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집 속의 詩] 김광규 시인의 「마가목주」
[새 시집 속의 詩] 김광규 시인의 「마가목주」
  • 김광규(시인)
  • 승인 2023.06.3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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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목주

김광규

밋밋한 오르막길에 마가목* 한 그루
눈에 띄었다
주전골 내려오며 우리는 마가목 열매로 담근
술 이야기를 했었지
설악산 쏘다니다 보면
감자전 부치는 산골 주막에 들러 한번
맛볼 수도 있을 터인데
그럴 기회가 오기도 전에 그 친구
췌장암으로 세상을 등졌고
나는 이제 산을 오르지 못하게 되었다
여생의 내리막길 타박타박 걸어가면서 아직도
마셔보지 못한 마가목주
그저 이름만 기억하고 있을 뿐

 

* 한자로는 馬牙木이라고 씀.


- 김광규 시집 『그저께 보낸 메일』(문학과지성사) 중에서

 


김광규 시인은 1941년 서울에서 태어나 1975년 계간 《문학과지성》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아니다 그렇지 않다』 『아니리』 『처음 만나던 때』 『시간의 부드러운 손』 『하루 또 하루』 『오른손이 아픈 날』 『가진 것도 없지만』 『물 길』 『좀팽이처럼』 『크낙산의 마음』, 시선집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등을 펴냈다. 독일 예술원의 프리드리히 군돌프 문화상, 한독협회의 이미륵상, 김수영문학상, 이산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한양대 명예교수(독문학)로 있다.

 

* 《쿨투라》 2023년 7월호(통권 10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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