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화비평] 성급한 MZ화의 오류
[청년문화비평] 성급한 MZ화의 오류
  • 김정빈(출판 마케터)
  • 승인 2023.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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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

‘갈라치기’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바둑에서 변의 중앙에 한 수를 두어 상대 세력을 둘로 나누는 일을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갈라치기는 바둑의 세계가 아닌 현실 세계에서 정치, 젠더, 지역, 세대 간으로 이어져 심각한 갈등을 초래한다. 오늘날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 숏폼 콘텐츠가 다양한 세대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내용의 영상들이 우후죽순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에 대중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혐오 표현을 재생산한다. ‘내 말이 맞고 네 말은 틀려’와 같은 이분법적 사고의 혐오 표현은 특히 세대 간 갈라치기에서 비약적으로 나타나는데, MZ세대를 다룬 콘텐츠들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알다시피 대한민국은 이전부터 세대별 호칭이 존재해 왔다. 출생연도를 X, Y, Z와 같이 알파벳으로 구분한 것이다. 이중에서도 MZ세대는 1980년대 초부터 201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고 있다. 사실 10~40대라는 다소 큰 범위의 세대를 하나의 호칭으로 정의한다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지만, 이 신조어는 국내에서 유행어처럼 빠르게 확산되어 대중들의 인식 속에 깊게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최근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MZ세대는 이러한 출생연도의 구분개념에서 벗어나 그저 ‘나와 생각이 다른 젊은이’ 정도로 사용되고 있는데, 그 정도가 점점 심해져 세대 간 갈라치기로 변질되었다.

ⓒ쿠팡플레이

채널 쿠팡플레이에서 방영되는 〈SNL 코리아〉는 회사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세대 간의 일화를 주제로 한 ‘MZ오피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사무실에서 브이로그를 찍는 2년 차 사원, ‘십분 이해’를 알아듣지 못하는 면접생, 그 밖에 젊은 꼰대와 맑은 눈의 광인까지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MZ오피스는 직장생활 내 극 중 인물들의 대립구도가 거침 없는 풍자로 그려져서인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관점과 동시에 선을 넘은 조롱이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앞서 나열한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모두 20대 초중반의 사회초년생이라는 것. 사실 이러한 캐릭터 설정은 그리 놀랍지 않다. 이들은 기성세대가 말하는 어린 것들, 요즘 것들과 굉장히 닮아있기 때문이다. 최근 숏폼 콘텐츠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MZ세대는 기본적인 예의와 센스를 가지고 있지 않은 10~20대 젊은이들을 기성세대의 기준으로 범주화시켜 조롱하기 위한 프레임으로 굳어졌다. 현실적으로 슬리퍼를 신고 9시 정각에 출근하면서 상사의 쓴소리에 따박따박 말대꾸하는 사회초년생은 드물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청년들은 그저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이며 개념 없는 이미지로 전락해버렸다.

ⓒ쿠팡플레이

디지털콘텐츠 범람의 시대에서 대중들이 향유할 수있는 서비스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가 대중들의 웃음 지표가 되면서 그들은 앞으로도 더욱 공감하고 위로받을 이야깃거리들이 필요할 것이며, 콘텐츠 생산자도 마찬가지로 그만큼의 관심과 기대가 필요하다.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대중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코미디라는 이름 아래 선을 넘은 조롱과 비난을 그만두고, MZ세대뿐만 아닌 여러 세대에 만연한 혐오 표현들을 보다 좋은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는 콘텐츠가 생산되어야 할 것이다. 사람과 사회의 문제점을 풍자적으로 다루어 웃음을 이끌어내는 데 의의가 있는 코미디는 불편함이라는 꼬리표가 언제나 따라붙기 마련이지만, 이제 우리는 비판과 비난이 다르듯이 풍자와 조롱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김정빈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출판 마케터

 

 

 

* 《쿨투라》 2023년 6월호(통권 10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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