도심지가 아니어서 호텔 환경이 썩 좋지가 않았는데도 객실이 유난히 시원해서 보니 벽걸이 에어컨이 삼성 브랜드인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짜빈의 외곽 호텔에서조차 삼성 로고를 봤으니 그럴 법했다. 게다가 짜빈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풍력발전도 한국기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이니, 대한민국이 문화 파워와 함께 베트남 투자 1위국이라는 것을 베트남 첫 여행지인 짜민에서도 실감했던 것이다.

베트남 온 지 15개월 만에 2023년 흥왕 기념일을 이용해서 다시 한국으로 들어왔다. 조기 종강을 하고 7월까지 한국에 체류하다 다음 학기가 시작되는 8월에 들어갈 생각이다. 앞으로는 한국에 더 많이 체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가장 이상적이기는 학기초에 들어가서 학생들을 만나고 다시 들어와 한국에서 줌으로 온라인강의를 하고, 또 중간에 들어가 오프라인 수업도 하고 학기말에 다시 들어가 성적처리를 하는 방식이다. 베트남 대학도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온라인 수업이 익숙해져 있다. 따라서 이것을 활용하면 한국에 더 오래 체류하며 한국에서 일도 보고 베트남 학생들도 가르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에 며칠을 살아보니 고물가에 새삼 놀라 긴장이 될 지경이다. 베트남 물가는 한국에 비해서 얼마나 싼가? 베트남에서는 무슨 특권층이라도 되는 양 다소 으스대며 생활한 듯한데, 한국의 슈퍼나 식당에 들를 때마다 새삼 놀란다. 당분간 바짝 엎드리고 살아야 할 듯하다. 베트남이 사회주의지만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리버럴하며 외국인들에게도 마음을 쉽게 열고 호의적이기 때문에 특히,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베트남은 정말, 낙원인 것 같다는 생각이 한국에 체류하며 더욱 짙어졌다. 한국이 왜, 대 베트남 투자 1위국이 되었는지도 베트남에 가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옥 창신대학교 명예교수. 1989년 월간 《시문학》 등단. 유심작품상, 편운문학상 등 수상

 

 

* 《쿨투라》 2023년 6월호(통권 10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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